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마당 - 학생기고1]


한희원 학생(본과2학년)

매달 서울의대에서는 수많은 논문이 발표되고 저명한 학술지에 실린다. 이러한 연구들이 모이고 모여 새로운 치료법, 의학기술을 탄생시키고 더욱 건강한 삶, 그리고 더 나아가 더욱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데 이바지한다.

한 편의 좋은 논문을 출판하기 위해서는 오랜 연구시간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노고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대학원생들의 시간과 노력이 없었다면 수많은 논문이 빛을 발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8월호에서는 열심히 연구에 임하고 있는 대학원생 두 명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였다.



김지현 대학원생 인터뷰


김지현 대학원생

Q. 간단한 자기소개?

A. 의과학과 대학원 석박통합과정 6학기째 다니고 있는 김지현입니다.


Q. 현재 전공에 대한 소개와 전공 선택의 동기는?.

A. 의과학 전공이고 세부전공은 면역학입니다. 면역학은 다양한 질환과 관련된 면역계의 기능과 면역세포의 작용기전을 밝히고 면역조절을 통해 치료법 등을 모색하는 학문입니다. 이 전공을 선택하게 된 동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질환들이 대부분 면역 관련 질환이고, 이 분야에 대해 연구를 하게 된다면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데에 어느정도 이바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정신없이 바쁜 대학원 생활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A. 9시에 출근해서 아침 미팅이 있는 날에는 미팅을 하고 미팅이 없는 날에는 바로 동물실에 갑니다. 동물실에서 마우스 정리 및 마우스 실험을 하고 돌아오면 대부분 오전이 지나가고 점심을 먹습니다. 점심을 먹고 와서는 실험을 진행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여러 실험실 일을 하다가 보면 어느새 저녁 시간이 됩니다. 그러면 또 저녁을 먹고 와서 남은 실험을 정리하거나 다음날의 실험을 준비하고 퇴근을 합니다. 보통 8~9시에 퇴근을 하고 운동을 하고 집으로 갑니다.


Q. 대학원생활과 학부생활의 차이점은 어떤 것이 있나?

A. 대학원과 학부생활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공부의 내용인 것 같습니다. 학부생 때에도 전공을 선택해서 배우기는 하지만 그 외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과목에 대해 수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반면, 대학원생은 한 가지의 전공을 가지고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하는 것이 다른 것 같습니다.


Q. 랩 선택을 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어떤 것이 있나?

A. 랩 선택에 있어서는 교수님과 잘 맞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실 학부생으로서는 잘 파악하기 힘든 부분이긴 한데, 인턴 등의 경험을 하면서 교수님의 성향을 파악하고 잘 맞는 실험실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외에도 전체적인 실험실 분위기와 랩 구성원들과 잘 맞는지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연구실 선후배나 지도교수와의 관계는 어떤가?

A. 연구실 사람들과 교수님의 관계는 좋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께서 학생들을 많이 배려해주시고 학생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 주십니다. 저는 방장으로서 지도 교수님과 학생들 사이의 소통이 잘 이루어질 수 있게 노력하고 있고, 실험실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 중에서 의견이 잘 안 맞을 때도 있지만, 저 나름대로는 서로 다른 의견들을 잘 조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공부를 왜 더 하고 싶은가? 어떻게 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나?

A. 공부를 즐겁게 한다기보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습니다. 물론 공부가 재미없고 하기 싫고 이런 건 아닙니다. 공부를 하다가 막히던 부분에 대한 해답을 찾았을 때, 연구 결과가 내가 세운 가설과 맞을 때, 그리고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할 때 좀 더 동기 부여가 되고 계속 공부를 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Q. 대학원 졸업 전 세우고 있는 목표들, 1~2년 사이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A. 일단 졸업 전에는 다양한 실험 기법들을 익히고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모두 정리하는 게 목표입니다. 좋은 논문을 내서 대학원 졸업 이후에 직업을 찾거나 해외에 공부를 하러 갈 때, 제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저 스스로 역량을 키우는 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목표는 졸업 전에 결혼을 하는 것입니다^^.


Q. 대학원 졸업 후 계획은?

A. 졸업 후에는 아직 어디로 갈지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해외로 박사 후 과정을 하러 나가려고 합니다. 최종 목표는 연구책임자가 되어 저의 실험실을 꾸려나가고 싶고, 제 랩이 생긴다면 좀 더 치료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과학 발전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좀 더 효율적이고 저렴한 치료제 등을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이정하 대학원생 인터뷰


이정하 대학원생

Q. 간단한 자기소개?

A.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의과학과 최무림 교수님의 실험실에 입학한 신입생 이정하입니다.


Q. 현재 전공에 대한 소개와 전공 선택의 동기는?

A. 저희 랩은 여러 질병의 분자 생물학적 발병 원인과 그 기전을 유전학을 바탕으로 이해하고 설명하려는 곳입니다. 제가 이런 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특정 유전 변이가 어떤 기작을 통하여 질병 발생을 일으키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질병과 관련한 생물학적 연구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런 특정 상 dry와 wet실험을 둘 다 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Q. 정신 없이 바쁜 대학원 생활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A. 우선 출근을 하고 연구를 하다 다 같이 점심을 먹고 다시 연구하는 식인데요. 저희 랩은 출퇴근 시간이 정확히 언제라고 정해져 있지 않아 다들 편한 시간대에 와서 연구하십니다. 그래서 저는 연구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연구실 밖에서의 저의 생활도 잘 보내며 지낼 수 있는 거 같습니다.


Q. 대학원생활과 학부생활의 차이점은 어떤 것이 있나?

A. 음…. 가장 큰 차이점은 시간 관리인 것 같습니다. 학부생 때에는 제 시간의 대부분은 수업이 있었고 남은 시간엔 숙제나 시험공부를 하는 식으로 보내도 별 문제 없이 시간이 지났지만, 대학원생이 되면서 수업 일수도 줄어들고 저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또 다른 점은 배우는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데요, 학부생 때는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아 무언가를 배워 갔지만, 대학원생이 되니 선배들이나 교수님께 물어서 배워가는 것도 있지만 혼자서 공부해서 알아가야 하는 것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Q. 랩 선택을 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어떤 것이 있나?

A. 랩을 선택할 때에는 무엇보다 정확히 그 랩이 어떤 연구를 하는 랩인지를 알고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관심이 가는 랩이 생기면 인턴을 해보는 식으로 알아 가는 게 좋은 방법이 되겠죠.


Q. 연구실 선후배나 지도교수와의 관계는 어떤가?

A. 먼저 교수님과 랩 구성원들과의 관계는 매우 돈독합니다. 저희 교수님은 항상 열려 계시고 담당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 개별 지도를 해주십니다. 저희 랩은 구성원들이 각자의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에 프로젝트를 혼자 끌어나가는 데 교수님의 지도가 큰 도움이 되고, 다양한 논의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끌어나가는 데에는 랩 구성원들의 도움도 많이 받습니다. 랩미팅을 하면서 조언과 다양한 방안들을 들을 수 있고, 미팅 때가 아니더라도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항상 도움을 주시기 때문입니다. 이에 각자의 프로젝트가 있지만, 모두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지 알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분위기입니다.


Q. 공부를 왜 더 하고 싶은가? 어떻게 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나?

A. 프로젝트를 맡아 하다 보면 이 프로젝트 자체가 지니는 의미도 있지만 이를 연구하면서 유전학 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는 것이 느껴질 때, 공부를 더 하고 싶어지는 것 같습니다. 공부하다 보면 질리고 언제 선배들만큼이나 할 수 있을 까란 생각에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전보다 나아진 지금을 느끼면 거기에 힘을 받아서 조금이나마 기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는 거 같습니다.


Q. 대학원 졸업 전 세우고 있는 목표들, 1~2년 사이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A. 졸업 전에 세운 큰 목표들은 딱히 없지만, 제가 맡은 프로젝트를 하나씩 해 나가면서 유전학에 대한 저의 지식의 영역을 넓혀가며, 졸업할 때쯤에는 유전학을 연구하는 데 있어 이에 대한 어느 정도의 저의 구체적인 의견이 잡혀 있기를 바랍니다. 1~2년 사이에 하고 싶은 것 보다는 해야 하겠다는 것은 영어회화입니다. 일 이년 뒤에는 랩미팅 때 하는 영어 발표가 지금보단 유창해져 있으면 좋겠습니다.


Q. 대학원 졸업 후 계획은?

A.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아마 박사 후 연구원으로 연구를 계속할 것 같습니다.



[공감마당 - 학생기고2]

음악이 들려오는 곳을 찾아가다.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향악단 제 48회 정기연주회 준비 현장


정한별 학생(본과2학년)

“소리가 뭔가 이상한 것 같은데……”
“이 화음 맞아?”
“도하고 파#이 원래 이런 소리인가……”


함께 소리를 맞춰보던 호른과 트롬본 주자가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두 악기가 만드는 증4도 음정이 낯선 듯했다. 어떻게 연주해 보아도 미묘하게 어색한 화음과의 씨름은 그 이후로도 한참 이어졌다.

학기를 마무리하고 여름 방학에 돌입한 연건 캠퍼스에서는 연일 음악이 흘렀다. 소중한 방학도 반납한 채 불과 2주 남짓 앞으로 다가온 공연을 준비 중인 의과대학 교향악단의 연습 소리다. 오케스트라 특성상 악기의 종류 및 인원이 워낙 많은 탓에 캠퍼스 곳곳에 흩어진 이들은 주 5회, 하루 평균 7시간에 달하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연습이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특히 이번 공연에 연주될 드보르작 교향곡 9번과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은 양날의 검 같은 선곡이다. 서양 고전 음악에 관심이 낮은 이들에게도 친숙할 만큼 직관적인 선율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아는 곡’을 연주하는 것은 그자체로 상당한 부담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게는 그것이 어떤 곡이든 큰 도전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원들의 눈빛은 밝게 빛났다. 각 악기 파트별 연습을 마친 단원들은 저녁 식사 이후 7시부터 행정관 대강당에 모여 전체 연습을 진행했다. 장시간의 일정에 지친 기색도 역력했지만, 일단 연주가 시작되자 금세 호흡을 정돈했다. 오늘은 드보르작 교향곡 9번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려는 듯했다. 정확하고 통일된 음정을 내는 것부터, 빠르기와 셈여림 등 서로와의 약속이 필요한 구간을 확인하는 등 음악을 완성해가는 각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단원이 아닌 이상 전체 연습을 참관할 기회가 그리 흔하지는 않다. 일부 유명 교향악단의 경우 주요 공연 직전에 유료로 리허설을 공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공연 당일 현장에서 접한 최종 결과물로 연주자를 판단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특별하고 즐거운 체험이었다. 아마추어 연주자들에게 과정은 때때로 결과 이상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아직 소리를 맞춰가는 단계라 연습을 보여드리려니 좀 부끄럽네요.”

연습을 마치고 정리를 하던 남명우 반장이 멋쩍게 웃었다. 그렇지만 진중함이 배어있는 얼굴이었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약 70명의 단원들이 방학 동안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우리의 소리’를 만들어보고자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

뒤풀이겸 치킨을 먹으러 가는 단원들을 보며 웃음이 났다. 하루 종일 연습에 시달리고도 언제 힘들었냐는 듯 치킨 이야기로 눈을 반짝이는 그들 사이로 순수한 마음이 관통하고 있었다. 공연이 분명 성공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주 뒤 그들을 다시 만난 곳은 서울대학교 문화관 대강당이었다. 방학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로 붐비는 로비에는 연주복을 차려입은 단원들도 일부 보였다. 설렘과 흥분, 긴장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인연이 닿아 맥락이라는 것이 생기면, 공연을 관람하는 마음가짐 역시 달라지기 마련이다. 어떤 부분에서 부침이 있었는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보다 이 공연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주 직전 악장의 주도 하에 조율을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덩달아 긴장이 되었다. 어색했던 그 화음이 유려하게 어울리기를, 이따금 등장하는 악기별 단독 연주 구간을 실수 없이 해내기를 빌어보았다.

오케스트라는 베토벤의 피델리오 서곡으로 공연의 막을 올렸다. 그리고는 무대 위 극단적인 긴장감을 이겨내고 90여 분에 달하는 레퍼토리를 끝까지 완주해냈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인터미션 뒤의 드보르작 교향곡 9번까지, 2주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미묘하게 어긋나던 음정들이 한결 정돈되었고 지휘자를 따라 기민하게 악상을 조절하는 능숙함도 보였다. 짧은 기간 동안 그들이 기울였을 노력을 짐작케 했다.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 재학 중인 김경민 협연자 역시 인상적이었다. 오케스트라를 배려해 빠르기나 타이밍 등을 맞추어 나가면서도, 카덴차(협연자의 독주 구간)에서는 거침 없이 기교를 과시했다.

앵콜로 연주된 헝가리 무곡 5번을 끝으로 공연이 마무리되자 관객은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단원들의 얼굴에 후련함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다. 무대 위 압박감 속에서는 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이었던 구간에서조차 실수가 나오기 쉽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 의미가 조금도 훼손되지 않는, 반짝이는 연주였다. 무엇보다 프로 연주자들이 종종 잊곤 하는 가치들을 그들의 얼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이 무척이나 특별하고 소중하다는 확신이었다. 가장 흔히 연주되는 곡들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새롭게 느껴졌던 이유다. 누구보다 짧고 강렬한 단원들의 여름 방학이 그렇게 끝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