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수기]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수기 -김미경 교수(법의학교실)


김미경 교수(법의학교실)

저는 독일 뮌헨에 있는 막스플랑크연구소(Max-Planck-Institute for Innovation and Competition)에서 디지털의학 시대를 위한 인센티브제도 및 규제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막스플랑크연구소는 자연과학, 생명과학, 사회과학, 인문과학을 포괄하는 기초학문 연구기관으로, 단일기관으로서 세계 최다(32번)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최고 수준의 연구소입니다. 독일 도시마다 분야별로 막스플랑크연구소가 세워져 있는데, 그 수가 84개에 달합니다. 제가 있는 곳은 1966년부터 지식재산권, 경쟁법, 기술혁신, 기업가정신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뮌헨에는 유럽특허청, 독일특허청, 독일연방특허법원 등이 자리잡고 있어서, 유럽 전체에서 특허에 관한한 중심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식재산을 연구하는 막스플랑크가 뮌헨에 위치하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독일에서 연수하는 것과 미국에서 연수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제 경험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독일은 유럽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여러가지 언어들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독일인들 중에 영어를 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많고, 더불어 인접하거나 교류가 많은 국가들의 언어, 혹은 라틴어, 희랍어, 히브리어 등의 고어를 구사하는 사람들도 드물지 않게 봅니다. 연구소 도서관에서 구독하고 있는 학술지들과  비치된 사전들을 보아도 다양한 언어권을 반영하고 있고, 영어와 독일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논문을 발표하는 연구자들도 드물지 않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라틴어 미사나 (이탈리아어로 노래하면서 독일어 및 프랑스어 자막이 동시에 뜨는) 여러 개 언어를 함께 쓰는 오페라 공연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연수할 때 영어만으로 소통했던 것과는 다른 경험으로, 여러 나라의 다양한 언어에 대한 관심을 다시 가지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조직은 소수의 교수 중심으로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있는 곳은 총 3명의 교수가 있고, 그 중 한 교수는 아래에 26명의 연구원 (junior 10, senior 8, affiliated 8), 3명의 비연구원 (1 editorial, 1 communication, 1 programmer), 그리고 비서 1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각 교수는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저명한 학자로서, 최선의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을 받게 되며, 스스로 연구주제를 정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스텝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런 체제를 1911년부터 백 년 이상 지속해왔다고 하는데 자체적으론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수행하는 연구는 지식재산권 및 혁신 등에 관한 유럽 연방의 정책을 형성해 나가는데 주력하면서, 그 결과 미국과 중국의 정책에 대한 비판 및 견제를 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지식재산권 체계에 익숙한 저로서는 이곳에서 연구하면서 미국의 체계를 다시 면밀하게 살펴보면서 미국과 유럽 체제 사이에서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아쉬운 점은 유럽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에 있을 때와 비교해 볼 때) 연구소세미나에서 저명한 미국의 연자를 볼 기회가 드물고, 연구 주제나 논의가 간혹 유럽을 넘어서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일은 규칙(rule) 중심의 사회입니다. 어디를 가든지 지켜야 할 규칙이 있고, 이용자는 스스로 안내문이나 설명서를 통해 관련 규칙을 숙지하고 엄수해야 합니다.  연구소 도서관을 이용하기 전에는 누구나 오리엔테이션을 받아야 하는데 이때 도서관 이용에 관한 모든 규칙을 정리한 소책자를 받게 됩니다. 이 소책자를 받는 순간 그 사람은 그 내용을 모두 알고서 그대로 지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규칙을 가장 존중하다 보면 예외나 개인적 차이를 여간해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면에서는 미국 사회와 같은 유연성은 없는 반면, 누구도 특별 대우를 기대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각자의 몫을 꼭 해내도록 함으로써 진정으로 평등한 사회를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닌가 긍정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1. AI Pillar  2. Dictionary Shelf  3. Library Rule Book  4. MPI Front D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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