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하 학생(의학과 박사과정)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보이지 않기에 더 멀리 바라볼 수 있고, 가려졌기에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마크 저커버그,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인 페이스북의 창립자이자 메타의 대표가 바로 그런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색을 구별하는 능력’이라 생각하는 감각의 일부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적색 색맹, 다시 말해 빨간색과 녹색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이 결핍은 그에게 하나의 한계가 아닌, 오히려 가능성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약점이나 결핍을 숨기려 하거나 그것에 지배당한 채 살아갑니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그것을 드러내는 대신, 자신이 볼 수 있는 세계를 기반으로 새로운 창조를 시도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파란색은 내가 가장 잘 볼 수 있는 색이다.” 그래서일까요? 페이스북의 초기 디자인부터 지금까지도, 바탕은 언제나 짙은 파란색입니다. 많은 이들이 단순한 디자인 요소나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자신이 볼 수 있는 세계를 향한 확고한 믿음과 진심이 담겨 있습니다.
그가 볼 수 없었던 붉은 세계는, 누군가에게는 분명 아름답고 풍부한 색채의 한 조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자신이 볼 수 있는 색을 최대한 활용해 또 다른 세계를 그렸습니다. 이는 마치 누군가가 닫힌 창문을 두드리는 대신, 자신만의 문을 새롭게 만드는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색을 가질 수 없었지만, 단 하나의 색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연결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힘’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과학적으로 적색 색맹은 X 염색체와 관련된 유전 질환입니다. 남성에게 더 흔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지 유전적인 결함으로만 보기에는, 이 이야기가 전해주는 울림은 너무나도 큽니다. 어떤 이에게는 유전의 오류가, 다른 이에게는 운명의 축복이 될 수 있습니다. 저커버그는 자신이 선택할 수 없었던 한계를, 세상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파란색은 그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 남겨진 유일한 색이었을 지 모르지만, 그는 그 색 하나로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나는 어떤 색을 볼 수 있는가?’ 그리고 더 나아가, ‘나는 어떤 색으로 세상을 그릴 것인가?’ 우리는 종종 남들이 볼 수 있는 색을 따라 그리려 하고, 그 기준에 맞춰 살아가려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창조는, 내가 볼 수 있는 색, 내가 느낄 수 있는 감각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페이스북의 파란 배경은 단순한 색상이 아닙니다. 그것은 결핍에서 시작된 창조이며, 보이는 것보다 더 깊은 곳을 믿는 믿음의 상징입니다. 적색 색맹이라는 과학적 설명 뒤에는, 보편성과 다름을 끌어안는 철학이 있습니다. 마치 모든 사람이 다 같은 색으로 세상을 볼 필요는 없다는,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자는 조용한 외침처럼 느껴집니다.
결국, 우리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감각은 눈이 아니라 마음인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모든 색을 볼 수 있어도 세상의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또 누군가는 색을 구분하지 못해도 타인의 고통을 품을 줄 아는 감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세상의 붉은색을 볼 수 없었지만, 파란색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연결했고, 그 속에서 수많은 관계와 소통, 공감이 피어나게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나는 무엇을 잃었는가.’보다, ‘나는 무엇을 가졌는가, 그리고 그것으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 저커버그가 파란색으로 그려낸 세상처럼, 우리도 각자에게 허락된 색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야 하지 않을까요?
결핍은 더 이상 부끄러움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새로운 가능성의 씨앗입니다. 그리고 그 씨앗은, 우리가 자신의 색을 믿는 순간 싹을 틔우게 됩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가진 색이 무엇이든,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그 색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만의 언어입니다. 그리고 그 언어로, 또 하나의 세계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