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추진단뉴스레터]

'우리 의료 바로 세우기'의 길을 나서며


임상교수님들의 건의사항/의견은 아래 메일을 통하여 비전추진단에서 수렴하고 있습니다.

임상교수는 서울의대의 가장 중요한 비전입니다.

서울의대의 가장 중요한 비전은 후속 세대이고, 서울의대 후속 세대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은 임상교수님들이십니다. 김정은 학장님 이하 현 학장단에서는 비전추진단을 통해, 병원 임상교수와의 소통을 증진시키고 대학에서의 역할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비전추진단은 카카오톡 채널 [新서임당: 새로운 울의대-상교수 소통마]을 개설하여 의과대학에서의 소식을 임상교수님들께 전달하고, snuh@snu.ac.kr 메일 계정을 통해 임상교수님들의 건의와 질문을 받을 계획입니다. 임상교수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서울의대는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제언 부탁드립니다.

비전추진단 올림

'우리 의료 바로 세우기'의 길을 나서며


강희경 교수(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희경 교수(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한 치 앞을 알기 어려운 요즈음입니다. 난데없는 의대증원 2000명 전공의들의 대거 사직은 말할 것도 없고, 지난 11월에 이 글의 원고를 부탁받을 때까지만 해도 제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지금은 선거운동에 여념이 없으니까요. 게다가 그 사이 우리는 계엄 선포와 해제, 뒤이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상상도 못한 일도 겪었습니다. 다이나믹 코리아,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것(포레스트 검프)’이라는 문구가 함께 떠오릅니다.

아마도 교수님께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때에는 제가 이미 대한의사협회 회장이거나 낙선자 신분이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저는 아마도 의협을 환골탈태시키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지금의 직책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고민하고 있을 것입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다른 후보들과 꽤나 가까워졌기에, 어느 분이 회장이 되시든지 의협이 좀더 나아지는 데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회장이라면, 이전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대위원장의 자격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한계였던 대표성 논란과 개원가나 지역의 문제를 알지 못하는 문제를 보완하여 보다 현실적인 정책 제안과 전국적인 저항을 할 수 있을 터이고, 그렇지 않다면 제가 가장 사랑하는 일인 어린이 환자 진료를 계속하면서 제 직책에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에 합당한 일을 찾을 터입니다.

의협 일은 남의 일이라고만 여겼었는데, 여기까지 와 버렸습니다. 5월에 얼떨결에 교수 비대위원장을 맡게 되었을 때 올바른 정책을 제안하는 데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하였지만 그것이 대학의 테두리를 벗어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비대위 활동 중에 서울의대라는 이유로 정부 고위관계자들을 만나고, 사태를 파악하고 해결해 보고자 여러 보건복지부, 시민사회 단체 분들을 만나면서도 의협 일을 하시는 분들과의 접점은 별로 없었네요. 이 과정에서 의협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고, 의협이 이 사태에 제때 반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평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의협은 왜… ? 결국은 의협도 바뀌어야 우리 의료가 살아나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의협은 정말 일이 많고 복잡하더군요. 회장이 이끄는 집행부 외에 대의원회라는 조직이 있습니다. 교수 비대위에 비해 의협은 훨씬 더 복잡한 의사결정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라 굼뜰 수밖에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이 불투명하다고 비난해 왔지만 의협도 못지 않군요. 의협부터 투명한 정책결정이 필요합니다.

의협에 기왕력이 없는 저는 16개 시도회장단의 명단, 대의원회 의장 연락처도 수작업으로 얻어야 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지만, 직접 만나 뵌 지역의 선배님들께서 바라시는 ‘올바른 의료’가 지난 봄 우리 비대위에서 시민공모로 펴낸 책 ‘의료개혁, 국민이 말하다’에서 의료소비자가 바라는 의료, 우리가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어 매일을 기쁘게 보내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정부가 추구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은 건 아닐까요? 환자가 중병에 걸렸을 때 어떤 치료방법을 먼저 선택할지에 대한 의견이 다양할 수 있고, 주술적인 치료가 먼저 선택되는 불행한 일도 가끔 있으며, 이 와중에 보호자들은 우리를 적으로 생각하는 일이 드물지 않으니까요. 우리 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같은 곳을 목표로 하는 이들이 함께 모여 어느 길로 어떻게 가는 것이 가장 좋겠는지 먼저 의논하고, 누군가의 믿음이 주술적인 것이라면 그것을 깨어주고, 함께 힘 모아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쉽지 그게 되겠나 하시는 분도 계시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사태가 대체 언제, 어떻게 끝날 것인가 알 수 없는 암울함 속에서도 2024년을 희망으로 마무리합니다. 우리 의료 살리기에 진심인 분들이 계신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으니까요. 아무런 대가가 없는 일인데도 아낌없이 시간과 정성을, 심지어 후원금도 내주신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 여러분, 어디에 가서도 의료정책에 관한 일이라면 꿀리지 않도록 훈련시켜 주시고 응원해 주신 비대위 정책 자문교수님, 우리가 진료, 교육, 연구에 매진할 때 우리 의료 체계가 굴러가도록 애써 오신 지역의 동료 의사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우리 의료 살리기,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볼 때마다 격려해 주시고 아낌없이 조언해 주신 서울대병원 교수님들이 계시기에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우리 의료, 장시간의 CPR과 intensive post-CPR care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누구 할 것 없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일, 우리도 후배들도 자랑스럽게 할 수 있도록 뜻과 힘을 모읍시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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