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2024 삼성행복대상 여성선도상 수상자 김나영 교수(내과학교실)를 만나다

2024 삼성행복대상 시상식 수상자 기념 단체 사진. 앞줄 좌측이 김나영 교수
< 2024 삼성행복대상 시상식 수상자 기념 단체 사진. 앞줄 좌측이 김나영 교수 >

Q. 안녕하세요, 교수님. 우선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내과학교실 김나영입니다. 저는 1986년에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지방공사 강남병원에서 8년 3개월간 근무한 후, UCLA에서 3년 6개월 동안 선임연구원(research scholar)으로 일했습니다. 이후 2002년 11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개원 준비에 참여한 후 소화기내과에서 20년간 근무해왔습니다. 초기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와 위암을 연구했으며, 10년 전부터 성차의학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여성을 비롯한 다양성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Q. ‘2024 삼성행복대상 여성선도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교수님께서는 국내 최초로 ‘성차의학’을 소개하고 확산과 인식 개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으셨습니다. ‘성차의학’이 생소한 분들을 위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소아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다’라는 개념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여자는 작은 남자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확립된 것은 비교적 최근입니다. 1980~1990년대 약물 부작용 문제가 제기되면서 의학이 남성 중심으로 발전했고, 질환의 진단과 치료 또한 남성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점이 부각되었습니다. 이후 생물학적 성(sex)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요인이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젠더의학(gender medicine)’이 등장했으며, 2000년대 이후 이를 포괄하는 ‘성차의학’이라는 개념이 정립되었습니다. 성차의학은 질병의 진단, 치료 및 예방에 있어 성별과 젠더 차이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현재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Q. 성차의학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A. 1980년대 미국 회계감사원이 1997~2001년 시장에서 퇴출된 10개 의약품을 조사한 결과, 8개가 여성에서 더 높은 부작용을 나타냈습니다. 이 중 일부는 여성에서 약물 작용이 다르게 나타났고, QT interval 차이로 인해 부정맥과 심정지를 유발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에 미국 NIH는 1987년 임상연구 대상자에 여성을 포함하도록 했으며, 이후 캐나다, 독일, 스웨덴 등에서도 성차의학 연구소가 세워지면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연구 설계부터 분석 및 보고 과정에서 성을 생물학적 요인으로 고려하도록 규정하는 등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2023년 4월 성차의학연구소를 개소했습니다.

Q. 성차의학 연구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A. 가장 큰 어려움은 성차의학에 대한 오해입니다. ‘남녀 차이는 이미 잘 알려져 있으니 굳이 연구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많습니다. 그러나 세포주 연구에서도 남녀 차이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실험 결과가 성별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또, 성차의학을 여성운동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특정 성별에 국한되지 않는 의학적 연구입니다. 성차의학이 한국의학한림원의 공식 의학 용어로 등재되도록 노력 중이며, 왕규창 한국의학한림원 원장님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Q. 성차의학 연구가 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A.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유방암: 남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0.4~1%를 차지하지만, 호르몬 수용체 양성률이 여성보다 높고 HER2 수용체 양성률은 낮아 치료 반응이 다릅니다. 또한 남성 유방암 환자는 여성보다 생존 기간이 짧으며, 의료보험 기준이 ‘여성’으로 한정되어 치료 지원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골다공증: 남성 골다공증은 예상보다 흔하지만, 인지율이 낮아 치료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70대 이상 남성의 18%가 골다공증을 가지고 있지만, 치료율은 16.2%에 불과합니다. 남성의 경우 이차성 골다공증 비율이 60%로 높고, 생활습관이나 영양상태, 다양한 질환과 약물 등이 관련이 있기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담낭 담석: 여성은 담석으로 인한 통증이 발생하면 병원을 방문하지만, 남성은 통증을 무시하고 지내다 합병증 발생 후 병원을 찾는 경향이 높습니다. 이를 고려하여 진료 시 남녀 차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장암: 여성의 대장암 발생 시점은 남성보다 5~7년 늦고, 주로 우측대장(상행결장)에 발생하며, 납작한 톱니모양 선종이 많습니다. 이에 따라 여성은 대장내시경 검사를 늦게 시작하고 더 오래 지속해야 하며, 의료진은 여성 대장경 검사 시 특히 우측 대장을 면밀히 관찰해야 합니다.

Q. 2024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A. 국립보건연구원이 성차의학 연구에 2025년부터 4년간 예산을 배정받은 것입니다. 2025년에는 소화기와 심장 분야에 ‘성차기반 진단 치료기술 개선 및 임상현장 개선’으로 각각 7.5억 원이 배정되었으며, 연구 성과에 따라 예산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2024년 삼성행복대상 여성선도상을 수상한 것도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이 수상을 통해 성차의학이 더욱 홍보가 되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서울의대 다양성위원회(Diversity, Equity, Inclusion (DEI);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포함) 설립을 주도하며 남성 중심의 의료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기여한 점을 인정받은 것도 기쁘게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이 있다면?

A. 2024년 12월 26일 ‘대한성차의과학회’ 창립을 위한 준비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이 학회에서는 서구 중심의 연구에서 벗어나 한국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면서 글로벌 파트너 및 대표자로서 성차의과학 연구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학회지는 SCIE 등재를 목표로 하며, 연구비 확보와 학회 운영을 위한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Q. 마지막으로 의과대학 구성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서울대학교는 2016년부터 총장산하 다양성위원회를 운영하며 DEI 활동을 선도하고 있으며, 2024년 2월 한국이 ‘호라이즌 유럽’ 준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젠더혁신 연구가 필수 요소가 되었습니다. 향후 서울의대에서도 성차의학과 DEI 활동을 연계해 보다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구성원이 이 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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