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동향]

The impact and implications of the Flexner report on medical education in Korea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명선정 교수
(의학교육실,교신저자)
윤현배 교수
(의학교육실,제1저자)

최근 정부에서 추진 중인 의과대학 증원이 의학교육의 질에 미칠 영향에 대하여 많은 우려와 논쟁이 발생하면서 새삼 100여 년 전 미국에서 발표되었던 ‘플렉스너 리포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9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의 의학교육은 작은 사설 강습소에서의 반복적인 이론 강의와 선배 의사의 진료를 참관하는 견습 등으로 이뤄졌으며, 제대로 된 입학이나 졸업 규정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19세기 중반부터 사설 강습소에서 발전한 의학교들이 차차 종합대학과 연계를 맺거나 통합되면서 근대적인 의과대학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유럽에서 기초과학을 공부하고 돌아온 의사와 과학자들이 의과대학에 교수로서 자리를 잡으면서 교육과정에도 기초과학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었으며, 주로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전반부의 실험 의학과 클리닉 실습 중심의 후반부 임상의학으로 교육과정이 체계화되기 시작하였다.

20세기 초, 미국의사협회 의학교육위원회는 카네기 재단에 미국의 의학교육에 관한 독자적인 조사를 의뢰하게 되었고, 재단은 교육자였던 아브라함 플렉스너(Abraham Flexner)를 책임자로 임명하였다. 2년간의 조사 후 1910년에 “미국과 캐나다의 의학교육”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출간되었다. 일명 ‘플렉스너 리포트’는 기초과학에 기반을 둔 ‘과학적인 의학’을 주창하였으며, 이를 학습하기 위해서는 실험실과 클리닉에서의 직접적인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원칙에 기반하여 다섯 개의 준거(입학 요건, 교수 수, 재정 지원, 실험실, 임상실습 기관)에 따라 전국의 의과대학을 조사하고 평가하였다. 이미 개혁을 진행하고 있던 선구적인 의과대학들은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시설과 재정이 열악하였던 사설 강습소 수준의 의학교들은 혹독한 비판을 받게 되었다. 보고서 출간 이후 대중의 반응 또한 폭발적이었으며, 이후 2-30년 동안 비영리 재단과 지방정부, 개인 후원 등을 통한 재정적인 지원의 대부분이 종합대학 소속의 의과대학으로 집중되었다. 보고서 발표 이후에 미국의과대학협회 주도로 개혁이 가속화되었으며, 교육과정이 4년으로 늘어나고 입학 요건도 강화되었다. 이러한 개혁의 흐름 속에서 교육여건이 열악한 의학교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게 되면서, 1900년대 초반에 최대 160개에 달했던 미국 의과대학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1930년에는 76개까지 줄어들었다.

우리나라는 19세기 후반부터 근대 의학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여 일제 강점기에는 주로 일본의 영향을 받았고 해방 이후에는 주로 미국의 영향을 받게 되었다. 1910년에 발표된 ‘플렉스너 리포트’의 원칙과 기조가 이후 100년간 미국 의학교육에 이어져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보고서가 우리 의학교육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첫째, 전반부의 기초의학(실험)과 후반부의 임상의학(실습)으로 구성된 교육과정이 의학교육의 표준이 되었다. 이후 의학교육의 발전에 따라 그 구체적인 구조와 내용, 방법 등에는 변화가 있었으나, 모든 의과대학에 표준화된 교육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대전제는 유지되었다. 둘째, 의학교육의 표준화와 질 관리를 더욱 강화한 것은 2000년대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의학교육 평가인증제도이다. 초기에 자율적으로 진행되던 의과대학 평가인증이 이후 법적 근거를 가지고 의무적으로 시행되었으며, 급기야 2018년에는 평가인증에 여러 차례 통과하지 못한 한 의과대학이 폐교되는 일까지 발생하였다. 셋째, 이러한 표준화와 질 관리의 근간에는 의과대학의 주류로 자리잡은 학술 의학 (academic medicine)이 있었다. 학술 의학은 왕성한 의학연구를 통한 학문 발전을 최우선 순위로 추구하였으며, 의학교육에서도 기본적인 진료 능력뿐만 아니라 학술적으로도 충분한 역량을 갖춘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 국내 모든 의과대학의 공통된 목표가 되었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의과대학 증원은 단순히 숫자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 의학교육 시스템에 큰 파장을 가져올 변화이다.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의사를 양성할 것인가를 논의하기에 앞서, 미래 우리 사회에 어떤 의사가 더 필요하고 그 의사를 어떻게 양성하고 지원할 것인가를 충분히 숙고하고 논의해야 한다. 모든 나라의 의학교육은 당대의 사회와 정치경제, 문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플렉스너 리포트’ 이후 미국 의학교육의 개혁도 의학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교육자들의 헌신과 의사의 질을 관리함으로써 의사의 권리와 전문성을 지키려는 의사단체의 노력, 고등교육과 의학의 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제공된 막대한 기금과 후원금,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시 미국 대중의 “과학적 의학”에 대한 높은 신뢰와 지지 덕분에 가능하였다. 반면에, 우리는 의사 양성의 양적 팽창이 가져올 결과를 충분히 예측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대비하고 있는지, 지금까지 양성하려고 노력했던 학술적인 역량을 갖춘 의사 외에 기본 진료에 특화된 실무 의사를 더 많이 양성해야 하는지,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이제는 표준화된 교육과정이 아닌 각각의 사명에 따른 개별화된 교육과정이 필요한지, 이러한 변화를 준비하기 위하여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국민과 사회는 무슨 투자와 노력을 해야 하는가 등 수많은 질문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채로 여전히 남아있다. 이제라도 단순히 의과대학 증원 이슈를 넘어서서 향후 의학교육의 큰 방향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Effect of direct-acting antivirals on disease burden of hepatitis C virus infection in South Korea in 2007-2021: a nationwide, multicentre, retrospective cohort study

eClinicalMedicine

김원 교수
(내과학교실,교신저자)

아직까지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DAA) 치료가 C형 간염 바이러스(HCV) 감염에서 질병 부담을 개선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이 연구는 개별 참가자 데이터를 사용하여 HCV 감염 환자의 질병 부담 감소에 대한 DAA 치료의 효과를 조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C형 간염 바이러스(HCV),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DAA), 간섬유증, 간경화, 간세포암, 간 부전, 사망률, 질병 부담, 장애라는 검색어를 사용하여 2023년 8월 31일까지 발표된 연구를 PubMed에서 검색했다. 추가로 장애 보정 수명(DALY), APRI 점수, FIB-4 지수, 간 강직, 간섬유화스캔 등의 검색어를 초록, 제목 또는 MESH 제목에서 검색하였다.

이전 연구에서는 DAA 사용이 HCV 감염 환자의 간세포암 발병, 간 부전, 간 관련 사망 등 간 관련 사건의 위험을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DAA 치료가 DALY와 관련하여 질병 부담을 개선하는지 여부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특히, 간섬유화를 고려한 DAA 치료가 질병 부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인 다기관 후향적 코호트 연구 결과에 따르면 DAA 치료는 개별 참가자 데이터를 사용하여 DALY로 측정한 간섬유증 기반 질병 부담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HCV 감염 환자의 DAA 치료는 또한 간세포암 발병, 간 부전, 간 관련 사망률과 같은 간 관련 사건을 감소시킬 수 있었다. HCV 감염의 조기 발견과 즉각적인 DAA 사용은 간섬유증 기반 질병 부담을 줄이고 임상 결과를 개선하는 데 중요한 전략이었다.

DAA 치료는 HCV 감염 환자의 간 관련 결과 개선 및 질병 부담 감소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섬유증 관련 질병 부담 평가에 다음과 같은 제한점이 있었다. 즉, 간섬유증은 비침습적 검사(APRI 점수, FIB-4 지수 및 간섬유화스캔)로 평가하였다. 추후 비침습적 섬유증 검사와 간 조직학적 소견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DAA 전후에 시행한 간조직검사를 사용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만성 C형 간염 환자에서 직접 항바이러스제의 사용에 따른 간 관련 사건의 발생(간세포암, 간부전, 사망, 복합 결과)
< 만성 C형 간염 환자에서 직접 항바이러스제의 사용에 따른 간 관련 사건의 발생(간세포암, 간부전, 사망, 복합 결과) >

Real-time machine learning model to predict short-term mortality in critically ill patients: development and international validation

Critical Care

이형철 교수
(마취통증의학교실,교신저자)
임이랑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제1저자)

본 연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마취통증의학교실 연구팀의 이형철 교수와 임이랑 교수 등이 국내 인공지능업체인 뷰노와 함께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로, 중환자실 환자의 단기 사망 위험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다국가 검증한 연구이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들은 대부분 의학적 상태나 기저 질환이 매우 위중한 상태로, 치료 과정 중 급격한 상태 변화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에 환자의 상태 변화를 조기에 파악하고 위험도를 예측하는 것이 환자 치료 성과 향상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입실 후 첫 24시간 이내에 사망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며 이후로 치료 과정에 따라 사망률은 시간에 따라 서서히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기존의 중환자실 사망 예측 모델들이 대부분 입실 후 첫 24시간 이내 기간에 집중하는 것에 착안, 중환자실 재원 기간 내내 활용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했다. 특히 이전에 병실 환자에서 심정지 예측 모델을 만들어 식약처 인허가를 획득한 뷰노와 협업하여 상업화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위해 심박수, 혈압, 체온 등 일상적으로 측정되는 생체 징후 9가지와 혈액 검사 결과 16가지 등 총 26가지 변수를 입력으로 사용하는 앙상블 머신러닝 모델을 구축했다. 이러한 연구 디자인은 과적합을 방지하고 다양한 환경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특정 병원에서만 얻을 수 있는 변수의 수를 최소화하고, 여러 모델의 예측 결과를 종합하는 앙상블 기법을 적용한 것이다.

모델의 예측 성능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대학교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 데이터를 사용한 내부 검증에서 AUROC(ROC 곡선 아래 면적) 0.964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또한 국내 데이터로 학습된 모델이 다른 인종과 의료 환경에서도 활용 가능한지 평가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의 대규모 중환자 데이터베이스인 MIMIC-III, eICU-CRD, AmsterdamUMCdb를 사용해 외부 검증을 수행한 결과, AUROC 0.870~0.890으로 우수한 예측 성능을 보여주었다. 특히 개발된 모델은 모든 검증 데이터셋에서 기존에 널리 사용되는 중증도 점수 체계를 능가하는 성능 및 더 적은 알람 수를 보였다.

본 연구의 의의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변수로 실시간 중환자 사망 예측 모델을 만들고, 성능을 다국가 데이터를 이용해 검증했다는 데에 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보다 다양한 의료 환경과 예후에 대해 모델을 확장하고, 임상 현장에서의 유용성을 검증하는 한편, 예측 결과를 해석하고 환자 맞춤형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기존의 전통적 예후인자와 비교한 iMORS의 예측 성능
< 기존의 전통적 예후인자와 비교한 iMORS의 예측 성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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