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과학자 박사후 연구 지원 사업은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의 여러 사업 중 하나의 단계로, 의사과학자에 대한 전주기적 지원의 일환으로 박사학위 취득 후 5년 이내의 의사면허 소지자를 지원합니다.
2025년 5월까지 총 6번에 걸쳐 14명의 박사를 지원하였으며, 올해 11월 김영찬, 안규식 박사를 추가로 선발하여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박사후 연구 지원 사업은 매해 5월과 11월, 두 차례에 나누어 총 5과제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선발 과정은 서면 심사와 발표 평가로 이루어집니다. 발표 평가는 ‘1+29 평가 시스템’을 따라 진행됩니다. 지원자는 제안한 연구 과제에 대해 1분간 요약 발표를 한 후, 남은 29분 동안 제안 과제의 창의성과 혁신성, 연구자의 역량, 연구몰입 정도에 대해 심도 있는 질의응답을 하게 됩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사과학자 박사후 연구 지원 사업은 선정자들이 의과학 분야에서 우수한 연구를 수행하고 발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젊은 의사과학자들이 연구에서 우수한 성과를 인정받아 세계를 선도하는 의사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입니다.
선정된 분에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애써 주시는 대학과 병원의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김영찬: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대학교병원 알레르기면역내과 임상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김영찬입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일제 석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기초 의학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임상과 기초 연구를 접목하는 의사과학자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안규식: 안녕하세요, 의사과학자 박사후 연구 지원 사업에 선정된 안규식이라고 합니다. 저는 현재 치매융합연구센터에서 알츠하이머병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장의 감각을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내장 감각 신경이 장에서 발생하는 독성 물질을 뇌로 전달해 줄 수 있다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김영찬: 박사과정 동안 연구하며 가졌던 궁금증에 대해 후속 연구를 계획하였으나, 현실적인 여러 이유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의사과학자 연구 지원사업을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의사과학자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하고자 지원하였습니다. 우선 저의 연구 가설과 잠재력을 믿고 귀중한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지원을 발판 삼아 경막 면역 조절 기전을 규명하는 데 매진하겠습니다.
안규식: 먼저 부족한 저에게 귀한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교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2021년 박사과정 입학 때부터 수행해 온 융합형 의사과학자 연구비가 학위 취득 이후 올해 초 종료되면서, 가설 입증을 위한 재료 구입에 부담이 커졌습니다. 이전 지원에서는 아쉽게도 선정되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설을 보완·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지원에서 최종 선정되어 기쁨이 남다르며, 책임감도 함께 느끼고 있습니다.
김영찬: 경막 면역 연구를 진행하던 중 흥미로운 예비 결과를 얻었습니다. 특정 면역 기능이 저하된 생쥐 모델에서 뇌와 경막에 T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기존 다발성경화증 등 염증 모델에서 면역 세포의 역할에 주목했던 것과는 다소 다른 관점입니다. 저는 정상 상태에서의 경막 면역 역할과 상호작용을 규명함으로써, 노화에 따른 인지기능 저하와 감염 방어 기전을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또한, 노화된 뇌 실질에 T세포가 침윤하는 현상은 기존에 보고된 바 있습니다. 저는 혈관뇌장벽으로 막힌 중추신경계에 이 T세포들이 어느 경로를 통해 침투하는지에 관심이 있습니다. 특히 경막은 뇌 실질과 가깝게 위치하며 치매를 포함한 여러 신경계 질환에 미치는 역할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에 인접한 경막 조직에서의 T세포 활성화 과정이 뇌 실질 침윤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이번 과제에서는 국소적인 항원제시세포와 T세포 간의 상호작용을 더 규명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여러 동물 모델에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 공간 전사체 분석, 이미징 기법 등을 활용하여 경막-뇌 축의 면역세포 지도를 정밀하게 구축해 보고 싶습니다.
안규식: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와 비정상적으로 변형된 타우 단백이 축적되는 퇴행성 신경질환입니다. 그러나 이 두 단백의 축적만으로는 병이 모두 설명되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큰 축은 염증 반응입니다. 알츠하이머병에서는 뇌 속 염증이 두드러지며, 이 염증이 비정상 단백의 축적을 더욱 가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면역계에서 강한 염증을 일으키는 대표 물질 가운데 하나가 지질다당류(LPS)로, 그람음성균이 내보내는 독소입니다. 흥미롭게도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이 LPS가 실제로 관찰됩니다. LPS는 뇌의 염증을 키우고 단백질 뭉침을 촉진하므로, 이를 줄일 수 있다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완화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그런데 뇌는 원래 무균에 가까운 환경입니다. 즉, 이 LPS는 뇌 바깥에서 들어온 것이며, 어떤 경로로 뇌 속까지 유입되는지는 그동안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LPS가 세균이 만들어 내는 작은 소포(외막소포)에 실려 내장감각신경(미주신경의 감각 경로)을 통해 뇌로 전달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알츠하이머병 마우스 모델에서 내장감각신경을 절제하자, 뇌로 유입되는 LPS의 양이 감소하고 알츠하이머병의 병리가 호전되는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이번 연구과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 내장감각신경이 어떤 작용으로 LPS를 뇌로 들여보내는지 그 구체적 원리를 규명하고, 그 경로를 차단할 수 있는 약물 후보를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다시 말해, “어디서 들어오고,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이어가고자 합니다.
김영찬: 연구를 진행하면서 “왜 알레르기 질환 환자를 보는 의사가 신경 연구를 하는지?”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저는 기관지 천식, 알레르기 비염 등 만성 염증 질환 환자를 외래에서 많이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석박사 과정을 거치며 패혈증, 대사 질환, 면역 질환 등 다양한 질환 모델을 접목하여 연구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면역 반응이 전신에서 활발하게 일어나며, 특히 알레르기학에서 관심을 가지는 기관지, 피부, 장 등에서의 점막 면역이 여러 장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서로 다른 장기라 하더라도 인체 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과정은 놀랍게도 공통점을 가지면서도 각 장기마다 미세하게 다르다는 그 정교함에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장기적으로 관심 있는 분야는 점막 면역계 내 여러 세포 간의 상호작용, 그리고 더 나아가 서로 다른 점막 면역계 간의 상호작용입니다. 연구 과제로 지원받게 된 경막은 직접 외부 물질과 맞닿는 곳은 아니지만, 기관지나 장 조직처럼 여러 면역세포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뇌 경계면에서 일어나는 면역 조절 기전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퇴행성 뇌 질환이나 인지 장애와 같은 신경계 난치병의 새로운 치료 타겟을 발굴해 보고 싶습니다. 이러한 ‘뇌-면역 축(Brain-Immunity Axis)’의 관점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지지받고 있습니다. 예컨대 장과 뇌 사이의 밀접한 상호작용(Gut-Brain Axis)이 잘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폐를 통해서도 말초 조직에서 유래한 면역 신호나 T세포가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저의 연구는 이처럼 뇌와 전신 면역이 상호작용하는 큰 틀에서, 뇌의 바로 바깥을 둘러싼 ‘경막’이 어떻게 핵심적인 허브 역할을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소통과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경과학과 면역학은 각각 매우 깊이 있는 학문이며, 이 두 분야를 아우르는 융합 연구는 혼자서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제가 연구하는 분야는 면역학, 신경과학, 유전체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앞으로 병원 내 다른 임상과 선생님들은 물론, 기초 과학자, 공학자 선생님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궁금증을 해결해 나가고자 합니다.
안규식: 의사과학자는 임상에서 나온 필요를 연구로 확인하고, 그 결과를 환자 치료로 연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임상의로서 진료하며 느낀 문제를 과학의 언어로 검증하고,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현실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를 지향합니다. 특히 내장감각신경은 흔히 단순한 신호 전달 경로로 이해되지만, 저는 이 신경이 장 문제를 뇌로 잇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시험관 내 실험, 동물 실험, 임상 데이터를 종합해 내장감각신경이 퇴행성 신경질환에 미치는 영향과 기전을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치료 방향을 제안하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김영찬: 의사과학자로서 중요한 첫걸음을 내딛도록 지원해 주신 사업단과 심사위원 교수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제가 수행하는 연구가 의학 발전에 보탬이 되고 미래의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가지고 성실히 연구에 임하겠습니다. 아울러 더 많은 후배 의사과학자들이 성장하고 연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저부터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규식: 서울대학교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덕분에 기초의학도의 길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기초 연구 경험이 없던 저에게 융합형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의 인건비·연구비 지원은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 흐름을 이어 이번 박사후 연구지원을 통해 한층 더 나아간 좋은 연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리며, 함께하는 동료와 멘토, 여러 분야의 협력자, 그리고 언제나 힘이 되어 준 가족에게도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