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추진단뉴스레터]

짜증나는 노안, 외과의사의 관점에서


임상교수님들의 건의사항/의견은 아래 메일을 통하여 비전추진단에서 수렴하고 있습니다.

임상교수는 서울의대의 가장 중요한 비전입니다.

서울의대의 가장 중요한 비전은 후속 세대이고, 서울의대 후속 세대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은 임상교수님들이십니다. 김정은 학장님 이하 현 학장단에서는 비전추진단을 통해, 병원 임상교수와의 소통을 증진시키고 대학에서의 역할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비전추진단은 카카오톡 채널 [新서임당: 새로운 울의대-상교수 소통마]을 개설하여 의과대학에서의 소식을 임상교수님들께 전달하고, snuh@snu.ac.kr 메일 계정을 통해 임상교수님들의 건의와 질문을 받을 계획입니다. 임상교수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서울의대는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제언 부탁드립니다.

비전추진단 올림

짜증나는 노안, 외과의사의 관점에서


윤창기 교수(서울대학교병원 안과)
윤창기 교수(서울대학교병원 안과)

근무 환경에서 근골격계 질환의 발병 위험은 높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육체노동뿐만 아니라 모니터와 키보드로 일하는 사무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모니터/키보드/마우스 등의 장기간 사용으로 인한 피로를 덜기 위한 인체공학적 디자인이 강조된 제품들이 제작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수술을 하는 외과의들도 집중도 높은 환경에서 육체 노동을 하기 때문에 직무관련 신체 질환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겠습니다.

외과의도 장기간 집중하여 수술 필드와 술기에 맞추어 특정 자세를 유지하기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관심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수술의사가 겪는 신체 불편감 중에 간과되기 쉬운 부분 중에 하나가 ‘눈 피로’입니다. 눈 피로는 일반적인 증상이지만 특히나 힘들게 하는 것은 노안 증상입니다.

노안(presbyopia)은 넓은 의미에서 노화로 인한 다양한 눈의 변화로 인식되지만 정확한 의학적 의미는 정상적인 노화로 인해서 근거리에 대한 초점 조절 능력을 상실하게 되어 불편해지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원거리 시력이 아주 좋고 원시인 경우 30대에도 근거리 조절에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40대부터 느끼기 시작하여 점점 심해지게 됩니다. 30대이신 분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불편함입니다. 처음에는 기상 시나 오후에 피로할 때부터 증상이 시작되고 점점 심해져서는 원거리 안경을 들어 올리거나 멀리 떨어져서 보게 됩니다. 당연히 보여야 되는 것인데 안 보이게 되기 때문에 짜증이 나게 됩니다. 약품의 설명서나 보험 약관 같이 작은 글자는 특별히 안 보이고, 요즘은 신문이나 도서보다 고해상도의 스마트폰을 통한 정보 습득이 많아지기 때문에 핸드폰 볼 때 불편함을 많이 호소하게 되고 핸드폰이나 모니터의 폰트를 키우는 방식으로 적응을 시작합니다. 근거리 작업에서 초점 조절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근거리 위주로 불편함을 호소하지만, 조절기능(초점 조절 기능)의 감퇴가 핵심이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 중거리/원거리에도 선명도의 감소를 호소하게도 됩니다. 어두운 환경에서는 동공이 커지게 되는데, 이는 카메라에서 조리개를 열었을 때와 비슷한 효과를 줍니다. 이로 인해 초점 심도가 얕아져 초점 조절이 더욱 어려워집니다.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근시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원거리에 대한 교정을 조금 희생하면, 즉 근시용 원거리 안경의 마이너스 도수를 조금 낮추면 근거리 조절을 조금만 해도 되고 이런 방식으로 적응하게 되면 노안으로 인한 불편감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노안이 심해져서 근거리 초점 조절 능력이 더 떨어지게 되면 굴절 이상 정도에 따라서 근거리용 안경(돋보기라고 불리는)을 따로 사용하거나 원거리 안경을 벗고 근거리를 보지 않고는 어렵게 됩니다. 렌즈의 중앙부에는 원거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근거리에 활용하도록 렌즈의 아래쪽으로는 근거리 초점 렌즈를 따로 부착한 다중 초점 안경이나, 근거리 초점 렌즈가 부각되지 않도록 아래쪽으로 가면서 점차적으로 근거리 초점으로 바뀌도록 되어 있는 누진 다초점 안경 등을 사용하게 됩니다. 다중 초점 렌즈를 안경에 사용하는 것 말고 조절력을 잃은 수정체를 직접 교체하는 방식으로 백내장 수술 후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이 ‘노안수술’, ‘프리미엄 백내장’ 수술이라는 이름으로 실손 보험을 활용하여 한때 광풍처럼 대한민국을 휩쓸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다초점 인공수정체 제작 기술들이 있지만 복잡한 내용이라 여기에서는 다루지 않고자 합니다. 수술 후의 만족도는 환자의 기대치와 상태에 따라 다양한데, 확실한 것은 노안이 오기 전의 젊은 눈처럼 모든 영역에 걸쳐서 연속적인 초점 조절과 충분한 수광률과 선예도를 기대할 수는 없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외과의에 대한 내용으로 돌아오자면, 수술이라는 것이 중거리/근거리 작업이기 때문에 노안으로 인한 불편함이 바로 적용되는 초점 영역이 되겠습니다. 글을 쓰는 저는 안과용 수술 현미경을 사용하고 수술 필드에 대한 초점은 현미경으로 맞추지만 대안 렌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이전보다는 둔해졌기 때문에 예전보다는 더 정밀하게 현미경 초점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노안 때문에 원거리 근시 안경의 도수를 조절하거나 벗고 근거리 작업을 하시는 수술자는 수술 현미경의 대안 렌즈의 초점을 미세 조정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노안으로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치료 방법들이 고안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다초점 인공수정체(백내장) 수술을 비롯해서, 필로카르핀 등을 포함한 점안제를 통해서 근거리 초점을 도와주는 방법부터 레이저 굴절교정 수술(라식)을 활용한 방법, 각막 내 삽입 장치, 초점 조절이 가능한 렌즈 등 여러 가지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일부는 연구단계이고 일부는 허가를 받고 사용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실정입니다. 특히 수술의 성공을 위해서는 예민한 시력이 필수적인 외과의사에게 아직 완전치 않은 이런 방법들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검증이 많이 필요한 일입니다. 근거리/중거리 작업을 할 때 밝은 조명을 사용하는 것, 목과 허리를 굽히지 않는 바람직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노안으로 인한 불편도 감소시켜 준다는 흥미로운 연구가 있지만 어두운 조명과 허리와 목을 구부리는 자세가 외과의에게는 피할 수 없는 자세이기도 해서 수술 술기나 기구의 변화 없이는 역시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한편, 최근 현미경이나 루페 등을 사용하지 않고 3차원 입체 영상 등을 사용하는 현미경, 광학 장치들이 발전되어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런 장치들의 경우 중거리 이상의 거리에서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노안으로 오는 불편함을 덜어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기도 하겠습니다.

노안을 극복하기 위한 좋은 방법에 대하여 좋은 제시를 드리지 못하여 실망으로 글을 마무리하게 되어 아쉽습니다. 노안을 늦추기 위한 검증된 방법 또한 없는 실정입니다. 외과의사에게는 더욱이 검증된 안전한 방법이 필요하기 때문에, 극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