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하 학생(의학과 박사과정)
인간은 얼마나 빠르게 달릴 수 있을까?
100m 달리기는 1896년 1회 올림픽부터 시작돼 가장 오래된 종목으로 꼽힌다. 1912년 10.6초라는 공식적인 기록이 시작된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은 100m를 10초 안에 달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968년 마침내 미국 육상선수 짐 하인스가 최초로 9.95초라는 기록으로 마의 10초 벽을 넘었다. 인간이 이 벽을 넘는데 무려 56년이 걸린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짐 하인스가 56년 만에 처음으로 10초 벽을 넘은 이후로, 같은 56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무려 190명 넘는 선수가 10초 벽을 넘었다는 사실이다. 56년간 단 한 사람이 해낸 일을, 이후로는 수많은 사람이 해낸 것이다. 그동안 선수들을 위한 장비도 개량됐을 것이고, 훈련 방법도 개선됐겠지만, 가장 크게 변한 것이 있다면 인간이 10초 안에 100m를 뛸 수 있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몸과 마음은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한계란 단지 아직 겪어보지 못했거나, 미처 시도해 보지 않았을 뿐이다. 결국, 진짜 한계를 만드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사고방식이다. 그리고 생각의 틀을 살짝만 벗어나도, 우리는 훨씬 더 멀리 도달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같은 거리를 달리면서도, 시기와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감각을 체험한다. 예를 들어, 9월에 처음 10km를 달렸을 때는 힘겹게 ‘억지로’ 뛰었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10월에 다시 10km를 달려보면, 이미 한 번 경험했다는 자신감과 익숙함 덕분에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점차 커진다. 그 결과 10월의 10km 기록은 9월보다 빨라지고, “이제는 조금 더 나아질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생긴다. 이처럼 한계를 넘어 보는 경험은 더 이상 그 지점을 ‘한계’가 아니라 단지 ‘경험’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성공 경험이 쌓일수록 ‘지금의 나도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긍정적인 확신이 내 안에서 단단해진다. 그렇게 새로운 도전을 마주할 때마다 설렘과 흥분, 그리고 “더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우리를 한 단계 더 성장하게 한다.
문제는 대체로 우리가 새로운 도전 앞에서 가장 먼저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부터 품는다는 데 있다. 실제로 무엇이 불가능하다기보다, 불안과 낯섦 때문에 ‘할 수 없는 이유’를 먼저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 무조건 위험하거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해볼 수 있는 이유’를 찾으려 애쓰다 보면, 우리는 한계라고 생각했던 지점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작은 실마리를 발견한다. 사실 몸이 주저앉아서 못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개 “이쯤이면 그만해야겠다”라고 결론 내리는 것은 몸이 아니라 생각이다. 우리가 스스로 마음속에 “이건 안 될 거야”라는 문장을 세우는 순간, 몸은 그에 맞춰 에너지를 방출하기를 멈춘다. 그러니 내가 가진 진짜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고 싶다면, 우선 “내가 세운 한계를 잠시 잊어보자”라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이미 쌓아 온 습관과 사고방식이 매우 강력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몸에 밴 습관은 우리의 행동뿐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다”고 믿는 범위까지 결정짓는다. 그래서 한 번에 확 바뀌려고 하기보다는, 조금씩 새로운 시도를 통해 “이것도 가능하구나”라는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 나가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작은 성공 하나가 다음 도전을 더 수월하게 만들어 주고, 그 도전이 다시 더 큰 가능성을 열어 준다.
여기에 상상력과 호기심을 더해 보면 어떨까? 지금껏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곳까지 내 몸과 마음이 닿을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내가 이걸 해낸다면, 다음에는 무엇까지 가능해질까?”라는 생각은 우리 안에 잠재된 에너지를 자극한다. 상상은 그 자체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게 해 주고, 목표를 품은 마음은 전에 없던 동기와 의욕을 일깨운다. 그 의욕이 반복될수록, 우리는 점차 한계를 넓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결국 우리가 마주하는 진짜 ‘한계’라는 것은 절대적인 수치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 만든 마음의 장벽일 뿐이다. 우리는 언제든 그 장벽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고, 조금씩 허물 수도 있다. 예전에 불가능해 보였던 목표가 이젠 눈앞에 가까이 와 있음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게 생각보다 훨씬 즐겁고 흥미로운 과정임을 알게 된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넘어지거나 길을 잃는 순간도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조차도 “나는 이렇게 조금씩 더 강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려움 역시 새로운 도전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때론 실수가 더 큰 깨달음을 선물하기도 하고, 실패가 오히려 다음 도전을 향한 강력한 동력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믿는 만큼, 우리의 몸과 마음은 확장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 엄청난 도전도, 언젠가는 “내가 이걸 해낼 줄 몰랐다”며 환희에 찬 웃음을 짓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의 가능성은 우리가 품는 생각의 범위보다 훨씬 더 크고, 우리를 진정으로 가로막는 것은 생각의 틀 그 자체다. 마음속 장벽을 살짝만 치워도, 우리는 이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끝이 어디까지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바로 그 ‘모른다’라는 사실이 도전의 묘미이자, 성장의 시작이다. 우리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깨어나는 상상력과 희망을 붙들자. 그러면 한계 너머에 있는 더 넓은 세계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 세계에서 우리는 또 다른 도전, 또 다른 꿈을 꾸며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