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보드게임을 5개만 떠올려보자. 부루마블, 할리갈리, 루미큐브에서 끝났는가? 그런 당신에게 보드게임을 탐사하기 위한 안내서를 준비했다. 이 광대한 곳에서 길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제작자의 조그마한 선의니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혹시 보드게임을 디지털 게임이 보급되기 이전의 과거에 유행했던 놀이나 어린 시절에 잠깐 즐기는 놀이로만 여기는가?
이러한 편견을 잠시 접어두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서 이 페이지를 계속 함께 읽어보자. 당신에게 새로운 보드게임의 세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보드게임이 가지는 필수적인 요소로는 두 가지가 있다. 테마, 그리고 메커니즘. 메커니즘부터 알아보자. 플레이어가 어떻게 자원을 얻고, 점수를 얻는지가 이 메커니즘에 의해 결정된다. 다시 말해 플레이어들 간의 우위, 환경과의 관계 같은 게임의 결과에 기여하는 요소, 그리고 그 요소를 획득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 흔히들 아는 주사위를 이용하는 방법부터 턴제, 트레이딩, 경매 등등… 이런 것들이 모두 메커니즘으로 분류된다.
이어 테마. 간단히 말해 게임이 이루어지는 배경, 스토리다. 메커니즘이 보드게임의 설계도로 실질적인 몸체를 만든다면, 테마는 보드게임에 색을 입히고 개연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보드게임이 움직일 수 있게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이라 봐도 무방하다. 테마가 중요한 것은 그 깊이가 보드게임의 몰입감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겠다. 부루마블에서 테마는 세계여행, 그리고 부동산 개발이다. 본인이 세계를 여행하며 자산을 굴려 땅을 사고 운영해 나가면서 게임의 목적. 즉 제일의 부자가 되는 것에 충실하게 된다. 이것이 없이 자산은 전부 점수로 치환되는 숫자로 바뀌고 건물과 통행세는 단순한 함정과 같은 것이라 해 보자. 갑자기 급조한 종이 위에 펜으로 그린 보드 판처럼 흥미가 확 떨어지는 스스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대개는 이 두 가지 중 어떤 것이 강조되는지에 따라 유로 게임, 혹은 아메리 게임으로 묶여 불린다. 주로 그 성향이 두드러지는 게임의 생산지의 명칭이 섞여 정해졌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주사위를 굴려 말판 위에서 레이스를 하는 보드게임들이 속하는 것이 아메리 게임이다. 운적인 요소가 승패의 꽤나 큰 부분을 결정하고 전략과 택틱,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방식이 게임의 주된 재미로 자리잡는 유로 게임과는 달리 테마, 즉 스토리 텔링이 강조된다. 유로게임은 앞서 말했듯이 게임의 그 메커니즘 자체에 대한 이해가 주가 된다. 운적인 요소는 최소한으로 조정되고 이를 위해 치밀한 설계와 자원 설정이 요구된다. 결국 플레이어들 간의 협력과 경쟁, 정치 등 플레이의 장 위에 있는 기물들을 활용한 전략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운적인 요소가 없다는 점에서 순수한 경쟁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호되고, 그 설계의 특성상 규칙이 매우 세부적이고 복잡하기 때문에 그 복잡함을 좋아하는 사람들 역시 이런 류의 게임을 선호한다.
이러한 구분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애초에 그 완성도가 높은 게임일수록 메커니즘과 테마에 대한 고려가 깊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선호와 친숙함에 차이가 있을 뿐이니 가리지 말고 도전해 보자.
여러분의 보드게임 탐사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제작자가 직접 플레이해 본 게임들 중 몇 가지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보드게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어느 정도 단계를 거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플레이 난도에 따라 소개해 보겠다.
제작자의 한마디: 아직 보드게임을 접해 보지 못한, 인생의 큰 재미를 놓치고 있는 유형입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유감이군요. 이거라도 꼭 해 보시길 바랍니다.

# 사보타지
- 여럿이서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마피아류의 게임. 간단한데 재미있다!

# 라스베가스
- 인생 한방! 당신의 운을 시험할 좋은 기회다.
제작자의 한마디: 좋은 신호입니다. 당신에게는 보드게임계의 수작들을 마주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블랙 프라이데이
-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주식시장과 주가를 둘러싼 큰손들의 눈치싸움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요즘 트랜드의 웰메이드 게임을 원한다면 시도해 보자.

#카탄
- 고전 중의 고전. 당연하니만큼 그 재미는 보장되어 있다. 랜덤성이 가미되어 유로게임 중에서는 접근이 용이한 편에 속한다. 중세 영주가 되어 땅과 자산을 모아 보자.

#윙스팬
- 마찬가지로 유명한 웰메이드 스테디셀러. 다양한 모습의 새를 직접 볼 수 있다. 새의 습성과 서식지, 먹이가 모두 다루어지니 새를 좋아한다면 추천할 만하다.

#도미니언
- 카드 게임, 덱빌딩을 좋아한다면 꼭 해봐야 할 게임.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재밌게 즐길 만하다.
제작자의 한마디: 아마 여기까지 들어온 여러분은 극소수일 것이다. 당신의 여정에 행운이 있기를!

#파워그리드
- 유명 보드게임 디자이너 프리드만 프리제의 대표작. 깔끔하면서도 치밀한 자원 설계와 전체적인 시스템이 제맛이다. 여기까지는 무리인 사람이더라도 이것은 꼭 시도해 보기를 추천한다.

#클리닉
- 병원을 운영한다는 흥미로운 테마를 가진 보드게임. 굉장히 현실적인 요소들이 녹아 있기 때문에 의료 관련 종사자라도 흥미롭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작자의 한마디: “뭔가 보드게임을 막 많이 한 것 같지는 않아.”(12시간 플레이 후)

#브라스 버밍엄
- 2018년에 출시되어 지금까지도 플레이어들이 꼽은 최고의 보드게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제작자도 이 게임을 소장하고 있다!) 아주 훌륭한 것은 생각보다 룰이 그리 복잡하지 않은데도 그 플레이는 다양하고 고려 사항이 많다는 것. 덕분에 많은 플레이 횟수에도 질리지 않는다. 유로게임의 정상을 체험해 보고 싶다면 넘어갈 수 없는 작품이다.

#아그리콜라
- 거의 보드게임의 어머니와도 같은 작품. 유명 디자이너 우베 로젠버그의 대표작이다. 그의 특기인 일꾼 놓기 게임의 정수. 같은 디자이너의 르 아브르, 뤄양의 사람들도 꼭 한 번 해 보자.

#세티
- 2024년에 출시되어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우주개발탐사게임. 태양계가 직접 구현된 독특한 보드판과 흥미로운 테마가 만나 명작이 탄생했다. ‘오우무아무아’가 궁금하다면 플레이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제작자의 한마디: …….

#아컴 호러
- TRPG의 플레이 형식을 가진 아메리 게임의 최고봉. 룰이 매우 복잡하니 한다면 반드시 룰을 학습시켜 룰 대신 물어볼 인공지능과 아주 한가해서 반나절은 비어 있는 친구를 지참하자.
(*이 다음은 제작자가 아직 플레이해 보지 않았음을 알린다)

# 여명의 제국

# 이클립스

# 가이아 프로젝트
재미있는 글이 되었기를 바라며 이쪽의 취미를 가지게 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늘어난다면 필자로서 매우 만족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만 조언하고 싶다. 반드시 열정이 가득한 친구부터 찾자. 제일 어려운 조건이지만 없이는 1인 플레이를 빼놓는다면 할 수조차 없다. 그리고 어려운 보드게임의 경우는 구비된 장소도 찾기 어려울뿐더러 구비된 장소에 설명을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니 이 점은 꼭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