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추진단뉴스레터]

달리기, 마라톤


임상교수님들의 건의사항/의견은 아래 메일을 통하여 비전추진단에서 수렴하고 있습니다.

임상교수는 서울의대의 가장 중요한 비전입니다.

서울의대의 가장 중요한 비전은 후속 세대이고, 서울의대 후속 세대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은 임상교수님들이십니다. 김정은 학장님 이하 현 학장단에서는 비전추진단을 통해, 병원 임상교수와의 소통을 증진시키고 대학에서의 역할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비전추진단은 카카오톡 채널 [新서임당: 새로운 울의대-상교수 소통마]을 개설하여 의과대학에서의 소식을 임상교수님들께 전달하고, snuh@snu.ac.kr 메일 계정을 통해 임상교수님들의 건의와 질문을 받을 계획입니다. 임상교수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서울의대는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제언 부탁드립니다.

비전추진단 올림

달리기, 마라톤


김지형 교수(서울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김지형 교수(서울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오픈런’은 신조어로 희소성이 높은 명품이나 한정판 상품 등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 영업시간 전부터 줄을 서고, 개장하자마자 달려가서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유명 가수 콘서트를 예약할 때, 인기가 많은 구단의 스포츠 경기를 예매할 때, 명절 때 열차표를 예약할 때가 그 예인데, 최근 달리기 혹은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려면 이 오픈런을 해야만 합니다. 요즘 취미로 달리기 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이 늘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고등학교 때 축구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고, 의과대학을 다니면서는 테니스반에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꾸준히 테니스를 쳤었습니다. 그리고, 레지던트를 마치고 군대에 있을 때도 축구와 테니스를 원 없이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는데요. 막상 군대를 마치고 병원에서 일을 시작하다 보니 충분히 땀을 내면서 운동을 해 본 기억이 별로 없었습니다. 1년에 한 번 하는 건강 검진 설문지에서 운동에 관한 문항들은 모두 고민 없이 ‘전혀 안함’으로 표시를 하였습니다. 그래도 체중은 어느 정도 일정하게 유지되었었는데 COVID-19 팬데믹으로 외부 활동이 더 줄어들게 되다 보니 저도 체중이 3-4kg 정도 늘게 되었고, 작년 1월 과거에 편하게 입었던 바지가 어떻게 하더라도 단추를 잠글 수 없게 된 것을 확인하고, 바로 달리기를 하러 나갔습니다. 이게 제가 달리기를 시작한 계기였습니다.

처음에는 왕복 2km로 시작을 했고, 먼저 1km를 쉬지 않고 갈 수 있는 속도로 뛰었습니다. 이 때에도 1주일에 2회만 뛰었고, 이틀 연속으로 달리기를 한 적은 없었습니다. 2~3주를 이렇게 하다 보니 어느덧 2km를 쉬지 않고 뛸 수 있는 실력이 갖춰졌습니다. 그래서 이 때부터는 달리는 거리를 4km로 늘리고 앞의 2km는 쉬지 않고 뛰고, 돌아올 때는 전력으로 뛰었다가 힘들면 걷고, 다시 회복되면 다시 뛰는 것을 반복하였습니다. 이렇게 운동을 해야 type 1 근육과 type 2 근육을 모두 발달시킬 수 있을 것 같았고, 실제 달리기 속도와 지구력이 함께 개선되었습니다. 이렇게 달리기를 시작하고 한두 달이 지나니 머리가 맑아졌고, 다음 날 에너지가 더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계단을 올라갈 때, 평지를 걷는 것과 비슷하게 전혀 힘들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비가 약하게 내릴 때 자전거 도로를 뛰어 봤는데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즐거운 순간이었습니다. 4km 달리기가 익숙해질 때부터 거리를 6km로 늘렸고, 앞의 3km는 쉬지 않고 뛰면서 가능한 빨리 뛰어보려고 노력을 해보았습니다. 이렇게 계속 연습을 하다 보니 3km를 13분 23초에 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25세 이하 부사관 체력검정 3km 달리기 1급 기준이 12분 31초~13분 32초 입니다. 작년 여름에도 달리기를 주 2회 꾸준히 하였습니다. 여름 달리기는 물론 일사병 위험이 있고 탈수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9시 이후에 달리기를 하면 그리 덥지도 않고 밤에 잠도 잘 잘 수 있습니다. 작년 9월에 건강 검진을 하였는데 허리 둘레는 2인치가 줄었고, LDL 콜레스테롤은 20이 낮아졌습니다. 사실 식이 조절은 전혀 하지 않고 8개월간의 달리기만으로 이렇게 검사 수치가 좋아진 것을 확인해 보니 달리기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의국 선배님으로부터 2024년 4월에 열리는 달리기 대회에 같이 나가 보자는 제안을 받았고, 10km 달리기 대회에 참여해 보기로 마음먹고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목표가 생기니 달리는 거리를 늘려야 했습니다. 먼저 4km를 쉬지 않고 뛰어봤고, 5km, 6km도 쉬지 않고 뛰어보았습니다. 원래 6km는 중간에 쉬긴 했어도 계속 뛰어왔던 거리여서 그런지 몰라도 6km를 쉬지 않고 뛰더라도 발목이나 무릎에 부담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7km, 8km 이렇게 늘려가니 뛰고 나서 무릎에 통증이 생기긴 했지만, 1~2일 지나면 대부분 좋아졌습니다. 마지막까지 자세를 잘 유지하면서 뛴다면 관절에 큰 무리가 가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거리를 늘려 가며 달리기 호흡법이 궁금해져 좀 찾아봤더니 두 번 들이마시고 두 번 내쉬는 호흡법도 있었고, 두 번 들이마시고 한 번 내쉬는 호흡법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숨을 들이마실 때에는 코와 입을 모두 사용하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두 번 들이마시고 한 번 빠르게 내쉬는 호흡법이 잘 맞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어떻게 숨을 들이마실 지에 대해서 더 신경을 쓰시는데, 제 생각에는 짧고 강하게 숨을 내쉬는 것이 숨을 들이마시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숨을 내쉬는 시간을 가능한 짧게 해야 숨을 들이마시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 어느덧 12월이 되었고, 2024년 4월에 열리는 서울 하프마라톤 대회 10km 참여를 오픈런으로 성공하였습니다. 대회 일정이 정해지고 나니, 이제는 기록에 신경이 쓰이게 되어 겨울에도 꾸준히 뛰었습니다. 겨울에는 주로 오전이나 낮에 뛰었고, 옷을 너무 두껍게 입지 않더라도 땀이 많아 났습니다. 어느덧 10km를 48~50분에 뛸 수 있는 실력이 되었고, 가장 빨리 뛰었을 때에는 44분대의 기록도 나왔습니다. 올해 4월 서울 하프마라톤 대회에서는 10km를 48분 17초의 기록으로 완주를 하였습니다.

이제 10km 달리기는 전혀 부담이 되지 않게 되었을 때, 의국 선배님께서 다시 연락을 주셨습니다. 하루라도 젊었을 때 풀코스 마라톤을 뛰어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하시는데, 저도 한 번 풀코스 마라톤을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12km, 15km, 18km 이렇게 거리를 늘려보았는데, 이렇게 단기간에 거리를 늘리면서 뛰어보니 발목, 무릎, 고관절까지 피로감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좀 더 가볍게 달리기를 하고 체력이 더 길러진다면 이런 피로감들을 개선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었지만, 아직은 제 실력이 풀코스 마라톤을 도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 10월 3일 하프 마라톤 대회를 신청하였습니다. 이 대회를 위해 이번 여름에도 주 2회 달리기를 꾸준히 하고 있고 9월에는 본격적으로 거리를 늘려보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10km까지는 달리기이고, 하프마라톤부터는 ‘마라톤’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아직 달리기 초보자이지만, 하프마라톤을 뛰고 나면 마라톤을 살짝 경험한 사람이 되어 또 다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뛰고 난 후 느낌이 어떨지 많이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아마 저는 내년에는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 도전해 보려 하고 있습니다. 요즘 많이 답답하고, 무기력해지는 일상이지만, 이번 가을부터 새롭게 달리기를 시작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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