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추진단뉴스레터]

비전추진단 뉴스레터

12월호

임상교수님들의 건의사항/의견은 아래 메일을 통하여 비전추진단에서 수렴하고 있습니다.

임상교수는 서울의대의 가장 중요한 비전입니다.

서울의대의 가장 중요한 비전은 후속 세대이고, 서울의대 후속 세대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은 임상교수님들이십니다. 김정은 학장님 이하 현 학장단에서는 비전추진단을 통해, 병원 임상교수와의 소통을 증진시키고 대학에서의 역할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비전추진단은 카카오톡 채널 [新서임당: 새로운 울의대-상교수 소통마]을 개설하여 의과대학에서의 소식을 임상교수님들께 전달하고, snuh@snu.ac.kr 메일 계정을 통해 임상교수님들의 건의와 질문을 받을 계획입니다. 임상교수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서울의대는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제언 부탁드립니다.

비전추진단 올림

필수의료 위기 상황을 바라보며- 악순환의 고리는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비전추진단 황규리


지난 한달 의과대학 정원 증대 관련 얘기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했다.

2020년 의대 정원 증원 등에 반대하여 사상 초유 의대생 의사국가고시 거부 사태까지 벌어졌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며 총파업 투표를 진행 중이니 2020년 사태가 재현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문의가 6만명이던 시절에는 필수의료 문제가 없었는데, 전문의가 12만명인데 기피과 문제가 나오는 이 기형적 사태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며 온 사회가 정치적 주장과 결부하여 의대 정원을 말하고 낙수효과를 말하는데, 이는 본질을 무시한 눈 가리고 아웅식의 떠들기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는 크게 의료를 상품으로 정의하는 자본주의 논리의 미용의료 시장과 의료의 공공성을 유지하고자 건강보험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치료 서비스로 나누어져 있다. 미용의료 시장으로 의사들이 몰리는 상황은 십수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왔으나 최근 들어 필수의료 기피 추세와 맞물려 더욱 이런 치우침 상황이 심해지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우선 방책이 의과대학 정원 확충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필수의료를 살리고,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고, 공공병원의 확장을 위해, 또 의료비를 줄이기 위해서도, 모든 의료 문제의 만병통치약은 의대 정원 확충인 것이다. 정부의 이런 강력한 방침이 발표되니 각 대학들마다 너도나도 전부 수용 가능한 정원 숫자를 도박판처럼 올려 부르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지고, 의사의 삶과 대한민국의 의료현실이 어찌되었든 간에 일단 자녀를 의대에 보내고 싶은 학부모들의 욕망을 이용한 사교육 시장은 벌써부터 들썩이는 모양이다.

의사 자격증만 있으면 아무런 경력 없이도 미용의료 시장으로 뛰어들어 월 천만 원 이상은 쉽게 버는, 소위 “무천도사”로 살 수 있는 쉬운 길이 있는데, 굳이 심평의학이 좌지우지하는 의료 환경에서 형사처벌 등 각종 위험부담까지 감수하면서 바이탈을 다루는 필수 의료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젊은 의사들 사이에 급격히 늘어나는 현실에서 정부나 대학관계자, 정치인들은 단순히 의대 정원만 늘리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최상의 치료 서비스를 값싸게 누리기 위해 누군가 밤새워 일해야 하는 시스템에서 과연 누가 오래 버틸 수 있겠는가?

올해 초 정부는 필수의료 지원 확대로 첫째 ‘지역 완결적 필수 의료 제공 대책’, 둘째 ‘필수의료 지원 공공정책수가 도입 대책’, 셋째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 대책’으로 내세웠는데, 첫째, 둘째 항목에 대한 대책은 제대로 제시, 시행되지 않은 채 현재 대한민국의 의사 수는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만 강조하면서 바로 눈에 띄는 의사 수 확충에만 연연해하는 모습이니 이래서는 필수의료가 살아나기는커녕 더욱 회생 불가 상태가 될 것 같다. OECD국가 중에 한국만큼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을 마음만 먹으면 뻔질나게 드나들고 닥터 쇼핑도 쉽게 할 수 있는 나라가 과연 몇이나 되며,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범죄 구분 없이 면허가 취소되는 의료법을 적용하는 나라가 있을까 싶은데, 무조건 OECD 평균을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까 싶다.

오히려 정부가 필수의료에 대해 법적 책임을 확실하게 담당하면서 제대로 된 의료수가를 반영해야 의사들은 헌신과 희생을 통해서 생명을 살린다는 소명을 가지고 필수의료를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문직업인으로서 보람과 성취도 중요하나 일·생활 균형이 보장되고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자발적으로 필수의료를 선택하는 의사가 늘어나며 이러한 선배들을 보고 차후 그 과를 지원하는 전공의가 늘어날 것이다. 병원은 젊은 의사들을 값싼 노동력으로만 간주할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 응급의학 분야를 담당할 수 있는 인재로 키워낼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의과대학에서는 전문적인 의학교육과 더불어 시대가 원하는 의사상을 적절히 반영하고 변화된 사회가 원하는 의사의 덕목 및 역할을 강조하는 교육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국가-의과대학-병원이 제대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신속, 적절하게 수행해야 필수의료 붕괴를 막고, 더 나아가서는 대한민국 의료의 붕괴를 막고 의학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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