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의과대학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은 의사과학자 양성에 필요한 계획을 수립하고, 의사과학자를 전주기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2022년에 출범했습니다.
의사과학자 박사후 연구 지원 사업은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의 여러 사업 중 하나의 단계로, 박사학위 취득 후 5년 이내의 의사면허 소지자를 지원합니다. 2024년 11월까지 총 5번에 걸쳐 11명의 박사를 지원하였으며, 올해 5월 윤정기, 이현석, 최승우 박사를 추가로 선발하여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박사후 연구 지원 사업은 매해 5월과 11월, 두 차례에 나누어 총 5과제를 선발하고 있습니다. 선발 과정은 서면 심사와 발표 평가로 이루어집니다. 발표 평가는 ‘1+29 평가 시스템’을 따라 진행됩니다. 지원자는 제안한 연구 과제에 대해 1분간 요약 발표를 한 후, 남은 29분 동안 제안 과제의 창의성과 혁신성, 연구자의 역량, 연구몰입 정도에 대해 심도 있는 질의응답을 하게 됩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사과학자 박사후 연구 지원 사업은 선정자들이 의과학 분야에서 우수한 연구를 수행하고 발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젊은 의사과학자들이 연구에서 우수한 성과를 인정받아 세계를 선도하는 의사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입니다.
선정된 분들에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애써 주시는 대학과 병원의 여러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윤정기: 저는 서울대학교병원 호흡기내과 임상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윤정기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임의를 마친 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3년간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하였습니다. 저는 폐 오가노이드와 폐 조직 배양 등의 질병 모델에 유전자 교정 및 단일세포 분석 등의 최신 유전학 기법을 활용하여 폐 질환을 모사하고 분자세포 기전을 밝히는 연구를 해왔습니다. 작년 초 귀국하여 폐암과 만성 폐질환 환자들을 진료하며 독립적인 실험실을 꾸리고 있으며, 임상과 연구를 연결하는 의사과학자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현석: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 유전체의학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이현석입니다. 질병과 연관된 유전 변이의 기능적 역할을 줄기세포 유래 오가노이드 모델을 통해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기초 연구를 통해 질병의 병태생리를 이해하고 이를 환자 치료로 연결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승우: 안녕하세요, 저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안과에서 망막 전임의 과정을 수료 후 2024년 3월부터 서울대학교병원 안과에서 진료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최승우라고 합니다.
윤정기: 서울대학교병원으로 돌아온 후, 이 사업을 통해 연구 지원을 받으셨거나 받고 계신 선배 연구자분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분들의 연구를 들으면서 저 또한 언젠가 이 사업에 지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박사후 연구원 때 진행하던 연구 하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후속 연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업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제가 가진 연구 관심사와 연구 필요성에 공감해 주신 심사위원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동시에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과 앞서 선정되신 분들처럼 좋은 연구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적지 않습니다. 이를 발판 삼아 연구에 매진하겠습니다.
이현석: 무엇보다 부족한 저에게 뜻깊은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교수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사업은 전일제 박사과정 동안 수행해 온 당뇨병 유전체 연구와 줄기세포 기반 췌도 오가노이드 모델을 더 확장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기초와 임상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실제 환자 치료에 기여할 수 있는 의사과학자로 성장하는데 큰 발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승우: 저는 다양한 나노입자 및 생체재료의 안과적 및 의학적 치료에 관한 연구를 주로 진행하는데, 인건비와 더불어 연구의 특성상 합성관련 실험기기세팅 및 재료분석비용이 항상 걱정이었습니다. 연구비 문제로 잠도 설쳤었는데 이토록 절실하던 차에 사업단 및 심사위원분들께서 귀중한 기회를 주셔서 너무나도 기쁘고 감사드립니다. 한편으로는 소중한 기회를 부여받은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막중한 책임감도 함께 느끼고 있습니다.
윤정기: 호흡기는 외부 환경에 직접 노출되어 지속적으로 손상과 회복을 반복하는 장기입니다. 피부에 생긴 깊은 상처가 흉터를 남기듯, 폐에 생긴 심한 손상은 비가역적인 섬유화를 발생시키고, 심하면 호흡곤란과 사망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폐 섬유화를 되돌릴 치료법은 아직 없어 큰 문제를 야기합니다. 가령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심한 폐렴을 앓았던 상당수의 환자분들은 체내 바이러스가 다 없어졌는데도 산소 호흡기에 영구적으로 의존해야 했습니다.
반면, 생쥐는 심한 섬유화가 일어나도 시간이 지나면 거의 모두 회복되곤 합니다. 저희 선행연구(Nature, 2025)에서는 단일세포 멀티오믹스, 공간 전사체, 머신러닝 기반 병리 이미지 분석 등의 방법을 통해 섬유화 회복 시기에 특징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섬유아세포(fibroblast) 아형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섬유아세포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피세포와 혈관내피세포의 재생을 돕고 섬유화를 억제한다는 점입니다.
이번 과제에서는 이에 대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앞선 연구는 주로 생쥐를 활용한 연구이며, 사람 폐에서도 이 아형이 존재하는 것만 확인하였을 뿐입니다. 이 아형이 만성폐질환 환자들의 조직 속 어떤 미세 환경에서 존재하고 어떻게 다른 세포들과 상호작용하는지, 더 중요하게는 환자의 임상적 특징과는 어떤 연결고리가 존재하는지를 심층적으로 탐구하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이 아형이 치료적인 관점에서 활용될 수 있을지 모색하려고 합니다.
이현석: 이번 연구의 목표는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유래 오가노이드 모델을 활용해, 동양인에서 흔히 발견되는 GLP1R R131Q 변이의 기능적 의미와 GLP-1 수용체 작용제에 대한 약물 반응성 차이를 규명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췌도, 심근, 신경이라는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주요 표적 조직에서, GLP1R R131Q 변이의 영향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고자 합니다. 크리스퍼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하여 줄기세포에 해당 변이를 도입한 뒤 각 조직으로 분화시키려 하며, 췌도 오가노이드에서는 변이에 따른 GLP-1 수용체 작용제의 인슐린 분비 능력의 차이를, 심근세포에서는 당뇨병성 심근병증 모델에서 심근 보호 효과의 차이를, 신경 오가노이드에서는 칼슘 신호전달의 차이를 보고자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조직의 모델을 활용하여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질병 위험 및 치료 반응성 예측이라는 정밀 의료 실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최승우: Zeolitic imidazolate frameworks (ZIFs)는 아연 금속이온과 이미다졸 유기 리간드를 레고블럭처럼 조립하여 다양한 모양과 크기로 만들 수 있는 재미있는 입자입니다. 특히 이 ZIFs는 기존 나노입자 대비 상대적으로 mild한 합성조건과 매우 높은 약물탑재능을 보유하여 약물전달 및 치료분야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약물 탑재를 위한 입자 내부 구멍(pore)의 크기가 2 nm 미만으로 매우 작아 단백질과 같은 큰 생체분자들을 탑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pore 크기가 2-50 nm 정도로 큰 mesopore를 가진 ZIFs 개발에 대한 연구가 최근 대두되고 있지만, 기존 합성방법들은 합성단계가 너무 복잡하거나 합성에 사용하는 특수한 반응물들을 쉽게 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에, 저는 간단하면서도 효율적인 합성과정을 통해 단백질 탑재에 적합한 새로운 형태의 mesoporous ZIFs를 개발하고 이를 이용하여 약효발휘기간을 최대한으로 연장가능한 안과적 치료 단백질 약물전달시스템 제작에 응용하고자 합니다.
윤정기: 환자분들을 돌보는 일은 제 연구의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임상 업무가 제 연구와 관련되어 있지는 않고 사실 대부분은 무관합니다. 그럼에도 환자분들을 마주하는 일은 제가 가진 연구 질문들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새로 얻은 결과를 해석할 때도, 다음 연구를 계획할 때도, 때때로 나태해질 때도 환자분들께서 제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시고 원동력을 부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환자분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과학 연구에만 전념하고 있어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세상에서 임상과 연구를 병행하는 길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모두 훌륭하게 해내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저는 아직 하나에 집중하기에도 벅찰 때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과학자는 같은 관심사를 가진 분들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질병군을 보고 있는 호흡기내과 선생님들, 폐를 중심으로 병원에서 함께 협력하는 타과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기초 교실과 자연대, 공대 교수님들, 때로는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회사들까지, 저는 가능하면 다양한 분들과 만나고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각자 가지고 있는 무기와 질문도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르지만, 마음이 맞는 분들과 서로 필요한 부분을 메우면서 뭉친다면 조금 더 빠르게 발전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현석: 저의 목표는 질병과 연관된 유전자 변이의 기능적 역할을 규명하여, 만성질환에서도 환자의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질병 발생 위험을 예측하고, 보다 개인화된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정밀 의료 기반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또한 줄기세포 기반 오가노이드 기술을 발전시켜 향후 국내에 줄기세포 기반 세포 치료제가 임상에 도입될 때 핵심적인 기초 및 임상 연구 기반을 제공할 수 있는 연구자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최승우: 의사과학자는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기술 개발 가능성을 꿰뚫어보는 통찰력과 더불어 실제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신의료기술의 검증을 위한 임상의로서의 높은 지식 또한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공학(또는 생명과학)과 기초의학 그리고 임상의학을 연결하는 중개의학(translational medicine)의 과정을 통합적으로 경험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기초에서 임상까지 어느 한 분야도 소홀히 하지 않고 실험에서부터 검증과정까지 지속적으로 경험과 지식을 습득하며 이를 통해 창출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는 것까지 이루고자 부단히 노력하고자 합니다.
윤정기: 의사과학자로서 독립하여 이제 막 첫걸음을 떼고 있어 감사 인사를 드리기에는 이르지만, 그럼에도 감사 인사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먼저 최근 의정 사태로 인해 일손이 극히 부족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해 주고 계신 호흡기내과 선배, 동료, 후배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의사 역할만 하더라도 가족에게 소홀하기 십상인데, 저는 연구한다며 미국까지 가족을 데리고 다녔습니다. 본인 커리어까지 희생하며 포닥 부인 생활을 해 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아빠가 늦게 온다며 속상해 하면서도 밝게 자라주고 있는 딸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소중한 딸을 한국과 미국을 오가시며 기꺼이 함께 돌봐 주신(지금도 돌봐 주시는) 양가 부모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제 연구에 기꺼이 본인 폐 조직이나 샘플을 기증해 주시는 환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제가 연구 동의를 구할 때 늘 말씀드리지만, 제 연구가 아무리 잘 된다고 해도, 기증해 주시는 분께 바로 도움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앞으로 당신과 같은 병을 앓게 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말씀을 해 주시는 분들이 꽤 많이 계십니다. 매번 들을 때마다 제 마음을 다잡게 만듭니다. 이분들의 숭고한 뜻을 마음에 담고 좋은 연구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현석: 서울대학교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은 제게 있어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융합형 의사과학자 전공의 지원 사업부터, 전일제 박사과정 및 박사후 연구 지원 사업까지 연속적으로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부족한 저에게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 교수님들께 감사드리며, 열심히 연구를 수행하고 독립된 연구자로 성장하여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의 좋은 선례로 남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승우: 전임의 시절 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교수님들의 격려와 지원이 아니었으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연구를 지속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한 명의 독립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신 서울대학교병원 안과 및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안과 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이번 연구의 씨앗이 싹틀 수 있도록 마중물이 되어 주신 박규형 교수님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연구를 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계실 새내기 연구자분들, 연구를 시작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막막한 학생분들 및 의사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의사과학자 박사후 연구지원사업과 더불어 이런 분들에게도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이 전개 및 지속되어 예측불가한 미래의 한줄기 희망을 위한 투자가 계속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