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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세균총이식술(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FMT)의 현재와 미래: 장내 생태계 기반 치료의 지평을 넓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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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세균총이식술(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FMT)의 현재와 미래: 장내 생태계 기반 치료의 지평을 넓히며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김광우 교수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김광우 교수

장내 미생물군(gut microbiota)이 인체와 공생하며 대사, 면역, 신경계 기능에 광범위하게 관여한다는 개념이 지난 10여 년간의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으며, 지금도 새로운 결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장내 생태계’는 단순한 소화기관의 일부가 아니라, 체내에서 이루어지는 복잡하고도 역동적인 또 하나의 시스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를 조절하여 여러 관계된 질환을 치료하려는 시도 역시 활발하게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대변세균총이식술(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FMT)이다.

FMT는 건강한 공여자의 대변으로부터 미생물군을 추출해, 질병 상태의 수혜자에게 이식함으로써 장내 미생물 균형을 회복하는 치료법이다. 주로 대장내시경, 관장, 경비관(nasoduodenal tube), 또는 경구용 캡슐 등을 통해 투여되며,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회복하고 병원성 균의 과증식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FMT는 개별 균주를 표적으로 하는 프로바이오틱스나 항생제와는 달리, 생태계 전체를 이식한다는 점에서 더욱 복합적이고 강력한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FMT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가장 확립된 분야는 재발성 Clostridioides difficile 감염이다. 표준 항생제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서 FMT는 80~90% 이상의 치료 성공률을 보이며, 미국 FDA는 2022년 최초의 FMT 기반 제품인 Rebyota®를 승인하였다. 이후 경구용 정제 제형인 Vowst™도 승인되며, FMT는 점차 ‘의약품’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FMT의 표준화된 형태가 서서히 자리잡으면서, 임상 적용과 동시에 산업적 확장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궤양성 대장염(UC)을 포함한 염증성장질환에서의 FMT는 현재 활발한 연구 단계에 있다. 여러 무작위 대조군 연구에 따르면, 단일 혹은 반복 FMT 투여 시 임상적 반응률(clinical response rate)과 관해율(clinical remission rate)이 위약 대비 유의하게 높았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점막 치유(mucosal healing) 지표도 개선되었다. 다만 환자 간 반응의 이질성이 크고, 장기 효과에 대한 연구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표준 치료로 정착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궤양성 대장염뿐 아니라, 장-간 축(gut-liver axis), 장-뇌 축(gut-brain axis) 개념이 확산되면서, 다양한 질환에서 FMT의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 대사 기능 장애 관련 지방간 질환(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간성뇌병증(hepatic encephalopathy), 자폐스펙트럼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우울증, 파킨슨병 등에서 장내 미생물의 이상(dysbiosis)이 관찰되었으며, 이를 수정하려는 시도로서 FMT가 연구되고 있다. 특히 간성뇌병증 환자에서의 최근 연구에서는, FMT가 질소대사 관련 미생물군의 구성을 개선하여 혈중 암모니아 농도 감소 및 인지기능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이 외에도 대사증후군, 인슐린 저항성, 일부 암 면역치료 반응성 개선에 FMT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으며, 이는 ‘미생물 기반 치료’의 확장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MT가 본격적인 치료법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공여자 선별과 안전성 문제, 투여 방식과 용량의 표준화 부재, 장기 효과와 유지 전략 부재, 기전적 연구 미비 등의 한계점이 현재까지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 최근에는 전체 대변 이식 대신 특정 균주 조합을 GMP (good manufacturing practice) 환경에서 제조한 정제 미생물 치료제(Live Biotherapeutic Products, LBP)의 개발도 활발하다. 이는 임상시험에서 더 일관된 결과를 낼 수 있고, 규제 승인도 용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FMT는 단지 대변을 이식하는 행위가 아니라,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치료 타깃으로 설정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복잡한 미생물-숙주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 이 치료법은 향후 염증성 장질환, 간질환, 신경정신 질환, 대사질환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장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개인 맞춤형 치료의 일환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아직 실험적 치료와 확립된 치료 사이의 과도기에 있으나, FMT는 향후 수십 년간 의료의 새로운 축이 될 수 있다. “무엇이 내 장 속에 사는가?”라는 질문은 이제 단순한 생물학적 호기심을 넘어, “어떻게 나를 치료할 것인가”라는 의학적 해답으로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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