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의과대학·간호대학 가톨릭학생회 카사(CaSA) 회장을 맡고 있는 의학과 3학년 김소연입니다. 지난 7월 19일부터 22일까지 강원도 정선으로 여름진료를 다녀온 경험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A. 카사는 Catholic Student Association의 약자로 가톨릭 정신을 기반으로 한 의료봉사 동아리로 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997년 카사 선배님들께서 동성고등학교에서 처음 외국인 노동자를 진료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매주 100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하는 성북동 라파엘 클리닉과 명동성당 홈리스 클리닉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카사 학생들은 이곳에서 진료 보조, 예진, 진단검사, 약 처방 도움. 환자 안내 등의 의료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톨릭학생회로서 학생들은 친목 및 종교활동을 위하여 매 학기 개강/종강 미사 및 매달 라파엘 클리닉에서 미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A. 매주 이루어지는 의료봉사와 더불어 매년 여름방학에 의료소외지역으로 선배님들과 함께 의료봉사를 나가는데 이 행사를 저희는 ‘여름진료’라고 부릅니다. 대개 4박 5일 동안 진행되며 그동안은 진료 준비, 지역의 가구들을 직접 방문하는 지역사회활동, 진료소에서 환자분들을 모시고 하는 본 진료, MT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봉사 지역은 약 3년 주기로 바꾸며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중에 협의하여 정하게 됩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는 강원도 정선군으로 봉사를 다녀왔으며 이전에는 단양, 고성 등 전국 각지를 방문하였습니다.
A. 예년과는 다른 학생들의 상황으로 인하여 준비를 조금 늦게 시작하면서 일수를 단축하였습니다. 기존에 진행하던 지역사회활동을 빼고 진료소 진료만을 준비하여 3박 4일로 진행하였습니다.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카사,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약손, 연세대학교 물리치료학과 학생들과 함께 봉사를 나갔습니다. 카사 학생 80명을 포함하여 학생 160명, 의료진 40여 명과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가정의학과, 내과, 마취통증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이비인후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정형외과, 피부과 등의 13개과와 치과, 물리치료실, 약국 등을 꾸렸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과 정선군 보건소의 도움을 받아 방사선 촬영과 초음파, 심전도 촬영 등도 진행하였습니다. 학생들은 환자 안내, 진료 보조, 약 조제, 식사 준비 등을 직접 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A. 총 272명의 환자분들께 389건의 진료를 진행하였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분들이 고령이시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등의 수요가 많았으며 다양한 과의 진료를 보고 가셨습니다. 특히, 정선군 내에 피부과, 비뇨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 의원이 존재하지 않아 이러한 과들에 대한 수요도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방사선 촬영도 77건, 진단검사도 33건 진행하였습니다. 총 214분께 처방약을 조제해드렸으며 조제약이 없으신 분들께는 미리 준비한 상비약을 드렸습니다. 저희 동아리 지도신부님께서도 동행해 주시어 진료가 이루어지는 토, 일 주말 아침에는 미사를 진행하여 마음을 모으고 진료가 무사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A. 보시는 분들마다 ‘와 줘서 고맙다,’ ‘다음에도 또 와 달라’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또한 정선군이 아닌 강원도 다른 지역에서 오신 분도 계셨는데 다음에는 다른 지역에도 방문해달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 외에도 저희가 환자분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98%의 환자분들께서 이번 여름진료에 만족한다고 하셨으며, 내년에도 진행 시 재참여 의사가 있다고 밝혀주셨습니다. 의료진 및 학생들이 친절한 것을 큰 장점으로 뽑아 주셨습니다.
A. 저는 여름진료 전체를 총괄하다 보니 환자분들을 많이 만나지는 못해 에피소드를 많이 겪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여름진료가 끝나고 있었던 일이 기억에 납니다. 여름진료가 무사히 끝나고 학교를 거닐던 중 보건소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이번 여름진료에서 진료를 받고 가신 분께서 진료를 잘 받으셨고 약 처방을 받은 이후 질환이 너무 많이 나아지셔서 해당 약을 알고 싶다는 연락이었습니다. 바로 정리한 환자분의 차트를 찾아 처방전을 보내드렸습니다. 저희는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약들을 일부 준비하고 의료진 선배님들께서 이를 알고 처방해주시기 때문에 때로는 환자분들께 꼭 맞는 약을 드리지 못할까 하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환자분의 연락 덕분에 그래도 준비를 잘 했구나, 하는 안도감과 여름진료가 정말 도움이 되었다는 뿌듯함을 모두 얻을 수 있었습니다. 환자분 한 분 한 분의 얘기를 듣지는 못하지만 다른 분들께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A. 160명이 넘는 학생들을 포함하여 총 200명이 넘는 인원을 통솔하는 과정에서 질서 유지 및 안전사고에 대한 걱정이 가장 많았습니다. 작년부터 여름진료를 준비하면서 학업과 병행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컸습니다. 다행히 생각지도 못하게 올해 여유가 생기면서 그 시간만큼 더 꼼꼼하게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갈등과 어려움이 많았지만 덕분에 여름진료 당일에는 큰 문제없이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환자분들께서 계속 고맙다고 해 주시는 말씀 덕분에 더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맡아보지 못했던 역할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많은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선배가 되어서, 그 이후에 의사가 되어서도 계속해서 환자들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