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마당]

축제와 함께한 눈부신 봄날을 즐기며

의과대학 부학생회장 김동욱(의예과 2학년)


지난 5월 17일에 관악캠퍼스 풍산마당 및 버들골에서 의대, 치대, 간호대 연합축제 ‘SMUF’가 개최되었습니다. ‘SNU Medical Union Festival’이라는 뜻으로 3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된 이번 축제는 학생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의대, 치대, 간호대 학생들뿐만 아니라 서울대의 타 학과 학생들까지도 방문하여 운영진의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 500명가량의 학생이 참여할 정도였습니다. 

3년 만에 열린 대면 축제의 무대에서 의과대학 학생들은 눌려왔던 끼를 마음껏 뽐냈습니다. 남신우 학우의 개인 공연으로 시작된 공연 1부에서만 의예과 학생들이 6팀이나 참가했습니다. 김민성과 김범진 학우는 밥도둑이라는 이름으로 자작 랩을 공연하여 무대를 뒤집었고, 각각 4개의 중앙동아리에 속한 의예과 학우들도 공연으로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습니다. 의대 밴드동아리 메직, 댄스동아리 프리즈가 참가한 2부 공연에서는 각종 응원 피켓까지 등장하여 연예인이 공연하고 있는지 헷갈릴 정도로 엄청난 응원 열기를 선보였습니다. 

축제 안의 각종 부스에서도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미니게임 챌린지’ 부스에서는 같이 온 친구들끼리 서로 승부욕에 불타오르다가도, 한 팀이 되어 스태프와 게임을 하는 ‘스태프를 이겨라’ 부스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 몸처럼 움직였습니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블라인드 3:3 미팅’ 부스에서는 새로운 인연에 대한 설렘으로 두근대다가도, 자기소개하고 보니 같은 과 선배여서 황급히 다른 과라고 둘러댔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이벤트는 학생들의 추억에 향기를 더해주었습니다. 메디컬 학과의 연합축제라는 컨셉을 살린 약 봉투 입장권은 축제 당일 SNS에서 최고의 인기 아이템이었습니다. 물총 싸움의 시원함은 때 이른 무더위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습니다. OX 퀴즈에서는 학교에 다니면서도 알지 못했던 각종 놀라운 지식에 눈이 휘둥그레지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보물찾기, 무대 기습 친목 게임, SNS 공유 이벤트, 참가자 경품 추첨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어 지루할 틈이 없는 축제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사실 축제를 준비할 때는 혹시 망하지 않을까 정말 걱정이 많았습니다. 3년 동안 축제가 없었다 보니 축제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사람도 없었고, 남아있는 자료도 드물었습니다. 매주 금요일 밤에 모여서 새벽까지 몇 시간이나 마라톤 회의를 하면서도, 이렇게 축제를 추진하는 것이 맞는지 회의감에 휩싸이기도 하였습니다. 다행히 너무나도 많은 학우가 축제를 재미있게 즐겨주었고, 축제에 대한 걱정으로 시름시름 앓았던 제 마음도 학우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뿌듯함으로 가득 찰 수 있었습니다.

작년만 해도 꿈꾸지 못했던 순간들이 어느새 현실로 다가와 있는 요즘입니다. 힘들게 준비했던 축제지만, 힘들었던 만큼이나 즐거운 기억이 많았던 축제였습니다. 3년 만에 찾아온 대면의 향기 속에, 이번 축제가 모두에게 눈부신 봄날 추억의 한쪽으로 남기를 소망합니다.


 

나는 의(醫)로운 군인이다

대외협력실 학생장 유태웅, 최수연(의학과 3학년) 

‘국가를 위해서’라는 문장은 문장의 길이처럼 간단한 생각을 담고 있지 않다. 스스로를 희생하면서까지 국가를 위해 충성하겠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결코 누구나 품을 수 있는 각오는 아니다. 나라를 위해 몸바친 순국선열들의 얼을 지키고 따르기 위해서 지금도 우리 또래의 수많은 젊은 청춘들과, 평생 국가에 충성을 맹세한 국군 장병들이 애쓰고 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군인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특별한 도전을 하는 군의관 위탁교육생들이 있다. 6월 순국선열의 달을 맞이하여, 군의료시스템의 발전을 위해서라는 결연한 각오로 무장하고 의료 전선에 뛰어든 젊은 장교들을 만나보도록 하겠다.

 

1.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준영: 안녕하세요! 저는 의학과 3학년 안준영이고, 육사 출신 대위입니다. 

정인구: 안녕하세요, 저는 육군사관학교 75기 졸업생이자 중위 정인구입니다. 안준영 선배와는 1년 차이로 현재 의학과 2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안도혁: 안녕하세요. 저는 의학과 2학년 안도혁이고, 육군사관학교 75기 졸업생이자 중위입니다. 

 

2. 군의관 위탁교육생은 어떤 제도인가요? 

안준영: 군의관 위탁교육생 제도는 기본적으로 우수한 역량과 자질을 가진 군인들을 선발하여 장기 군의관으로 양성하는 제도입니다. 그리하여 국군 장병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장병들의 건강을 책임져 전투력을 보존할 뿐만 아니라, 군의료시스템의 발전을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국가 안보에 기여하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정인구: 군의관 위탁교육생의 경우, 각 군에서 소위에서 중위 사이의 장교들 중 매년 8-10명 정도를 선발하게 됩니다. 우선 군에서 1차적으로 대학 성적, 군에서의 근무 평점, 기타 지휘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서류, 면접 과정을 거쳐 후보자들을 선발합니다. 이후 각자 각 대학의 편입 전형에 지원하여 합격하게 되면 그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됩니다. 졸업 후에는 타 의사들처럼 레지던트 과정을 거친 후 군으로 복귀를 해서 군의관으로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3. 군의관 위탁교육생 제도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안준영: 저는 생도 때 다쳐서 군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본 적이 있고, 소대장 때는 훈련을 하면서 다친 소대원들을 보살펴 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경험을 하며 건강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양질의 군의료서비스의 필요성을 직감했습니다. 저는 장병들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것도 군에 헌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길이며, 전투력을 발휘하는 것만큼이나 전투력 보존이 국가 안보에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군의료시스템에 대한 군인들의 신뢰가 있어야 그들이 용기를 가지고 전투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군의관 위탁 제도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안도혁: 사실 안준영 선배와 동기가 거의 비슷합니다. 저도 제가 소대장일 때 다쳤던 용사에 대한 군에서의 조치를 보면서 많이 부족한 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현 군의료시스템을 더 개선시킬 수 있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이 교육에 지원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정인구: 일반의료와 군의료의 다른 점은, 현장에서 전투를 하는 사람들과 치료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 넓은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즉, 현장에서의 응급처치와 이송을 했을 때의 외상 처치까지 모든 과정들이 조화를 이루어야만 위급한 환자의 목숨을 살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중간의 간극에 해당하는 부분들이 다소 결핍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전세계적으로 군 응급처치를 선도하고 있는 미군이 매년 TCCC (Tactical combat casualty care)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데, 저도 그런 역할에 보탬이 되고 싶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4. 의과대학에서의 생활로 넘어와서, 낯선 환경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일까요? 

안준영: 저는 1학년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정도의 막대한 학업량과 수많은 시험들, 생소한 의학용어들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2학년 때부터 익숙해지자 즐기면서 공부를 할 수 있었고 학우들의 도움으로 잘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감도 많이 생겨 토론, 실습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인구: 저는 고교를 졸업 후 바로 육군사관학교에 진학을 하고 졸업 후 야전부대에서 근무를 했기에, 벌써 군조직 내에서 생활한지 8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래서 저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지내던 동기들과 처음엔 무슨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가 막막해서 동기들에게 잘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안도혁: 저도 학업 면에서 부담을 많이 느꼈는데, 고등학교부터 시작해서 육군사관학교까지 총 7년간 문과에서 공부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와서 처음으로 이과를 접했고, 1학년 때 배우는 기초의학 관련 과목 중 특히 생화학 과목에서 구조식을 보았을 때 잘 이해하지 못해서 한문 외우듯이 모양만 외웠던 기억이 있는데, 그런 점들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5. 힘든 일도 있지만 좋은 일도 많았을 거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안준영: 저는 작년 10-11월쯤에 동기 10명 정도를 데리고 낙산 공원 쪽에서 매일 밤마다 달리기를 했었습니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친구들과 같이 땀을 흘리면서 친구들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는 모습도 보았고, 저도 예전에 소대원들을 이끌고 운동을 하던 기억이 나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마치 전우애가 생기는 것처럼 동기들과 친해질 수 있어서 정말 재미있게 운동을 했던 것 같습니다. 만약 가능하다면 올해도 한 번 더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정인구: 저는 기숙사의 같은 층에 동기들이 살고 있는데, 친구들이 시험 기간에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럴 때 친구들에게 가서 초콜릿이나 과자 같은 간식들을 나누면서 동기간의 정을 느낄 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안도혁: 저는 지금 축구부에 들어가 있는데, 예전에 부대에서 축구를 할 때는 계급 때문에 즐겁게하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반면에 여기는 동기들과 축구를 하다 보니까 즐겁게 공을 찰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6. 혹시 의대 공부 중 제일 재미있었던 과목은 어떤 과목인가요? 

안준영: 저는 내과 실습이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원래 의과대학에 오게 된 건 군에서 가장 필요한 분야인 외과에 가고 싶었기 때문인데, 3학년 첫 실습으로 내과를 돌면서 환자들과 소통하는 것이 정말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공부해야 하는 내용은 가장 많았지만 환자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았고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정인구: 저는 임상의학입문 과목이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술기와 면담을 연습하면서 제가 왜 여기서 공부를 하고 있는지를 실감나게 해주었고, 동기들 하고 같이 공부의 중압감에서 벗어나서 함께 배운 걸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안도혁: 저도 다 흥미로웠지만, 임상의학입문 과목에서 가장 흥미를 많이 느꼈습니다. 이론보다는 실습 중심의 학습이다 보니 공부의 중압감이 덜하다는 부분도 좋지만, 지식만 계속 배우다가 지식을 어떤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지를 교수님께서 알려 주셔서 공부하는 방법과 방향성을 배울 수 있었던 과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7. 그렇다면, 의대 vs. 군대! 둘 중에 어느 곳이 더 힘든가요?

안준영: 정답은 둘 다 힘든데 힘든 분야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의대는 하루 종일 공부를 해야 할 정도로 학업량이 많은데, 정신력과 집중력, 인내심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더 힘들었습니다. 군에서도 마찬가지로 학업량이 많은데, 여기에 더하여 순간적인 판단력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군에서는 지휘관으로서 저의 판단과 결정이 부대원에게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 책임감이 막중했고, 매순간에 고민과 집중을 해야 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의대 생활과 군생활 모두 계획적인 삶을 살고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고 둘 다 힘들지만, 그럼에도 잘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즐기면서 임하고 있습니다. 

안도혁: 저도 두 곳 모두 힘들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군대는 제가 일을 실제로 했던 곳이고, 의대는 일을 아직 시작하지 않다 보니까 힘든 분야는 다른 것 같습니다. 의대에서는 학업에서 부담을 많이 느끼는 반면, 군대는 제가 직접 지휘를 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고, 특히 용사들의 건강과 복지가 모두 저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는 부분이 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즉, 의대는 학업으로, 군대는 책임감으로 힘든 분야가 다르지만, 애초에 육사를 지원했을 때부터 위탁교육에 지원하기까지, 보다 의미 있는 삶,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 한 선택이었고 지금의 힘듦은 선택에 따른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서 국가에 더 나은 방식으로 봉사를 할 수 있다는 믿음에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습니다.

 

8. 마지막으로, 강렬한 포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준영: 저는 국군 장병에게 높은 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훈련 간 병사들의 마음까지 치료하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전투력을 보존하고 더 나아가 국가 안보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응급의료 시스템을 체계화하여 전장 환경에서 전투원들이 최대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고 우리 군의료가 신뢰받아서 군인들이 군의료서비스를 믿고 자신 있게 싸울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습니다. 

안도혁: 저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제가 있는 자리에서, 제가 원하는 자리가 아니라 국가가 저를 필요로 하는 자리에서 봉사하고 국가를 섬길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인구: 개인으로서는 훌륭한 임상 의사가 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고, 두 번째로는 군의 전투현장 응급처치 - 외상치료 - 재활까지의 축을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작게는 전투원 개개인에게 보급되어야 하는 응급처치키트의 개선에서부터, 비전문 의료인들의 침습적인 응급처치 가능여부에 관한 법률적인 정비 등 수많은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세심한 주의와 작은 투자만으로 아주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부분이기에 늘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할 것입니다. 나아가서는 미국의 TCCC 가이드라인처럼 한국의 전술, 의료환경에 맞는 K-TCCC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싶습니다. 누구라도 알기 쉽고 접근하기 쉬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중구난방의 잘못된 응급처치로 소중한 전우의 생명이 사라지지 않게 할 것입니다. 

 

인터뷰를 하며 만난 군인이자 동기인 군의관 위탁교육생들의 눈에는 누구보다 강렬한 결의가 빛나고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는 진심을 담고 있었고, 굳게 쥔 주먹은 확고한 의지를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들의 국가와 국방에 대한 자긍심을 전해 받기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의료 현장은 또 다른 전쟁터이며, 수많은 변수와 위기가 빗발치는 총알처럼 살갗을 스쳐 지나간다. 치열한 의료현장에서 수고하는 모든 의료진들의 노고가 기억되기를 바라며, 군의관 위탁교육생들의 군의료 발전을 향한 의지가 그들의 우직한 노력으로 아름다운 열매 맺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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