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마당]

클래식과 친해져보기

의예과 2학년 손경민

클래식. 솔직히 이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수라고 보기 어렵다. 서로 어색함을 푸는 데에 효과가 좋은 “음악 듣는 거 좋아해요”에 이어지는 “어떤 음악 좋아하세요?”. 이제 그 음악에 대한 본인의 기호도 말하면서 곡이나 아티스트에 대한 생각을 나누려던 상대방도 클래식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면 “오” 등의 반응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뭔가 고상한 느낌을 주니까 감탄은 나오지만, 아무래도 클래식에 대해서 좋은 감상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아무 견해도 없는 대다수는 공감이 어려울 것이다. 그런 상황에 비감(悲感)을 느끼며,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또 한편으로는 그 선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다는 기대를 품고, 사람들과 클래식과의 사이를 좁혀보기 위해 글을 써본다.

클래식도 가요와 다를 바 없다.

클래식을 그 악보 자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니까 연주하는 악보가 같으니 다 같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음악이란 시간 예술이기 마련인데. 그 당시에 연주자나 가수가 스스로의 해석과 당시의 감정을 살려 그 자리에서 펼쳐내는 것이 음악이지 않은가. 다시 재현될 수 없고 그 한정된 시간 동안 남아있는 것이 음악의 예술로서의 특징이다. 그런데 가요는 라이브 음원을 고집하고, 콘서트 표를 예매하고, 커버 곡을 찾아다니지만, 정작 클래식이 같은 곡에서 여러 음악이 나온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클래식을 듣지 않는 사람 중에서는 거의 없다.

한번 다음 음원을 참고해보자.

호로비츠, 굴다의 음악

우측부터 호로비츠, 굴다의 음악. 같은 모차르트 소나타를 비교해서 들어보자

그뿐만이 아니다. 같은 연주자라도 다를 수 있다. 다음 두 음원을 들어보자.

글렌 굴드, 골드베르크 연주곡. (왼쪽부터 1955년 스튜디오 녹음 버전, 1981년 녹음 버전.)

평소에는 그저 그렇게 들렸던 곡도, 본인의 취향에 맞는 연주를 찾는다면 얼마든지 마음에 들 수 있다. 클래식을 듣게 되었을 때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한번 유명한 녹음을 찾아보거나, 다른 음원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아는 만큼 보인다.

사실 이건 그렇게 와 닿지 않는 말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한다. 그것이 원래 흥미가 있었기에 약간의 지식만으로도 더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니까. 그리고 애초에 흥미가 없으면 그 지식을 접하려 하지도 않을 것이고, 또 그 지식을 배우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일지도.

그래도 아는 것이 더 흥미를 더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만큼은 맞을 테니까. 마음에 들었던 곡들이 있다면 그 곡들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작곡가의 무슨 사조의 작품인지, 무슨 색이 강하게 드러나는지 한 번 살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필자의 이야기를 해 보자면, 푸가라는 형식을 선호하고, 바흐의 음악을 특히 좋아한다. 여기서 푸가라는 용어는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을 터. 푸가란, 바로크 시대에 주로 향유되던, 대위법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다성음악이다. 어려워 보이지만 돌림노래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음높이가 다른, 그러나 같은 구조를 공유하는 선율이 시간차를 두고 앞의 음들을 따라간다. 푸가라는 형식은 비유하자면, 정교한 시계 안의 톱니들을 보는 느낌이다. 생각해보자. 먼저 진행된 성부는 다음 부분에서 뒤를 따르는 성부와 마주치고, 그렇기에 그 뒷부분은 스스로의 처음 부분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리고 뒤의 성부에 같은 구조를 그리고 나면, 첫 번째 성부의 다음 부분을 맞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게 두 성부가 아니라 3개, 4개로 늘어난다고 생각해 보자. 푸가라는 음악 안에는 엄청나게 공들여 깎은 작곡가의 조각들이 닳지 않고 맞물리게 놓여 있는 셈이다. 이런 점을 음악을 들을 때 떠올린다면, 이제 여러 성부가 합쳐지며 심화되는 과정이 느껴지게 되고, 그 경험은 필자를 차분하게, 또 몰입하게 만든다. 뭔가 영험한 기분이다. 앞에서 말했으니 더 상술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겠지. 한 번 경험해 보고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비슷비슷하고 지루한 구성은 편견이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클래식이 뭔가 평화롭고, 또 조용하고 졸린 음악이라는 것은 오해에 불과하다. 그건 아마 대부분의 잘 알려져 있는 클래식은 행진곡 같은 느낌의 곡이나 모차르트, 하이든, 바흐 등의 고전주의 음악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클래식이라는 장르는 방대해서 다양한 음악들이 그 안에 공존하고 있다. 듣다 보면 정열적으로 그 흐름을 따라가게 되는, 뮤지컬 같은 음악도, 신선한 불쾌함을 제공하는 이질적인 느낌의 음악도 있다.

글렌 굴드, 골드베르크 연주곡. (왼쪽부터 1955년 스튜디오 녹음 버전, 1981년 녹음 버전.)

좋아하는 가수, 아니 연주자를 찾아보자.

앞의 내용들에 수긍을 했다고 해도, 그럼 어떤 곡부터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잘 찾아온 셈이다. 필자도 클래식을 좋아하게 된 지는 오래 되지 않았다. 입학하기 1년 전, 그 정도부터 시작되었으니까. 연주자는 각자 그들의 연주에 특색이 있고, 강점을 보이는 부분이 존재한다. 뭐부터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연주자의 음원을 따라가며 스스로의 취향을 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렌 굴드. 바흐의 음악에서 강점을 보이며 또박또박 걸어가는 듯한 타건, 그리고 다성부를 동시에 컨트롤하여 뚜렷하게 분리되어 들리게 할 수 있는 재주. 프리드리히 굴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소나타가 그의 대표적인 음반으로 꼽히고, 연주자를 가려도 듣는다면 바로 알 수 있는 또르르 구슬 굴러가는 듯한 타건. 호로비츠. 집시들, 마녀들이라는 단어와 뭔가 잘 어울리는 괴상한, 헛것을 보는 듯한 음악과 오케스트라에도 밀리지 않는 강력한 포르티시모. 방금은 위에 소개했던 연주자들이다. 이 외에도 많은 연주자들이 여러분의 취향이 될 수 있다. 생각보다, 그 차이는 확연하다. 그리고, 그들의 연주가 가지는 특징들을 읽어보는 것은 생각보다 재미있다. 마치 게임에서 캐릭터들을 고르는 기분이랄까.

말이 길었다. 이 글은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우선 글 중간중간에 피아노 음악만 나오는 이유를 혹시나 해서 설명하자면, 우선 필자가 발을 처음 내딛은 곳이 피아노 음악이었기 때문이고, 또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음악도 충분히 좋은 음악들은 많다. 그리고 이 말을 빼먹은 것 같은데, 이론적인 내용을 전혀 몰라도 즐길 수 있다. 필자 또한 아는 것만 설명해서 그렇지, 사실 잘 모른다. 애초에 이해 없이는 감상할 수 없는 음악이라니, 그런 음악을 누가 듣겠는가. 이 글이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클래식을 제대로 마주해보는 여러분의 앞길을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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