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교수님들의 건의사항/의견은 아래 메일을 통하여 비전추진단에서 수렴하고 있습니다.
임상교수는 서울의대의 가장 중요한 비전입니다.
서울의대의 가장 중요한 비전은 후속 세대이고, 서울의대 후속 세대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은 임상교수님들이십니다. 김정은 학장님 이하 현 학장단에서는 비전추진단을 통해, 병원 임상교수와의 소통을 증진시키고 대학에서의 역할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비전추진단은 카카오톡 채널 [新서임당: 새로운 서울의대-임상교수 소통마당]을 개설하여 의과대학에서의 소식을 임상교수님들께 전달하고, snuh@snu.ac.kr 메일 계정을 통해 임상교수님들의 건의와 질문을 받을 계획입니다. 임상교수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서울의대는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제언 부탁드립니다.
비전추진단 올림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비전추진단 이상철
비전추진단 기고문을 두 달 전쯤 의뢰 받았지만, 결국 추석연휴 마지막 날 밤 11시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극(極)이과생에게 보고서와 학술논문이 아닌 에세이를 쓴다는 것은 큰 스트레스임이 틀림 없다. 28년 전 서울대 본고사 국어 논술 시험을 준비하던 실력은 사라진지 오래되었음을 새삼 느끼면서 글을 시작한다.
서울의대 임상교원이지만, 서울의대 및 서울대학교병원그룹 교수님들에게 비전추진단 소식지 글을 쓸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사춘기에 접어든 초등 6학년, 중등 3학년 아이를 키우면서 예나 지금이나 서울의대 입학은 극소수의 선택 받은 학생들에게만 허락되는 특별한 교육 기회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이런 교육을 받고 모교에서 근무하며, 이렇게 글도 쓸 수 있다니 이 또한 나에게 주어진 축복인 듯 하다.
비전추진단에 속해 일하면서, 의과대학과 병원 비기금 임상교수의 간극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방안을 같이 고민할 수 있는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학장님을 비롯한 여러 교수님들의 노력으로 임상교수의 역할과 활동이 점진적으로 의대 안에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대학원 지도교수로서 직접 대학원생 연구를 지도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변화이다. 여전히 제도적 한계로 인해서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많지만, 특히 연금 및 법인교수 티오 등의 중요한 사안들은 향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의 주된 임상 전공은 비뇨기암 로봇수술이다. 이제는 어느덧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나름 제 역할을 하는 임상의사가 어쩌다 보니 된 것 같다. 그동안의 임상 수련기간을 생각해보니, 짧지 않은 시간이 누적되었던 것 같다. 의대 6년, 인턴1년, 전공의 4년, 군대체복무 3년, 전임의 2년, 진료전문의 6개월, 진료교수 6개월, 임상조교수 4년, 임상부교수 6년, 임상정교수 2년…. 그러나, 단지 28년이라는 절대적 시간이 숙련된 로봇 전문 수술자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스승님들께 좋은 교육을 받고, 똑똑한 선후배들과 끈끈한 네트워크 통한 임상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국내 최고의 의료 시스템 속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서울의대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나에게는 중요한 키스톤(key stone)이 되어주었다. 내가 이 그룹안에 없었다면 지금의 로보트테일러 이박사는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더불어 지금의 이박사가 행복한 이유 중에 하나는 이제는 주중에도 사랑스런 가족들을 매일 만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임상부교수 때까지는 주중에는 거의 퇴근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 그룹의 소속원이라는 것이 더 이상 성공의 열쇠가 아니기에 조직이 위기에 처했다고도 볼 수 있다. 더 이상 후배들인 서울의대 학생들이 적절한 경제적 보상과 워라벨을 포기하면서까지 서울대 그룹에 남기를 원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고, 실제 전임의 모집 상황을 보면 이미 나타난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얼마 전 원내에서 여러 교수님들을 초빙해서 인공지능 심포지엄 강의를 부탁한 적이 있었다. 많은 교수님들이 유수의 여러 연구기관들과 협업하여 엄청나게 창의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보고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 참 뛰어난 의과학자 교수님들이 많이 계시는구나를 새삼 다시 느끼게 되었다. 나의 경우에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이기에 무언의 가산점을 받고 뛰어난 공동연구팀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런 만남들이 좋은 연구로 연결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어, 이 또한 서울대 그룹이 가진 무형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 하버드의대 메사추세츠 종합병원(MGH,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에서 한국인 비뇨의학과 의사로서는 처음 임상의사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당시 하버드의대 PI 교수님이 나의 proposal을 받아준 이유를 나중에 듣고 보니, 서울대병원 비기금 임상교수이니 (서울의대 법인교수, 임상교수, 본본타 규정, 병원별 법인교수 티오 배정 불균형, 이런 자세한 내부 상황을 미국인이 이해하기 어려워 보였다.) 신뢰할 만한 의사라고 짐작하여 방문교수로 받아주었다고 이야기 해줬다.
하버드의대 장기해외연수 시절에 미국의 의료시스템을 직접 경험하고 하버드의대 교수님들과 교류하면서 한국에서의 생활과 비슷한 생활로 다소 힘들기는 했지만 유익한 경험을 하였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하버드의대 교수님들은 연구 성과물의 종착지가 영향력있는 학술지 게재가 아닌, 연구결과의 제품화 및 창업 기회라는 점이었다. 당시만해도 승진을 위해 여러 논문을 써야하는 스트레스 속에서 헤매다가 미국 연수를 왔기에, 이런 상황들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최근 몇 년 사이에 서울의대도 연구성과물의 제품화 및 창업에 주력하는 분위기가 널리 퍼지고 있는 것 같다.
나의 경우 해외장기연수 시절에 훌륭한 창업자들과의 만남이 디지털의료 연구 결과들을 제품화하고 창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이어진 것 같다.
좋은 교육 환경, 체계적인 시스템, 우수한 인적 자원 및 대한민국 최고의 후배들까지, 나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서울의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라는 훌륭한 여건 속에서 나의 청춘을 후회없이 보냈고, 또 나의 중년을 최선을 다해 보내고 있으며, 앞으로도 나에게 어떤 길들이 펼쳐질 지 여전히 기대되고 설레인다. 그리고 나에게 펼쳐질 길들 위에서 정말 더 “행복한 이박사”가 되길 소망한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비전추진단 이한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마다 강의 주제와는 별도로 강조하여 학생들에게 당부하는 것이 있다. 강의와 실습 때 항상 질문을 많이 하라는 것이다. 다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국내 최고인 서울의대에 입학하여 서울의대와 서울대학교병원 그룹에서 공부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으면 이를 십분 활용해야 하는데,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람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있다. 의사면허를 취득하고 임상의사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국내 40곳 의과대학 중 어디에서 공부해도 되지만, 서울의대와 서울대학교병원이 추구하는 수월성을 갖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문화와 사람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돌이켜보면, 나도 학생 때는 서울의대와 서울대학교병원의 특별함을, 구성원들의 소중함을 잘 몰랐던 것 같다. 다른 병원에서 근무를 해본 경험이 없지만, 서울대학교병원이 아닌 곳에서 처음 근무하게 된 동료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해주는 것이 의사들과, 간호사, 방사선사, 병리사 등 모든 의료진의 일에 대한 태도와 능력 차이가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의대와 수련의, 전공의를 거치는 긴 시간 동안 당연시하였던 진료의 수준과 문화가 사실은 우리 조직 안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음을 최근 들어 새삼 느끼고 있다. 더 나아가 서울의대와 서울대학교병원 교수님들의 연구 업적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추구하게 되는 최고 수준의 연구, 선도하는 첨단 연구들도 물론 교수님 개개인이 훌륭하시지만, 우리 조직이 가지고 있는 문화와 위상이 절대적인 역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스승님이신 외과학교실 노동영 명예교수님께서 서울대학교 연구부총장으로 재임 중 정년퇴임을 하시면서 후배들에게 남기신 말씀이 있다. 서울대학교 교수가 되기까지는 당신께서 부단히 많은 노력을 하였던 것이 맞지만, 서울대학교 교수가 된 이후에는 당신이 이루신 업적이 모두 “서울대학교”가 가능하게 해준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서울대학교에서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겸손하여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나 자신도 서울의대와 서울대학교병원의 덕을 정말 많이 보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만약에 서울대학교병원의 교수가 아니었다면 그 많은 환자들이 나를 보고 찾아왔을 지, 서울대학교병원 소속이 아니었으면 타기관 연구자들과 진행하고 있는 협력연구들이 가능했을 지, 또 선배 교수님들과 함께 창업한 회사에서 투자를 받고 지속 성장할 수 있었을 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내가 속해 있는 조직이 나를 성장시켜줬다고 느낄 때 애사심이 생기고 충성도가 올라가는 만큼, 나도 프라이드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교육, 연구, 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마도 많은 교수님들은 물론 많은 병원 직원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 것 같다. 서울대학교병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2022년 실시한 서울대학교병원 조직문화 진단에 따르면 진료와 연구에 대한 기능역량, 자기 효능감, 업무에 대한 책임성, 내적동기 수준 등은 평균 75점이 상회하여 종합지수 59.6점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업무강도와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 어려운 근무환경에 놓여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병원과 의대에서 근무를 하면서 갖고 있는 프라이드와 책임감이 우리 조직이 운영되고 있는 원동력인 것이다.
이러한 원동력에 위기가 있었던 적도 있었다. 서울대학교병원 그룹 교수님들의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병원법인 임상교수님들이 받았던 대우의 차이로 인해 느꼈던 낮은 자존감 실망감이 상당했었는데, 김기원 비전추진단장님과 백우현 서울대학교병원 임상교수협의회장님, 비전추전단 조영재 교수님께서 앞선 新서임당에서 소개해 주셨듯이 정말 많은 분들께서 노력해주신 덕분에 대부분 해소되었다. 제도적 한계 때문에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과제들에 대한 노력은 지속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교수님들께서 가지고 계신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실 수 있도록 하는 동기부여와 격려,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조직문화 활성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진료성과와 환자 만족도 등이 주요 항목으로 반영된 국내외 각종 지표에서 이미 수년전부터 타병원에 1위를 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지도와 이미지, 충성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 브랜드파워와 같은 지표에서는 23년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서울대”라는 인지도와, 교수님들과 모든 직원의 헌신과 노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턱밑까지 올라온 2, 3위 기관의 수치들을 보면 언제까지 유지 가능할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개원기념일 행사에서 선포된 One SNUH Network의 비전 중 진료/교육/연구/공공의료에 추가로 조직문화가 항목이 추가되어 “꿈을 이루는 일터”라는 비전이 제시되었는데 정말 환영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교수님들께서 꿈과 프라이드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서울대학교병원, 세계 최고의 서울의대로 더욱더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다음 의과대학 강의에서도 우리 학생들의 질문은 안타깝게도 여전히 거의 없을 것 같다. (가까운 미래에 문화적으로 그런 분위기로 변화하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서울대학교라는 든든한 지원군과 함께했을 때 나오는 교수님들의 자신감과 프라이드는 교수님 한분 한분의 눈빛, 어투, 몸짓으로부터 충분히 느끼고 배우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서울대학교병원의 위상이 더욱더 높아지고, 그 중심에 계신 교수님들이 프라이드와 함께하는 정신을 후배님들께도 지속 전달해줄 수 있는 문화가 확립되어 모두 행복하게 일하실 수 있는 일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