해외연수기


덴마크 공과대학 연수기




박무균 교수(이비인후과학교실)


해외연수라는 큰 기회를 가지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할 때 주변에서 2가지 질문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덴마크에 뭐가 있기에 가는 거냐 하는 거와 의생명분야가 아닌 공과대학에 가는 게 맞냐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이전에 1주일정도 방문을 해본 경험과 랩에서 발표한 논문 정도를 보고 가게 된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이비인후과는 청각의 특히 음향학과 매우 밀접하게 관계가 있고 최근 보청기 인공와우 중이이식기등 다양한 기기가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 공학과 의학이 밀접하게 관련된 분야인 것 같습니다. 또한, 뭐간 새로운 분야를 도전을 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같습니다.

먼저 덴마크는 행복의 나라라는 평판과 달리 살기가 어려운 곳입니다. 날씨가 맑은 날이 거의 없고 대부분의 날이 흐리고 비가 옵니다. 이곳에 근무하는 영국에서 온 제임스라는 교수도 날씨가 너무 안 좋다고 항상 말을 합니다. 또한 물가가 비싸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돈마크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덴마크인들은 항상 친절하고 웃음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높은 청렴도와 업무효율을 자랑합니다. 예로, 모든 사무실 책상은 높낮이가 조절이 되는데 많은 사람이 서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저도 요즈음은 서서 작업을 해보는데 처음에는 다리가 아파서 앉았다 서다를 반복하지만 건강에도 좋고 업무효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지하자원이 적고 인구가 많지 않아 자국 내 시장이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해외 시장을 목표로 선택과 집중을 하여 레고, 칼스버그, 해운회사 머스크, 인슐린회사 노보 노르딕스 등을 비롯한 많은 기업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하고 있으며 복지 제도가 잘되어 있는 부국입니다. 청각분야에서는 세계 5개 보청기 회사 중 가장 큰 회사를 포함해 3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청력검사 관련 회사, 음향학과 음향기기관련 기업이 발달한 나라입니다. 역사적으로 왕가에 난청환자가 있어서 오래 전부터 음향 및 보청기 관련 연구가 행하여졌다고 합니다.

덴마크 공과대학(Danmarks Tekniske Univesitet, DTU)은 북유럽 공과대학중에는 최상위 대학으로 저는 이곳의 hearing system에서 연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연구책임자인 Torsten dau교수는 CAHR(Centre for applied hearing research)와 CHESS (centre of excellence for hearing and speech scineces)라는 2개의 hearing research 관련 센터장으로 청각학 관련 3개 저널의 editor를 맡고 있습니다. 현재 보청기 인공와우 등과 관련된 hearing system에 7명의 교수가 스피커, 음향장비와 관련된 acoustic쪽에 7명의 교수가 있으며 50명의 대학원생과 연구원 등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보청기, 인공와우, 청각검사기기 관련 연구를 중점으로 하는데 특히 보청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EU에서 재정지원을 받는 COCOHA (Cognitive Control of a Hearing Aids)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보청기에 EEG을 결합하여 청취자가 주의를 주는 소리를 더 크게 들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이를 통해 EEG를 통해 청취자가 어떤 소리를 듣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이는 향후 Brain-Computer interface로 발전되게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청각신호처리 관련 연구 등을 살펴보고 여러 음향 환경하에서 cognitive loading을 측정하는 방법 등을 배우고 있습니다.

Coding을 보면서 이해하는 것이 어렵고 대부분 공학적이 수학적인 개념들이 많아 쉽게 접근하기는 어려운 분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사용하는 여러 청력관련 방법과 검사 등은 저희들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부분의 학생 강의가 굉장히 실용위주인데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주제를 학생강의에서 매시간 소개를 하고 강의 참여학생에 많은 학생이 실제 학위과정으로 들어오고 연구주제의 대부분은 기업과 관련되어 바로 제품에 사용되거나 가까운 미래에 사용될 수 있는 주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별도의 공채시험이 없이 이렇게 자기 회사 관련 프로젝틀 진행한 학생을 졸업 후 연구원으로 취직을 시키게 되고 회사에서 상용화 과정 연구를 이어서 하게 됩니다. 반면 교수급은 경쟁이 치열하다고 느꼈습니다. 외부인사를 많이 초청하여 실제 이곳의 교수들 중에 덴마크 출신은 1/3정도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너무 덴마크 출신이 줄어 덴마크 출신을 우대하고 덴마크어 사용을 장려하기도 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KAIST에서 방문을 했었지만 이곳에 방문하는 외국 연구자들은 청각학 생물학 전공자들도 다수가 있습니다. 의사출신으로는 제가 처음 연수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벌써 해가 짧아지고 있지만 좋지 않은 환경을 극복하고 부국을 이룩한 덴마크 사람들처럼 남은 연수기간에 효율을 높여 마무리 잘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귀국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소리의 방향성을 측정하는 연구 시설




2년에 한번씩 여기 연구소가 주관이 되어 개최하는 국제학회 ISSAR 2017 (International Symposium on auditory and audiological research) 모임




뉘하운 운하에서 가족들과


요코하마 국립대학 공과대학에서의 연수기




전양숙 교수(생리학교실)


‘싱글’이라는 숫자가 주는 느낌.

2017년은 참으로 묘한 인연으로 내게 다가왔다. 싱글! 골프를 취미로 가진 사람들에겐 핸디캡 ‘싱글’은 꿈의 숫자이다. 싱글이 되면, 어느 골프장에서 그리고 누구와 플레이를 해도 민폐를 끼치지 않는 실력을 의미한다. 그런 싱글이라는 숫자가 내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올해부터 정년까지 남아있는 기간이 9년, 즉 싱글이 되었다. 골프에서 싱글 플레이어처럼 나는 교수로서 그리고 과학자로서 어느 위치에 와 있는가? 혹시라도 민폐를 끼치고 있지는 않는지....
지금 나는 일본 요코하마 국립대학에서 내 나이 서른이 되었을 때 느꼈던 그 감정을 되 느끼면서 연수생활 8개월을 보내고 있다.


엇갈린 운명이 주는 다양한 연구 경험

요코하마 국립대학 공대 와타나베 교수의 연구실에서 시작된 나의 연수기는 묘한 엇갈림으로 시작되었다. 와타나베 교수는 아주 오랜 친구이다. ‘서른즈음에’ 라는 노래를 매일 부르던 1991년 서른 즈음에, 나는 일본 동경에 있는 국립암센터로 떠나 2년간 연수를 하였다. 그때 함께 연구에 청춘을 바쳤던 친구들 중의 한 명이 바로 와타나베 교수이며, 철 나노입자를 이용한 항암치료의 선봉자로서 일본에서는 꽤나 유명한 암전공 교수이다. 엇갈린 운명은 내가 요코하마 대학에 도착한 후, 한 달 만에 와타나베 교수가 일본 남쪽에 있는 미에 대학교 의대 병리학교실 학과장으로 떠난 것이다. 친구로서 승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나는 이타가께 교수를 소개받았다.

이타가께 교수는 시세이도 회사에서 오랜 연구를 하셨던 분으로. 일본에서 화장품의 독성여부를 결정하는 OECD 가이드라인을 만드는데 관여하신 분이다. 자타가 인정하는 화장품 독성학 연구의 일본 권위자중 한 분으로 그 인맥도 대단하다. 나는 약 8개월 동안 와타나베 교수와 함께 나노입자를 이용한 항암치료와 더불어 이타가께 교수와 함께 화장품의 세포독성, 알레르기 반응 그리고 각막 세포를 이용한 자극반응 등에 관한 연구를 하였다. 화장품의 효능 및 독성실험에서 동물 이용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이 연구는 매우 중요하며 일본 각 지역의 유명회사에서 연구원들이 연수를 하고 간다. 이 두 연구실에서의 연구에 적응한 다음, 나는 또 다른 연구실에서 새로운 연구를 하고 있다. 일본에서 Spheroid 연구의 선두 그룹인 후쿠다 교수 연구실에서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연구는 세포의 3D culture로서 인공장기 연구의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으며, 암의 기전 이해 및 항암제를 비롯한 여러 약물의 효능과 부작용을 테스트를 하는데 있어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미래지향적 연구라 할 수 있다. 또한 3D culture 는 다양한 세포를 함께 배양할 수 있어, 조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세포 간의 Niche 현상을 연구할 수 있는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세 연구실에서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어서 참으로 행운이라 생각한다. 운명의 길은 항상 우리의 의도를 넘어선다!







버킷 리스트를 실천하다

요코하마 국립대학은 오래 전에 골프장에 세워진 대학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관악캠퍼스와 많이 닮았다. 수십 년 된 큰 키 나무들이 잘 보존되어서 한적한 일요일 저녁 퇴근길에는 숲의 정령들을 만날 것 같은 으스스한 느낌이 들어 마구 뛰게 된다. 전철역에서부터 대학까지의 이 길은 나의 평생에 추억이 될 것 같다. 드라마의 대사처럼 날이 좋은 날은 좋아서, 흐린 날은 흐려서, 그리고 적당한 날은 또 그대로.. 모든 날의 산보가 좋았다.

나의 숙소는 구묘지에 있는 요코하마대학의 외국인 교직원을 위한 레지던스이다. 안전이 잘 보장될 뿐만 아니라, 시내와도 교통이 편하고 근처에는 재래시장도 정겹다. 어느덧 단골이 된 두부가게의 할머니, 야채가게 아가씨, 그리고 아파트 아래에 있는 패미리 마트의 점원은 모두 친구가 되어 열심히 한국의 안부를 묻고 관심을 가져준다. 내가 가장 행운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파트 바로 맞은편에 주민센터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퇴근 후에 운동도 하고 사람들과 교류도 나누며, 드디어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줌바! 춤을 배우면서 내가 몸치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고 어릴 때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던 나의 꿈을 허망하게 되새겨 보았다. 발레리나 되기를 미리 포기한 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웠지만, 나는 오늘도 열심히 율동을 따라 한다. 아참, 학생 때 한 번도 참가하지 못했던 대학 축제가 오늘 시작한다. 이제 대학축제 구경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일본은 10~20 년 후의 우리나라 모습이라고 해서, 나는 가끔 일시 귀국할 때면, ‘미래에서 살다 온 사람으로 정보를 줄게’ 하고 진심 반 농담을 한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연구년의 기회를 준 대학과 교실 선생님들, 그리고 싱글 라이프를 가능하게 해 준 가족들께 눈부시게 푸른 가을 하늘을 보며 참으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