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마당]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다

전승연, 한지윤 학생기자(본과 2학년)

지난 11월 8일 의과대학 교육관에서 2019년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다”(이하 아세바) 가 열렸다. 아세바는 의과대학의 연구 아이디어 공모전으로, 올해 아세바는 기초의학 ∙ 임상의학 ∙ 의공학과 관련된 부문 1, 국제보건 ∙ 공공정책 ∙ 예방의학과 관련된 부문 2, 그리고 최소 1년간 진행된 연구를 대상으로 하는 부문 3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올해 아세바는 작년 13명에 비해 크게 증가한 26명이 참여하였으며 예선을 통해 부문 1, 부문 2, 부문 3에서 각각 3팀씩 본선에 출전하였다. 부문 1과 부문 2의 경우에는 7분, 부문 3의 경우에는 12분간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부문 1에서는 도파민의 전구물질인 도파 (Dopa)를 이용한 골이식재의 가능성에 대해 발표한 본과1학년 이호연 학우가 부문 1 우수상 (연구 제목: Using Neurotransmitter precursor for effective osteogenic tissue engineering)을 수상하였다. 부문 2에서는 이주 배경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보건교육 및 멘토링 프로젝트를 진행한 고명진 ∙ 손은지 ∙ 이은해 ∙ 전승연 ∙ 최지은 ∙ 홍윤태 팀이 부문 2 우수상 (연구 제목: 연건, 동(同) – 인연 맺어 하나되기)을 수상하였다. 부문 3에서는 허혈성 뇌졸중의 급성기에서의 수축기 혈압과 뇌졸중 예후 간의 관계가 뇌졸중 발병부터 혈압 측정까지의 시간간격에 따라 달라지는지에 대해 연구한 본과 3학년 신지아 학우가 부문 3 우수상 (연구 제목: Relationship between blood pressure and outcome changes over time in acute ischemic stroke)을 수상하였다. 영예의 대상은 교모세포종(glioblastoma)의 미세 혈관 누출을 정량화하고, 이를 통해 예후를 측정하고자 한 본과 3학년 김성환 학우가 수상하였다. 김성환 학우의 연구 제목은 “Prognostic predictions for glioblastoma patients after standard treatment” application of contrast leakage information from DSC MRI within non-enhancing FLAIR high signal intensity lesions”였다. 특히 김성환 학우의 경우,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대상을 타 눈길을 끌었다. 

부문 2 우수상을 수상한 고명진∙ 손은지 ∙ 이은해 ∙ 전승연 ∙ 최지은 ∙ 홍윤태 팀 중 홍윤태 학우와 대상을 수상한 김성환 학우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먼저, 홍윤태 학우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우선, 부문 2 우수상 타신 것 정말 축하드려요. 아세바에 “연건, 동(同) – 인연 맺어 하나되기”라는 이름으로 아이디어를 내셨는데요, 혹시 아이디어에 대한 간략한 소개 및 계기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국제보건포럼 부원들인 [연건, 동] 멤버들은 국제보건은 물론, 국내의 다문화청소년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국내 이주배경청소년들이 언어와 문화 차이로 정규교육에서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지역사회 이주배경청소년을 지원하여 국제보건을 실천하자’는 아이디어를 내었고, 하반기부터 10여명의 이주배경청소년을 대상으로 1) 보건교육과 2) 1:1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과 생활과 병행하면서 멘토링과 보건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프로젝트 진행하시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으신가요?

먼저, 2주마다 시험이 몰아쳤던 본과 일정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또 무지개청소년센터라는 공공기관의 협조를 얻어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을지도 걱정되었습니다. 그러나 멤버 모두 순수한 열정으로 기꺼이 시간을 투자해 주었고, 센터의 사회복지사 선생님들도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셨습니다.

혹시 멘토링 진행하면서 인상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소설쓰기와 작곡에 관심이 많은 베트남 멘티가 있었습니다. 멘토링 중, 자신이 어젯밤에 작곡했다는 한 노래를 제게 들려주었습니다. 멜로디는 어떤지, 가사 문법이 어색하지는 않은지 수줍게 물어봤습니다. 저는 가사를 자연스럽게 고쳐주고는, 음대생인 지인을 소개해 주어 더 발전시켜 보라고 해주었습니다. 멘티는 나중에 유명한 소설가나 작곡가가 되어 다문화청소년들을 위한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습니다. 형이자 멘토인 저였지만, 멘티의 다재다능함과 멋진 꿈에 오히려 제가 놀랐던 경험이었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에피소드네요. 앞으로의 “연건, 동(同)”의 계획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세요!

올해의 목표인 단기계획으로는, 1) 1:1 멘토링을 잘 마무리하고, 2) 2차 보건교육으로 성교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 3) 이주배경청소년들의 의료서비스 이용현황을 설문조사하여 연구로 진행해나가려 합니다. 이후의 목표인 장기계획으로는 1) 정확한 의학정보 습득과 수월한 병원이용을 위해 ‘의학정보 브로슈어’를 제작하고, 2) 동아리 차원으로 보건교육과 멘토링을 정규화할 예정입니다.

네,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건, 동(同)”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다음은 김성환 학우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아세바 대상 타신 것 정말 축하드려요! 발표해주신 연구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려요.

작년 의학연구 기간부터 영상의학교실의 최승홍 교수님 연구실에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같은 학년의 조강희 학생과 공동으로 연구했습니다. 연구의 주제는 Brain MR 영상정보를 이용해 교모세포종의 미세 혈관 누출을 정량화하고 이를 종양의 예후예측인자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뇌와 척수는 혈류로부터 어떤 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막는 장벽인 혈액-뇌 장벽(Blood-Brain Barrier, 이하 BBB)이 있어 정상적으로는 조영제를 주입해도 뇌와 척수로 도달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악성도 높은 종양에 의해 이 장벽이 파괴되면 조영제가 혈관을 통해 주변으로 누출되는데, 이를 정량화하고 지표로 만들어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기존의 많은 연구에서 DCE MRI의 높은 투과성 매개 변수를 가진 교모세포종은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보고하였고, 종양의 진행을 예측하는데 DCE MRI의 유용성을 밝혀냈습니다. 최근 DCE MRI와 마찬가지로 DSC MRI를 통해 BBB에서 조영제가 누출되는 정도를 정량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지표의 이름을 Extraction Fraction, 줄여서 EF라고 하였죠. 이번 연구에서 DSC MRI의 EF와 DCE MRI의 조영제 누출 정보들과 상관관계가 있는지, 더 나아가 예후예측인자로서 더 우수한지 평가하였습니다. 그 결과 EF가 높은 그룹에서 예후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환자의 연령, 그리고 유전 정보와 관계없이 환자의 예후예측에 대한 유일한 독립적 변수임을 알 수 있었죠. 기존의 DCE MRI의 지표와는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아 현재로서는 EF가 종양에 대한 약물 전달의 정도를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추정할 뿐입니다. 앞으로 후속 연구가 이루어져 EF가 가리키는 생물학적 의미를 정확하게 알게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작년 의학연구 2 기간부터 진행된 연구라면, 정말 오랜 기간동안 진행된 연구인 것 같은데요, 연구하시면서 배운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함께 연구한 동료 친구와 공동 제1 저자로서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정리하여 저널에 투고하였고 마침내 AJNR(American Journal of Neuroradiology)에 게재하는 기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기쁨을 만끽하기까지 걸어왔던 여정에는 연구 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넘어야 할 산이 많았어요. 통계 분석을 다 끝내고 보니 예상치 못한 오류를 발견해서 그동안 정리했던 데이터를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무엇을 놓쳤나 찾아보기도 했죠. 그 외에 생각지도 못했던 난관에 부딪혔고 AJNR에 앞서 투고했던 두 저널로부터 reject를 받는 쓴맛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또 연구 결과를 얻기까지의 시간보다 논문을 작성하고 저널에 투고하며 수정을 반복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Peer review를 바탕으로 논문의 오류나 약점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논문을 수정하고 다듬어서 다시 투고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의미 있는 연구의 결과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를 다른 연구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 능력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뭐 좀 찾아보려고 논문을 읽을 때 별 감흥이 없었는데 요즘에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와 이분들 이거 쓰느라 고생 많이 하셨겠다... 리스펙”

지난 1년간의 연구와 논문 투고 과정을 겪으며 임상의학의 후향적 연구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그 결과를 다른 연구자들과 어떻게 공유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의학의 발전과정 속에서 저도 미시적이나마 이바지할 수 있었던 점이 제일 뿌듯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제일 크게 느낀 점은 연구는 나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연구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많은 분의 노고가 녹아있어요. 가장 먼저 많은 환자와 보호자의 애환이 담겨있습니다. 질병을 앓으면서 몸과 마음의 짐이 컸을 환자와 보호자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요. 그분들이 걱정스럽게 병원을 찾아와 검사를 받고 진단과 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데이터가 남아 연구도 가능했던 것이니까요. 뿐만 아니라 환자의 보살핌, 외래진료, 임상적 진단, 병리적 진단,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에 참여했던 모든 의료진과 비의료진 그리고 교수님들의 노력이 들어간 연구입니다. 제 동료와 저는 그렇게 어렵게 모아진 정보들을 가공해서 그 속에서 의미를 발견했던 것이고요. 

더 나아가 이번 연구 기간 저희를 직접 지도해주신 최승홍 교수님으로부터 이 글에 감사한 마음을 다 담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연구 초창기, 매일 아침 9시에 저희를 개인 연구실에 앉혀 놓고 MRI의 기본 원리부터 알려주시며 책에서 공부할 부분을 짚어주시고, 다음날엔 퀴즈로 잘 이해했는지 확인해보시며 질문받으셨던 시간이 연구의 큰 디딤돌 역할이 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연구 방향을 잡아주시고 영상정보추출, 통계분석, 논문 작성과 투고를 지도해주셨습니다. 옆에서, 임상연구자이자 존경받는 교육자의 삶의 자세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세 가지 입니다. ‘연구 과정에는 인내의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연구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다. 고마운 사람이 한 트럭이다.’

연구에 대한 강한 열정과 함께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인터뷰에 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에 임해준 학생들 뿐만 아니라 여러 학생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세바를 통해 학생들에게는 여러 방향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계기를, 또한 이를 들으며 새로운 의견들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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