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동정]

스트레스 회복탄력성의 이해

김주휘 겸임조교수

 

의과대학 학생들이 학습해야 하는 지식의 양이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공통교육과정에서는 다루어지기 어려우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강의를 학생 스스로 선택하여 학습할 수 있는 기회 제공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본교는 2016년부터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택교과 과정을 도입하여 2017년부터는 1학년과 2학년을 대상으로 확대하여 운영 중이다.

스트레스 회복탄력성의 이해

이번 교육 동정에서는 지난 호에 이어 2019년도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중인 선택교과 중 "스트레스 회복탄력성의 이해" 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본 교과목에서는 관심 있는 의과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회복탄력성의 개념을 이해하고, 최신 뇌과학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자기조절능력-대인관계능력-긍정성 등의 요소가 스트레스 회복탄력성에 기여하는 기전을 이해하며, 개인맞춤형 스트레스 회복탄력성 향상의 방안을 익히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스트레스 회복탄력성의 이해 “ 현장활동 중인 학생들>

<학생 인터뷰>

Q1. 왜 이 과목을 선택했나요?

고명진 학생:

선택교과 “스트레스 회복탄력성의 이해”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첫 번째로 호기심, 두 번째로 필요성, 세 번째로 예술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정신건강의학 분야의 전문가가 설명하는 스트레스 회복탄력성이란 신선한 주제에 대해 호기심 생겨 강의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강의계획서를 읽어 보았을 때 가장 먼저 제 눈길을 사로 잡은 어구는 ‘자기조절능력’ 이었습니다. 저는 평소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라는 소리를 자주 듣기 때문에 본 강의가 저에게 필요한 강의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자기조절 능력, 대인관계 능력, 긍정성 강화라는 세 가지 학습 목표 또한 제가 특히 중시하는 가치에 부합하였습니다. 제가 “스트레스 회복탄력성의 이해”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예술에 대한 관심입니다. 마지막 주 수업으로는 서울의 한 예술 공간에 방문하여 전시품을 함께 감상하고 소감을 나누는 시간이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음악과 미술에 대한 관심을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학업에 치여 문화생활을 챙기지 못한 저에게 수업 중 미술관 방문은 메마른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줄 단비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홍윤태 학생:

본과 생활을 거치면서 의대생들은 스트레스로부터 생존하는 법을 경험적으로 터득합니다. 운동을 하면서 땀을 흠뻑 흘리기도 하고, 음악-미술 동아리 활동을 통해 예술혼을 불태우거나, 깊은 동면을 청해 머리를 푹 식히기도 합니다. 우리는 ‘공부기계’ 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동반자 같은 스트레스를 파고들어 알아본다면, 더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좋은 스트레스는 더하고, 나를 지치고 힘들게 하는 나쁜 스트레스는 덜어내는 법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또 미래의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인생 꿀팁도 들어보고자 신청했습니다.

Q2. 지금까지 수업을 들어본 소감은?

고명진 학생:

“스트레스 회복탄력성의 이해“는 비록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되었지만, 본 강의는 저에게 자신을 객관화 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고 예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을 다시금 일깨워주었습니다. 저는 이 수업을 통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객관화하는 일종의 ‘생각의 공식’을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었고 처음으로 실행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나는 슬프다’라는 생각을 ‘나는 슬픔을 느끼고 있다’로 바꾸는 작은 생각의 전환은 일상의 큰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예전에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저를 옭아매던 부정적인 생각이 점차 잠잠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봄으로써 ‘판단’보다는 ‘관찰’을 앞세워 주도적으로 생활하고, 이를 통해 힘든 상황을 극복해내는 강인함만이 아니라 힘든 상황 속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유연함도 기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본 강의를 통해 또 한 가지 깨달은 점은 삶과 예술은 구분 지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교수님께서 수업 중에 보여주신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흐르는 강물처럼’ (1992)의 한 장면은 비록 약 20여 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영상 클립이었지만 아름다운 자연 속 주인공이 한적하게 낚시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복잡한 생각들로 뜨거워져 있던 머리를 식힐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그리고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유희를 언제든지 생활에 반영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 수업 때 다녀온 야수파 걸작전에서 친구들과 서로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예술을 즐기는 데에는 어떠한 기교도 요하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예술은 지친 일상 속 한시름 쉬어갈 수 있는 휴식처로서, 생활을 지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서, 삶의 일부로서 우리의 의식에 색채를 더해줍니다. 우리가 예술을 음미하듯 주변의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눈을 기른다면, “삶은 곧 예술과 같이 음미할 수 있는 대상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료인은 환자와 그의 가족을 돌보는 직업입니다. 의료인처럼 타인을 돌보는 직업 종사자들은 일에만 몰두하다 보면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병원은 소위 말해 ‘멘탈’이 강한 사람도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을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정신이 무너져 내렸을 때 스스로를 일으킬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트레스 회복탄력성의 이해”를 통해 이처럼 저 자신을 돌아보는 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훗날 제가 무엇에 종사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건강하고 조화롭게 생활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홍윤태 학생:

일상 속에서의 예술적 체험은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저희 선택교과 학생 20명은 교수님과 함께 세종문화회관 <20세기 현대미술의 혁명가들> 전시회에 참여했습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같은 들뜬 기분은 물론, 야수파 화가들의 강렬한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일상 속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는 느낌을 받아 좋았습니다.
또, 강의에서는 ‘감사하기(Gratitude)’의 메시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교수님께서 일상 속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감각, 사건, 관계들을 다시 꺼내어 곱씹어보고, 감사하는 연습을 해보라고 권유해 주셨습니다. 생각보다 맛있었던 오늘의 점심식사, CBL 시간 조원들과 머리를 모아 문제를 해결한 일, 열심히 필기한 강의록을 선뜻 공유해준 친구의 배려가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돌아보니, 내 일상이 생각보다 행복하다는 긍정적 생각이 피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4주간의 선택교과는 반복적인 일상에서 잠시 해방되어 나에 대해 생각해보는, 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개설교수>

의학과 윤제연 겸임조교수

올 2019년에 “선택교과 4” 과목 중 하나로 첫 개설된 “스트레스 회복탄력성의 이해” 과목을, 지난 8월 한 달 동안 매주 화요일 오후에 융합관 GDR room에서 총 24명의 본과 2학년 학생들과 함께 시행하고 경험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본 “스트레스 회복탄력성의 이해” 과목은, 스트레스 회복탄력성(stress resilience)의 주요 구성요소들인 자기조절능력 (감정조절력, 충동통제력, 원인분석력 등), 대인관계능력 (소통능력, 공감능력, 자아확장력), 그리고 긍정성 (자아낙관성, 생활만족도, 감사하기) 등의 개념을 소개하고, 개인의 특성에 맞추어 스트레스 회복탄력성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며, 이를 통해 생활만족도 향상을 위해 나아가는 방안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체험하는 시간들로 구성되었습니다. 특히, ‘예술을 일상 속으로’의 모토 아래, 문학작품 (소설, 수필, 시 등), 미술작품 (회화작품 감상 및 3주차의 세종문화회관 “야수파 전시회” 현장학습을 통한 3차원 체험), 영상미디어 작품 (영화, 공연예술, 짧은 다큐멘터리 등) 등을 실제 “스트레스 회복탄력성의 이해” 프로그램 시간 동안 다양하게 접하고 음미하는 가운데, 자신의 감정을 정화하고 다양한 삶의 모습을 접하며 인생에 대한 조망을 확장하는 경험을 하고, 이를 자신의 일상 속에서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학생들과 함께 모색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가장 무더웠던 8월, 오롯이 25명이 함께 했던 화요일 오후의 시간 속에서, 바쁘고 피로한 와중에도 빛나는 눈동자로 프로그램 진행에 집중하고 또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동료들을 챙기고 프로그램 내용을 함께 토론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매일 프로그램 말미에 작성한 reflection report를 통해, 오늘 함께한 프로그램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 노력하고 또한 앞으로의 일상 속에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고민하는 다양한 개성과 열정을 보았습니다. 학생과 선생님들 모두 “선택교과 4: 스트레스 회복탄력성의 이해”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한 시간을 기억하면서, 행복한 가을을 만들어 가시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수업을 계획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의과대학에 감사 드리며, 더욱 발전되고 학생들의 필요에 맞춤한 수업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지속적으로 학생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