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퇴임사]

정년교수퇴임사

본 퇴임사는 서울대학교병원보 2022년 8월호에 실린 인터뷰 내용과 동일합니다.


구경회 교수(정형외과학교실)

1982년 서울의대 졸업
2003년 서울의대 교수
2012년 국제무혈성괴사학회 회장
2017년 대한고관절학회장
지난 20년간 서울의대에 근무하는 동안 저와 함께 일해주신 동료교수 그리고 전공의, 전임의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2003년 개원한 이후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 분당서울대병원의 직장 동료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연구하는 국제무혈성괴사학회(ARCO) 회장을 역임하였습니다. 특히 제가 집필한 대퇴골두 무혈성괴사 교과서(독일 스프링거 출판사)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의학도서가 되어 전 세계 정형외과 의사들의 교과서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 큰 보람으로 남았습니다. 또한 2015년 아시아인 최초로 관절분야에 있어 세계적인 학술지인 영국골관절학술지, 2019년에는 미국관절수술학술지의 편집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한 기억이 있습니다. 환자분들은 우리에게 소중한 몸을 맡겨 주신 소중한 고객이자 또한 우리를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인 만큼, 우리 후학 여러분들은 그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합시다. 퇴임 후 9월 1일부터는 강남구 청담동 소재 제일정형외과병원 K-관절센터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박광석 교수(의공학교실)

1980년 서울공대 졸업
1985년 서울의대 교수
2001년 생체계측 신기술 연구센터 소장
2014년 대한의용생체공학회 회장
1979년 공과대학 학부 4학년 때 민병구 교수님의 손에 이끌리어 처음 연건캠퍼스에 발을 디뎠습니다. 의공학이 모두에게 생소하던 시절부터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맺고, 그 열매가 또 씨를 뿌려 열매 맺기를 반복한 지난 40여 년간, 의공학은 병원과 대학에서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하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성장과 발전의 과정에서 의공학과 교직원들과 함께 참여하였다는 것에 대하여 자부심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의공학의 현재와 같은 발전에는 서울대병원 의공학과가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병원 의공학과 재직 중에 진행한 여러 사업 중에서 의공학과 직원들과 함께 북한을 방문해 북한의 의료기기 지원사업을 펼친 기억이 가장 또렷하게 남습니다. 의공학과 교직원들은 더욱 분발하여 병원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임해주시고 다른 교직원들도 지금과 같이 의공학을 꾸준히 지원하고 성원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퇴임 후에도 그동안의 교육 및 연구경험을 살려 연구 및 기술개발 지원 그리고 집필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채동완 교수(내과학교실)

1982년 서울의대 졸업
2004년 서울의대 교수
2011년 분당서울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
2019년 대한신이식연구회 회장
34년 전 좋은 의사가 되겠다는 막연한 마음으로 학창시절을 시작한 연건캠퍼스에서 이제 은퇴식을 앞두고 있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학생시절과 수련의 시절 저를 가르쳐 주시고 이끌어 주셨던 여러 스승님들처럼 제가 학생들과 수련의들에게 좋은 도움이 되었던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신장내과 의사로 활동을 시작하였던 1990년대에 많은 신장병 환자들이 특별한 치료가 없어 도움을 드릴 수 없어 많이 좌절하였습니다. 고민 끝에 미국 하버드대학에 무작정 연구전임의로 지원하여 이식면역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배우고 귀국하여 강동성심병원 및 분당서울대병원의 신장이식프로그램을 확립하였고 분당서울대병원에서 5년 이식신생존율이 97%를 상회하는 성적을 이루어 낸 것이 가장 뜻깊은 일이었습니다. 후학들은 환자와 학문에 대한 한없이 겸손한 마음을 바탕으로 항상 유연하고 진취적으로 변화를 수용하고 선도하셨으면 합니다. 퇴임 후에는 일단 쉬면서 아내와 여행도 다니려고 합니다. 궁극적으로 2차병원에서 신장환자를 진료하려고 합니다.




김규한 교수(피부과학교실)

1982년 서울의대 졸업
1993년 서울의대 교수
2011년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회장
2015년 대한천식 및 알레르기학회 회장
한마디로 시원섭섭합니다. 교수로 근무할 때는 항상 뭔가 새로운 연구, 치료, 효과적인 환자치료 등을 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같은 것이 있었는데 이제 이런 데서 해방된다는 안도감이 있습니다. 한편, 평생 다니던 직장을 제도상 그만두어야 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하니 섭섭한 마음이 크기도 합니다. 치료가 잘 되어 환자와 부모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리고 멀리 지방에서 내원하는 어린 혹은 애기환자들에게 치료는 물론, 가지고 있던 보습제까지 개인적으로 보내주면 열심히 치료 후 내원하여 매우 호전되었다고 했을 때가 가장 보람이 있었습니다. 제자들에게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말은 모든 사람들이 하는 당연한 얘기이긴 합니다. 서울의대, 서울대병원이라는 자리가 어쩔 수 없이 이런 환경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가능한 가족들과 좀 여유를 가지고 여행도 하고 대화도 하는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퇴임 후에는 다른 2차병원에서 주 2회 정도 근무하면서 계속 환자진료를 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는 부족했던 운동과 여행을 하고자 합니다.




황응수 교수(미생물학교실)

1983년 서울의대 졸업
1991년 서울의대 교수
2012년, 2016-2017년 대한바이러스학회 회장
2016년 한국미생물학회연합 회장
2019년 대한백신학회 회장
퇴임한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습니다. 매년 퇴임하시는 선배 교수님들을 봐왔으면서도 정작 나에게 정해진 일정대로 정든 곳에서 마무리 짓고 떠나야 하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마무리짓지 못한 일들을 학교에 남겨놓아야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의미 있는 기억이라고 하면, 오랫동안 현실에서 도외시되었던 바이러스학 분야에서 조교 때부터 교수 정년까지 계속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특히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제 감염병 네트워크를 확립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글로벌감염병센터를 설립하여 운영하였던 일입니다. 끝까지 책임지고 환자를 돌본다는 것이 서울대학교 정신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정신이 계속 유지되고 실행될 수 있도록 학교와 병원에서 서로 독려하고 협력해서 이끌어갔으면 좋겠습니다. 퇴임 후에는 학교에서 마무리짓지 못한 바이러스 관련 일을 학외 연구소와 기업에서 이어서 할 예정입니다.




이춘택 교수(내과학교실)

1982년 서울의대 졸업
1988년 서울의대 교수
2003년 분당서울대병원 폐센터장
2014년 분당서울대병원 스누비안나눔후원회장
우선 무사히 정년을 맞이하였다는 안도감을 느끼지만 좀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교차합니다. 그러나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서울대병원 및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로 정년을 맞을 수 있게 되어 큰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향후 인생의 제2막을 후회없이 지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창립멤버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개원 초부터 호흡기내과와 흉부외과 중심으로 혈액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가 폐센터를 이루어 발전해나간 국내 최초의 병원입니다. 특히 우리 폐센터는 여러 과가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갈등없이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저도 이 과정의 주역의 한 명으로 일해왔다는 점이 자랑스럽습니다. 제자들에게는 마지막 강의에서 강조하였듯이 의사가 되던 날의 초심을 의사 마지막 날까지 유지하고 항상 진료를 하면서 의문점을 가지고 연구하시길 당부 드립니다. 퇴임 후에도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외래진료의로서 계속 근무할 예정입니다. 이전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므로 건강관리에 유의하면서 새로운 취미생활도 즐기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려고 합니다.




백구현 교수(정형외과학교실)

1982년 서울의대 졸업
1995년 서울의대 교수
2015년 Editor-in-chief, The Journal of Hand Surgery Asian-Pacific Volume
2019년 세계수부외과학회연맹 사무총장
관악캠퍼스에서 2년간의 예과과정을 수료하고, 1978년 의학과 1학년으로 처음 연건동 캠퍼스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 세월이,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듯 푸릇푸릇하던 청년을 할아버지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정신없이 살아오다 정년퇴임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그간의 내 삶의 궤적(軌跡)을 뒤돌아보았습니다. 여러 추상(追想)들이 순서없이 떠오르고 겹쳐졌습니다. 다행히도 노여움, 슬픔, 미움보다는, 기쁨, 즐거움, 사랑에 대한 기억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학문과 명예에 대한 욕심(慾心)은 남달리 많았지만, 재물(財物)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최고의료책임자로서 의료진과 동고동락하며 지냈던 시절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교수로서 학자로서 연구는 나라와 대학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연구’보다 ‘교육’을 통해 훌륭한 의사, 의학자를 배출하는 것이 국가와 대학의 미래를 위해 더 중요합니다. 이러한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학의 궁극적 목표인 병자들에게 베푸는 ‘양질의 진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후학들은 부디 이 점을 명심해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퇴임 후에는 제자들이 운영하는 정형외과 전문병원에서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좀 더 일할 생각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