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최인호 교수(정형외과학교실)



 자랑스런 서울의대와 서울대학교병원의 일원으로서 지난 33년은 제게 큰 영광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배웠고, 환자들과 주변동료들로부터 사랑 받으며 저의 학문적인 꿈과 도전을 이룰 수 있었기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1987년과 1988년 2년에 걸친 미국연수시절 밤낮으로 배우며 애썼던 기억이 먼저 떠오릅니다. 이후 귀국해 미국 연수기간 습득한 소아정형외과 분야의 최신지견과 술식을 전공의들에게 교육하고 환자들에게 적용하며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특히 제가 막 정형외과 과장이 되었을 무렵, 전국적으로 의약분업사태가 일어나 우리 병원에서도 장기간 파업이 지속돼 여러모로 가슴 아프고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박용현 원장님이 병원의 리더로서 의료계를 대변하며 당사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등 특유의 포용력과 친화력으로 사태를 원만히 해결해가신 것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아울러 1985년 10월 국내 최초로 어린이병원을 개원하고 이덕용 교수님을 모시고 소아정형외과 분야를 아시아 제일의 으뜸가는 센터로 만들어간 일 그리고 서울대학교병원이라는 브랜드에 힘입어 그 동안 해외학회에서 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된 것을 지금도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에게는 앞으로 다가올 도전을 헤쳐나가는 데 있어서 의사로서의 열정(Passion), 수행역량(Performance), 존재가치(Presence)라는 이른바 3P를 갖고 긍지를 느끼며 살아가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또한 젊은 후학들 역시 우리 모두는 인생의 일정기간을 ‘서울대학교병원호’를 타고 가는 승객일 뿐, 결코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병원을 위해 서로 협력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각자의 영역에서‘Win-Win Spirit’을 실천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와 미션을 다해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정년 후에는 중앙대학교병원에서 일을 계속해나갈 예정입니다. 이곳에는 평소 존경하던 선배님들께서 몇 분 계셔서 외롭지 않을 듯 합니다. 또한 아직 마무리 못한 프로젝트들을 정년 후에도 후학들과 함께 완성해보고 싶습니다.

1976년 서울의대 졸업
1984년 서울의대 교수
2004년 대한소아정형외과학회 회장
2006년 대한골연장변형교정학회 회장
2007년 아시아태평양 소아정형외과학회 회장
2009년 대한정형외과학회 이사장
2010년 제5차 세계소아정형외과학회 조직위원장




김중곤 교수(소아과학교실)



 그 동안 대학로 연건동에서 환자들은 물론, 학생들, 전공의들과 어울리며 지내다 떨어져서 살아간다니 허전하고 섭섭한 마음이 듭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제게 주어졌던 시간들을 나름대로 열심히 지내고 이제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평생을 희귀난치성환자들 그 중 선천성면역결핍환자들을 진료해왔고, 결과적으로 국내에서는 제일 열심히 치료하고 진료하는 병원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당시만해도 이쪽 질환을 전공하는 사람도 적었으며, 조혈모세포이식은 공여자 확보 등 상당히 제한적이라 치료법 역시 딱히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돌파구로 관악캠퍼스 김선영 교수팀 그리고 소아청소년과 안효섭•강형진 교수팀과 10년 넘게 준비해서 지난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유전자치료를 시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외국에서 여러 학자들이 병원에 와서 치료방법을 논의하고 연구도 같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와 함께 제가 중앙연구실험부장, 연구개발부장 등을 맡으며 의생명연구원의 전신인 임상의학연구소 건립과 연구공간 운영계획을 수립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당시 1998년 연구소 준공을 앞두고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공간활용을 위해 연구공간에 대한 공개념을 처음 도입해 밤새 토론하며 운영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지금 매년 실시하고 있는 연구공간에 대한 심사는 바로 이때 정립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병원에는 교육과 연구 그리고 진료가 같이 조화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합니다. 교육과 연구의 바탕이 되는 진료를 해야 하며, 진료를 통해 교육을 하고 또 진료과정에서 나오는 문제점은 연구를 통해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즉, 교육과 연구를 연계할 수 있는 진료시스템을 꾸준히 구축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학생들 역시 진로선택 시, 경제성에 목표를 두지 말고 사회에 봉사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진심으로 환자를 돌볼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의사가 되어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정년 후에는 환자진료를 계속해나가며 그 동안 가질 수 없었던 시간적 여유를 누려볼까 합니다. 또한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생명윤리’나 ‘인권문제’들이 우리 사회에 올바르게 정착될 수 있도록 제게 주어진 역할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1976년 서울의대 졸업
1988년 서울의대 교수
2006년 대한소아임상면역학회 회장
2009년 강원대학교병원장
2010년질병관리본부 희귀난치성질환센터 센터장
2014년 대한소아과학회 회장




서정선 교수(생화학교실)



 1970년 의과대학에 들어와서 성인 이후 거의 모든 시간을 연건캠퍼스에서 보냈습니다. 그 오랜 시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모든 것이 좋았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게는 축복과도 같은 시간이기에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리며, 행여나 저로 인해 서운함을 느낀 분이 있다면 이 자리를 빌려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1976년 졸업 후 남들이 잘 가지 않던 기초의학인 생명연구 및 생화학 분야를 택했습니다. 당시 주변부에 머물러있던 국내 의과학을 세계무대로 끌어올리겠다는 오기와 열망이 있었죠. 결국 2009년 우수한 학생들과 팀을 이루어 서울의대 역사상 처음으로 ‘네이처(Nature)’에 ‘한국인 고해상도 전장게놈 분석’이라는 논문을 싣게 됐습니다. 당시 새벽에 논문게재 확인메일을 받고 멍하니 아침까지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며 굉장히 기뻐했던 순간이 생생합니다. 특히 2016년에는 ‘신생 조합 방법에 의한 최고 완성도의 인간 표준 유전체 수립’을 역시 네이처에 게재했는데, 지금까지 나와있는 게놈 유전체지도 중 가장 정확하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우리 한국유전체연구소(GMI SNU)의 위상을 세계무대에 확고히 하게 됐습니다. 특히 네이처 및 자매지에 총 12편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네이처로부터 심사위원(Reviwer) 요청을 받아 논문을 심사할 때는 세계의 중심에서 평가하고 바라보는 시각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제자들에게는 선도자(First Moover)로서 세계무대에서 활약해나가기를 기대합니다. 과거 국내 의학계는 한동안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선진의술을 도입하고 적용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당당히 세계의 중심으로 나아가 새로운 것을 리딩함으로써 세계인으로부터 존경 받는 대학을 만들며 국내 의학발전을 이끌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직접 부딪혀가며 경험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되며, 대학 역시 젊은 세대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시스템을 갖추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정년 후에는 22년전에 설립하여 과기부의 인가를 받은 공우생명정보재단에서 정밀의학보급사업을 해나가려고 합니다. 45억 아시아인의 BRCA 무료검진사업을 시작으로 유전정보를 이용하여 질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을 계속할 계획입니다.

1976년 서울의대 졸업
1983년 서울의대 교수
2005년 한국유전체학회 회장
2008년 한국생화학분자생물학회 회장
현재 한국바이오협회 회장
현재 공우생명정보재단 이사장




노정일 교수(소아과학교실)



 1970년대 초반 이곳 대학로연건캠퍼스로 와서 40여년을 보냈습니다. 지나온 시절에 비해 이루어놓은 것이 많지는 않은 듯해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을 맞게 되어 사뭇 앞으로 펼쳐질 일들이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지난 시절을 돌아보면, 복잡한 심장병으로 태어난 아기가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후 오랜 기간의 치료과정들을 거쳐 성인이 되어 결혼도 하고 또 자녀를 출산해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을 볼 때 가장 큰 긍지와 보람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전공분야의 특성상 소아심장은 태아기부터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고 요즘은 85~90% 이상이 생존해서 성인연령에 이르기 때문에 인간 삶의 전반부를 책임지고 있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한 인간이 태어나 성장해나갈 때에는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선천성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군에서는 부모와 의료진 그 중 소아심장전문의사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심장질환 자체뿐 아니라, 소아기에서 사춘기 그리고 성인으로 커나가는 발달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기에 소아심장전문의들은 한 인간의 삶에 대한 책임감과 함께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태어나면서부터 아픔을 딛고 어엿한 성인으로 성장하기까지 오랜 기간 보고 느끼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일이기에 저 역시 그 중요성을 좀 더 일찍 깨닫지 못했던 것이 아쉽습니다.

학생들과 전공의들에게는 항상 학구적인 태도(Scientific Mind)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줄 것을 당부 드립니다. 우리 서울대학교병원은 대한민국 의료의 리더로서 무엇보다 학문적 수월성에 그 본질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의료환경이 외부적인 요인들로 인해 그 본질이 훼손될 소지가 다분한 만큼, 언제나 배움의 자세로 학문적인 리더로서의 역할을 이어가 주시길 바랍니다. 선천성심장질환을 겪었던 환자들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30대 전후의 성인이 되었습니다. 선천성심장질환은 아주 단순한 질환이라도 유소년기를 거쳐 향후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큼, 정년 후에도 이 분야의 학문적인 진료체계를 세워나가는 데 힘쓰겠습니다.

1977년 서울의대 졸업
1985년 서울의대 교수
2009년 대한소아심장학회 회장
2010년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