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교수님들의 건의사항/의견은 아래 메일을 통하여 비전추진단에서 수렴하고 있습니다.
임상교수는 서울의대의 가장 중요한 비전입니다.
서울의대의 가장 중요한 비전은 후속 세대이고, 서울의대 후속 세대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은 임상교수님들이십니다. 김정은 학장님 이하 현 학장단에서는 비전추진단을 통해, 병원 임상교수와의 소통을 증진시키고 대학에서의 역할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비전추진단은 카카오톡 채널 [新서임당: 새로운 서울의대-임상교수 소통마당]을 개설하여 의과대학에서의 소식을 임상교수님들께 전달하고, snuh@snu.ac.kr 메일 계정을 통해 임상교수님들의 건의와 질문을 받을 계획입니다. 임상교수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서울의대는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제언 부탁드립니다.
비전추진단 올림대학병원에 근무하는 교수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 중의 하나는 해외 장기연수입니다. 저는 2022년 8월 기회를 얻어 싱가포르에서 MBA로 1년의 장기연수 생활을 보냈습니다. 다른 교수님들과는 조금 다른 것을 경험을 했기에, 그 이야기를 공유해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2014년 보라매병원에서 진료조교수로 근무를 시작한 이래, 다양한 학회 경험도 하고 여러 의료관련 회사와 협업을 하는 동안, 많은 의사들이 제약회사, 의료기기회사, 스타트업 등 다양한 분야의 의료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시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마침 병원 밖 의료산업에 관심이 많던 차에, MBA를 마치고 실무 경영에 대한 경험을 하면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MBA 입시 준비를 했습니다. TOEFL, IELTS 와 같은 영어능력시험과 GMAT, GRE 와 같은 대학원입학용 수학능력 시험을 1년간 틈틈이 공부해서 치르고 면접을 통해 싱가포르의 난양공과대학교의 MBA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홍콩 등의 대학들도 고려했지만, 비교적 인접한 지리, 비슷한 문화권, 생활의 안전성, 상대적으로 저렴한 학비 등을 고려해서 싱가포르를 선택했습니다.
2022년 8월에 입학해서 학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입학한 과정은 Fellows MBA 라는 full time 과정으로, 사회경력이 10년가량의 경험자들 위주의 코스이고 대부분의 학생이 3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이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과정은 나라별 안배를 통해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을 선발했고, 싱가포르, 중국, 인도, 한국, 일본,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르완다 출신 총 23명의 학생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배우는 과목들은 크게 두 분류로 나누어, 회계, 거시경제, 데이터분석, 기업금융 등의 숫자를 다루는 과목들과, 마케팅, 개발전략, 리더십 개발, 인사관리, 조직문화, 신기술 경영 등의 경영 관련 과목들을 배웠습니다. 많은 과목에서 Harvard MBA 에서 제작한 기업 리뷰 보고서를 참고로 기업 분석을 합니다. 매 수업마다 PDF 10장에서 20장 사이의 자료를 미리 읽고 와야 해서 쉽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내용을 배우는 것이라 즐겁게 공부했습니다. MBA 과정은 특히 회계를 중요하게 다루는데, 전혀 생소한 내용을 영어로 배우고 시험치다 보니 학기 초에 꽤나 공부에 애를 먹었습니다. 의외로 고전했던 것은 아무래도 의사생활 동안 딱딱하고 간결한 글쓰기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글들을 읽고 의견을 폭넓게 개진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비단 언어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 반 친구들이 자기 의견을 논리에 맞게 술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나는 우리말로도 저렇게 잘 하지는 못하겠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MBA 과정의 핵심은 인맥과 경험이라고들 합니다. 저는 MBA 1년 동안 반 친구들 외에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싱가포르에는 한인들도 많고, 교과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금융, 의료계의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할 기회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2주 간의 UC 버클리와 1주의 칭화대학교 교환학생 기간에는 다른 나라 다른 기관의 학풍을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어서 좋았고,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무일푼이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실리콘밸리에 도전해서 결국 엔젤펀드를 받아 창업하는 젊은 창업자들, 그런 창업자들을 후원하는 대학과 기업의 자본 구조를 보고 많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구글 본사 투어를 하면서 세계 최고의 기업이 어떻게 민첩하게 움직이고자 노력하는지, 방대한 인사관리는 어떤 원칙으로 진행하는지를 경험하고, 그 조직문화를 어떻게 병원에 도입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기도 했습니다.
싱가포르 연수의 또다른 장점은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에 대해 많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연수 생활하기 전에 저는 싱가포르라는 나라의 이미지가 홍콩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섬이면서, 중국인이 많고, 영어를 쓰고, 아시아의 금융, 물류의 허브라는 많은 공통점 때문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막상 싱가포르를 가보니 한국에서의 거리는 거의 홍콩의 두배이고, 홍콩에 비해 탁 트인 시야가 많고, 모든 국가 제도가 철저하게 계획된 도시국가라는 점에서 제가 생각했던 나라와는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국가 개발 전략, 식량 자급문제, 정치적 중립, 군사문제, 공무원 채용 프로세스, 의료 시스템 이 모든 것들이 잘 관리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정치적, 사회적 문제도 있겠지만, 살아보지 않았더라면 전혀 몰랐을 한 나라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아울러 싱가포르에는 중국계 외에도 인도계 말레이계 사람들도 많습니다. 아시아 내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식습관, 생활습관, 사고방식을 가진 여러 문화권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글로벌한 마인드를 키울 수 있었던 것도 하나의 소득이었습니다.
짧은 글을 통해 제 연수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해드렸습니다. 1년간의 싱가포르 MBA 연수 생활은 평생 소중히 간직할 배움과 경험으로 가득했습니다. 이러한 기회를 가질 수 있어 행복했고, 앞으로 연수를 계획하는 분들께도 즐겁고 값진 경험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