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의학교육은 학생 개인의 배경이나 특성과 상관없이 표준화된 교육을 제공하는 구조로 이어져 왔다. 이러한 방식은 의사국가시험 준비라는 목적 아래 모든 학생이 필수 지식과 술기를 균등하게 습득하도록 하려는 효율적 장치로 작동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학습자의 특성이나 진로방향, 학습능력의 차이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 이어졌다. 최근 의학 지식의 폭발적 증가와 정밀의료의 발전, 그리고 의사의 역할 다변화라는 환경 변화 속에서 의학교육의 개인화(personalizing medical education)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학생 개개인의 관심사와 학습 속도, 진로 목표에 맞춘 개별화된(individualized) 교육과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며, 이러한 배경에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은 학생 주도형 연구과정인 지속연구과정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지속연구과정은 단편적 연구참여를 넘어, 학생이 관심 분야에 따라 개별화된 연구 경로를 스스로 설계하고 집중적·연속적으로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의예과부터 본과 4학년까지 이어지는 연구 관련 정규 교과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학생들이 일관된 흐름 속에서 연구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올해로 17년을 맞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사과학자 양성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23년도 본과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처음 선발을 시작하였으며, 현재는 ▲면역학, ▲유전체학, ▲생체모사, ▲종양학, ▲신경생리학, ▲데이터사이언스, ▲보건의료체계와 정책, ▲질병의 결정요인과 예방 등 8개 주제로 운영되고 있다.
| 학년 | 교과목 | 기간 | 지도교수 |
|---|---|---|---|
| 의예과 2학년 |
의학연구의 실제 | 15 주 | 의학연구 입문자로서의 학생들에게 개별 지도교수와 매칭되어 의학연구의 과정을 직접 관찰하고 실제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연구에 대한 흥미와 탐구정신, 소통과 협업 등 기본적인 연구자 자질을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함 |
| 의학과 1,2학년 |
선택교과 1~4 | 각 8주 | 공통교육과정으로 다루기 어려운 심화 학습, 새로운 기술 또는 응용 학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개설된 학생 중심의 자율 선택형 교과목으로, 학생들은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하여 1주 4시간씩 4주~8주 동안 집중 수업에 참여하며, 수업은 소규모·참여형으로 운영됨 |
| 의학과 2학년 |
의학연구2 | 10 주 | 학생들이 실제 의학연구에 참여하여 과학적 사고와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구성된 정규 교과목으로, 원하는 주제를 선택해 10주 동안 연구 계획부터 수행, 결과 발표에 이르는 전 과정을 체험함 |
| 의학과 4학년 |
심화선택 | 5 주 | 임상교육 이후 기초의학 또는 관심 분야에 대한 심화 연구 및 진로 탐색을 위한 과정으로, 학생이 원하는 연구 주제에 대해 개설교수 지도하에 연구를 수행하고, 주간보고서 작성 및 최종 발표회를 통해 연구 성과를 공유함 |
지속연구과정은 ‘의학연구의 실제–선택교과1~4–의학연구2–심화선택’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표 1), 학생은 본인이 선택한 주제 내에서 관련 교과를 순차적으로 이수하게 된다. 의예과 1학년 2학기부터 지원 가능하며, 의학과 재학 중에도 팀 여석이 있을 시 참여할 수 있다. 지원자는 원하는 연구팀에 지원서를 제출하고,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선발된다. 이수요건을 충족한 학생에게는 micro-degree 형태의 수료증이 발급된다(그림 1).
지속연구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 주도성이다. 학생들은 자신의 학문적 관심사에 따라 연구 주제를 결정하고, 자신의 수준과 필요에 맞는 선택교과에 참여하며, 각 교과목 개설교수 지도하에 집중적인 연구를 수행한다. 이는 개인 맞춤형 교육의 핵심 요소인 자기주도학습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23년부터 2025년 7월까지 지속연구과정에는 총 119명이 참여했다. 이 중 의예과 1학년 54명, 의예과 2학년 14명, 의학과 1학년 22명, 의학과 2학년 29명으로 지속적으로 폭넓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참여학생들 인터뷰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이며, 특히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학습기회와 연속적인 연구경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최근 대규모 휴학 시기 동안 지속연구과정을 통해 연구 접점을 유지한 경험이 실제 연구참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도 보고되었다. 이 프로그램 참여경험은 향후 학생연구비 지원이나 연구 포트폴리오 준비에도 도움이 되며, 과정 이수 후 발급되는 수료증은 인턴 및 전공의 지원 과정에서 연구역량을 증빙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지속연구과정은 학생이 자신의 관심 분야를 명확히 하고 학습 경로를 주도적으로 설계하도록 돕는 개인화된 의학교육의 실천적 사례로 의미가 크다.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 마련, 행정 지원, 맞춤형 평가체계 구축 등 보완해야 점들도 있으나, 현재까지의 운영 경험은 의학교육의 개인화의 실현 가능성과 효과를 확인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2027년부터 시행될 6년제 교육과정에도 맞춤형 학습 경로를 반영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속연구과정은 앞으로 우리나라 의학교육에서 학생 맞춤형 교육 모델로 발전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문헌
허연주, 정수민, 김은실, 윤현배. 의학교육의 개인화를 위한 교육과정 혁신 사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경험. Korean Medical Education Review 2025;27(3):207-214.
DOI: https://doi.org/10.17496/kmer.25.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