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마당 - 학생기고1]

학부생 연구지원사업 인터뷰



한희원 학생(본과2학년)

매년 서울대학교에서는 학부생들이 연구에 대한 흥미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여 연구를 선도하는 핵심 연구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2018년도 학부생 연구 지원사업을 시행한다. 올해도 각기 다른 분야에서 총 46개의 팀이 선정되었는데 의과대학에서는 5팀이 선정되었다. 이 5개의 팀 중 2 팀에서 어떤 연구를 진행하는지 더 알아보고 싶어 김성인, 장석진 장학생을 만나보았다.



김성인 학생(본과3학년)


Q.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3학년 김성인입니다.


Q. 연구 과제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청소년을 위한 스마트폰용 자기 관리 어플리케이션 디자인 연구”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는 챗봇(Chatbot) 인터페이스를 활용하여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s, 이하ASD) 를 가진 청소년의 자기관리에 대한 동기부여 및 행동/습관 교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디자인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구 주제가 ICT 기술을 활용하여 ASD 청소년의 일상 생활을 보조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님과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언론정보학과 홍화정 교수님께 공동 지도를 받으며, 컴퓨터공학, 가족아동학을 전공한 친구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의 배경과 목적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해드리고자 합니다. ASD를 가진 청소년은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과 조망 수용(Perspective taking)이 정상 청소년에 비해 결여되어 있어, 사춘기(Puberty)에 나타나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해 우울감에 시달리거나 성적인 욕구를 부적절하게 해소하는 등의 문제를 겪게 되어 여러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기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경감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한 방안으로 자기관리(Self-management)전략이 있습니다. 자기관리전략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깊이 있게 인식하게 하고, 이를 토대로 바람직한 습관 형성 및 시간 활용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으로, ASD 청소년이 사춘기 때 마주하는 문제들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활용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와 같은 스마트 디바이스의 높은 접근성, 시각적인 상호작용, 즉각적인 데이터 공유와 같은 이점을 바탕으로,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하여 ASD 청소년의 자기관리와 일상 생활을 보조하는 기술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양한 자기관리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음에도, 현재 보급된 자기관리 프로그램들은 ASD 청소년이 사춘기에 마주하는 특별한 어려움과 현장에서 사용하는 자기 관리 전략을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사용자와의 상호작용 보다 정보 획득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기에 동기부여가 충분치 않은 ASD 청소년 집단이 지속적으로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챗봇은 채팅(Chatting) 과 로봇(Robot)의 합성어로 글자 혹은 음성 기반의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프로그램을 의미합니다. 챗봇은 사용자의 개별 특성을 반영할 수 있어 개인화된 서비스가 가능하며,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기에, 기존의 ASD 청소년을 위한 자기관리 프로그램이 가지는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연구에서 두 가지를 확인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ASD 청소년의 자가 추적(Self-tracking)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과정을 관찰하여 ASD 청소년의 디지털 기기 기반의 자기 관리 특성을 파악해보고자 합니다. 다음으로, 관찰한 특성을 반영하여 ASD 청소년을 위한 자기 관리 챗봇을 개발하고, ASD 청소년 및 부모의 챗봇을 활용한 자기 관리 경험을 조사하고 분석하여, 어플리케이션의 실효성을 확인해보고자 합니다.


Q. 어떻게 이 분야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나요?

제가 연구 하고 있는 분야는 HCI(Human-Computer Interaction)로 사람과 컴퓨터 상호작용을 뜻합니다. HCI 분야에서는 컴퓨터공학뿐만 아니라 의학,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특성과 사용 행태를 관찰하고 분석하고, 의료 및 커뮤니케이션 등의 분야에 활용되는 컴퓨터 인터페이스 및 시스템을 설계하는 분야입니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장애인을 위한 보조 기술(Assistive Technology)도 HCI 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부분입니다.

HCI 분야의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의대 입학하기 전 기계공학과 재학 시절 수강했던 설계 프로젝트입니다. 당시 수업에서는 학내 장애인을 위한 보조공학기술센터와 이화여대 컴퓨터공학부 학생들이 공동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학생들이 직접 장애인을 만나 그들의 문제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와 시제품을 구현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발달 장애가 다른 장애에 비해 관심이 덜하여, 도움을 줄 부분이 많다는 이야기를 센터 담당자 분을 통해 듣게 되었고, 발달 장애 아동의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동작 센서(Kinect, MS) 기반의 게임을 제작하였습니다. 수업 이후 발달 장애를 가진 아동의 특성과 문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반영하여 제안한 프로그램이 아동에게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보고자 후속 연구를 진행했고, 본과 2학년 때의 의학연구와 지금의 학부생 연구 지원사업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연구자가 직접 장애를 가진 사람을 만나 그들의 어려움을 듣고, 의학/공학/디자인 등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구현 및 평가하는 과정이 HCI 분야 연구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됩니다.


Q. 이 연구 과제의 중요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본 연구에서 개발한 자기 관리 어플리케이션은 ASD 청소년이 본인의 문제를 이해하고, 개선 것에 도움을 주어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성인으로 성장 하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ASD 청소년은 성인이 되어도 지속적인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많기에,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자기 관리 습관 형성은 보호자의 자녀에 대한 부담을 덜어 주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본 연구를 통해 확인한 챗봇 기반의 프로토 타입의 가능성 및 도전점은 향후 ASD 청소년을 위한 어플리케이션 제작에 필요한 디자인 고려사항들을 제공할 것이며, 인공지능 기반의 챗봇 플랫폼을 제작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Q. 연구 지원금은 어떻게 사용할 예정인가요?

연구 지원금은 연구에 참여한 ASD 청소년 및 보호자 보상으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또한 어플리케이션의 효용성을 확인해보기 위해, 연구에 참여한 ASD 청소년의 발달 수준, 기능, 정서 및 사회적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 심리 척도를 구매하는 용도로 사용하고자 합니다.


Q. 앞으로 또 연구해보고 싶은 주제는 무엇이 있나요?

이번 연구에서 ASD 청소년의 행동 데이터를 어떻게 획득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을 탐색하였다면, 후속 연구에서는 획득한 ASD 청소년의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임상 현장에서 문제 행동을 다루는데 사용되고 있는 행동 관리(Behavior management) 전략과 ASD 청소년과 보호자, 치료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행동 데이터가 어떻게 증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또한 ASD 청소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계학습 등의 인공지능 기법을 활용하여 청소년의 행동 특성을 파악하고, 개별 맞춤화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장석진 학생(본과2학년)


Q.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2학년 장석진입니다. 대학에 입학한 지는 이제 햇수로 4년이 되었는데 아직 배우고 싶은 열정도 많고 모르는 것도 많은 신입생 같은 느낌입니다. 연구 분야에서는 정말로 새내기인데요, 서열 매김 식의 시험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연구 생각을 하며 풀고 있습니다. 서울대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새로운 지식을 발굴하는 연구는 굉장히 비범한 사람들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과학적 진보는 한 사람보다는 여러 명의 팀이 함께 노력할 때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 현장에 있으면서 매일 자극 받고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Q. 연구 과제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제가 하는 연구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혈액 바이오마커 (생체표지자)와 뇌 영상의 관계를 종적으로 분석하는 것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의 병인론에 있어서 아밀로이드 베타 (amyloid β)와 과인산화된 타우 (hyperphosphorylated tau)가 핵심입니다. 이번 연구의 목표는 두 단백질의 축적을 시각화한 PET (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영상과 뇌 인지기능을 대표하는 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 상의 변화를 혈액 바이오마커가 예측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Q. 어떻게 이 분야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나요?

정확하게는 연구 자체에 관심이 생겨서 공부하다 보니 이 분야에 흥미가 생겼다고 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첫 동인은 본과 1학년 생화학 수업에서 알츠하이머 강의를 들었던 것이었는데요, 당시 교수님은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어서 당신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나이가 되기 전에 약이 개발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묘한 감동을 느꼈고,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교수님께 찾아가 방학에 연구실에서 인턴을 해보고 싶다고 말씀 드렸고, 지난겨울 연구실에 다니면서 이 분야에 흥미가 쌓였습니다.


Q. 이 연구 과제의 중요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알츠하이머병은 현재 치료 약이 없으므로 조기 진단을 통해 병의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표준 조기 진단법에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시각화한 PiB-PET 검사와 뇌척수액 검사가 있습니다. 두 검사법 모두 민감도와 특이도가 매우 높은 장점이 있지만, 각각 고비용, 고침습성이란 단점이 있습니다. 저의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예측력이 높은 혈액 바이오마커를 개발하는 과정의 중간에 있습니다. 어느 기관에서나 정기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혈액검사로 알츠하이머병을 예측할 수 있다면 질병의 사회적 부담이 굉장히 감소할 것이며 환자들의 예후도 향상될 것입니다.


Q. 연구 지원금은 어떻게 사용할 예정인가요?

먼저 통계처리 프로그램에 많은 부분을 사용할 계획입니다. 컴퓨터만 있으면 연구를 할 수 있 때문에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것 외에는 회의를 할 때 당분 보충을 위해 사용할 계획입니다.


Q. 앞으로 또 연구해보고 싶은 주제는 무엇이 있나요?

배우면 배울수록 모르는 것이 많다고 느낍니다. 이번 연구의 후속연구로는 ‘기준연도의 혈액 바이오마커 상의 이상이 인지기능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가?’ 등이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질적인 변화와 기능적 변화 사이에 상당한 간격이 있어 이와 같은 전향적인 연구가 매우 중요합니다. 알츠하이머병 외에 제가 관심 있는 분야는 종양 마커입니다. 전립선암이나 난소암 등에서 이미 혈액 바이오마커가 질병의 예후 예측과 재발 모니터링에 사용되고 있고, 암 특이적인 마커를 발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조기 진단법과 효율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은 매우 흥미롭고 앞으로 더 많이 발전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공감마당 - 학생기고2]

당신은 찬양할 만한 스스로를 가지고 있습니까?

현장 취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열린 강좌 시리즈: Marronnier 2018 – 1. “Song of Myself”


정한별 학생(본과2학년)

연건학생지원센터/학생행정실은 인간에 대한 이해 및 통찰의 기회를 도모하고, 나아가 인격적으로 성숙한 의료인 및 의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목표의 일환으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열린 강좌 시리즈: Marronnier 2018”을 기획하였다. 6월 11일(월) 오후 5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행정관 3층 대강당에서 개최된 “Song of myself”는 그 첫 강좌로,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와 함께 위대한 인간을 위한 여정의 단계를 추적하였다. 행사에는 학생, 교수, 교직원 등 의과대학의 다양한 구성원이 참석하였으며, 서로 적극적으로 질문이나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강연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위대한 나 자신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할까? 배철현 교수는 이를 심연-수련-정적-승화 등의 네 단계로 나누어 인식한다. 우선 주위로부터 나를 분리해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하며(심연), 그 곳에서 마음을 단련해야 한다(수련). 그리고 충분한 수련을 거친 뒤에는 누에고치처럼 고요히 인내하여야만(정적) 나비가 되어 날아갈 수 있다(승화). 배 교수는 그 중에서도 앞의 두 단계에 관한 심도 있는 고찰을 엮어 최근 <심연: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과 <수련: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시간>이라는 두 권의 책을 출간하였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는 과정은 일종의 마라톤에 비유했다. 아무런 경험이 없는 사람이 갑자기 장거리를 달릴 수 없는 것처럼, 스스로를 단련하는 과정 또한 근육을 키우듯 꾸준하고 성실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시간의 의미를 재배열하는 투쟁이기도 하다. 그에 따르면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막연한 기다림의 대상이 아니다. 그보다는 내가 직접 데려와야 하는 대상이며, 직접 주도권을 행사하고 종결하는 완료형 시제에 가깝다. 이를 통해 인간은 모든 것을 과거에 박제하는 시간의 파괴성에 맞서며 스스로의 의미를 주장할 수 있게 된다. 본 강연의 제목이었던 “Song of myself”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이룩한 자아에 관한 Walt Whitman의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예배의 대상으로 여겨야 하며, 동시에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움직여야 한다.

열띤 박수 속에 강연을 마무리한 배 교수는 강연에 참여한 이들과 문답을 주고받으며 짤막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끊임없이 돌발적 상황을 맞닥뜨리는 병원 환경을 자아 수련을 위한 자양분으로 활용할 것을 권유했다. 또한 이 시점에 느끼는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인내할 것을 당부했다. 깨달음은 오랜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았을 때에야 비로소 설명할 수 있는 과정이므로 일순간에 모든 것을 실패로 규정하는 것도, 반대로 섣불리 수련의 완성을 선언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결국 시간 앞에 한없이 작은 존재다. 우리가 남긴 발자취는 시간이 지나면 과거가 되고, 이는 우리가 관여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미래에 의해 평가된다. 밀란 쿤데라는 우스꽝스러운 과거의 존재로 박제되어 잊히지도 못한 채 ‘불멸’하는 존재들을 다루었고, 윌리엄 포크너는 ‘시간을 정복하려는 투쟁 속에서 얻은 승리는 철학자들과 멍청이들의 환영일 뿐’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시간과의 싸움 속에서 우리는 미래라는 일종의 권력을 우리의 몫으로 만들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일까? 그의 저서와 함께 실마리를 찾아나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