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마당]

국제보건에 한걸음 더 내딛으며


이하민
(의학과 2학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외과의사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본과의 휘몰아치는 수업과 강의록 글씨들에 압도되며 꿈의 생기가 서서히 옅어질 때쯤, 본과 2학년 블록의 중간에 인간사회의료3 수업을 통해 처음으로 Global surgery 분야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저소득 국가에서 외상이나 수술이 필요한 상태에서 10명 중 9명이 외과적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고 있다는 것과, 전세계 질병 부담의 11%는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현재 상황에 대해 배우게 된 후, global surgery 분야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으로 나의 꿈의 색을 조금 더 칠하게 되었다.

의학연구 주제 신청 시에 <Global surgery program 준비, 참여, 연구과정을 통한 국제보건의 이해> 주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간절한 마음으로 신청을 했다. Global surgery와 국제보건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으로 작년에 해당 의학연구 주제를 수강한 선배를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 보기도 하고, 선택교과로 <국제보건의 실제 경험과 적용> 과목을 수강하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나를 포함한 4명의 친구들과 함께 Global surgery에 관한 의학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학생 신분으로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에서 실시하는 <몽골 심장수술 의료기반 조성 및 교육사업>에 함께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몽골 교육사업팀에는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 센터장이신 김웅한 교수님을 포함한 흉부외과, 마취과, 소아흉부외과, 심폐기사, 수술실과 중환자실 간호사 의료진 선생님, 센터 연구원님, 그리고 학생 4명이 함께 하여 총 18명이 10월 17일 아침에 울란바토르로 출발하게 되었다. 점심 즈음에 공항에 도착했는데, 바로 몽골 국립 제3병원으로 향했다. 의료진 선생님들께서는 다음날부터 시작될 수술 환자들에 관하여 몽골 의료진과 논의를 시작하셨고, 심초음파를 보시며 진료를 보셨다. 한국 의료진이 온다는 소식이 이미 퍼졌는지, 심초음파실 앞에는 줄이 매우 길게 서있었다. 젖먹이 아이부터, 장난을 치는 어린아이, 교복을 입은 청소년까지 환자들의 나이대도 다양했다. 하지만 공통점은, 모두 옆에 어른이 꼭 한 명 이상씩 있었다는 것이다. 부모님이 함께 온 환자도 있었고, 조부모님이 온 환자도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부모님과 조부모님 모두 돈을 버느라 바쁘셔서 부모님의 친구가 보호자로 온 환자도 있었다.

선천성심장질환은 어렸을 때 진단되는 경우가 많고, 종류에 따라서 유아나 소아 시기에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기에 환자 혼자만의 질환이 아니라 보호자의 간병이 필요한 질환이다. 또한 수술을 받고 난 이후에도 환자 보호자의 양육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심장수술 역량 강화 및 교육에 있어서는 환자 보호자들이 어떤 것을 가장 필요로 하고 궁금해하는지, 어떤 도움을 제일 받고 싶어하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선천성심장질환 환자 보호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보호자의 이야기를 더 듣기 위한 환아 돌봄에 대한 요구도 조사를 실시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심초음파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선천성심장질환 환자 보호자들과 수술을 받게 된 환자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인터뷰 질문들은 크게 1) 선천성심장질환 진단 이후 환자보호자의 건강 상태는 어떻게 변했고 심적 상태는 어떠한지, 2) 주변에서 도움은 어떻게 받고 있는지, 3) 의료진의 도움은 어떻게 받고 있는지, 4) 아이를 돌보면서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와 이를 현재 어떻게 수집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들이 있었다. 설문조사는 질문이 더 구체적으로 쓰여 있으면서 환자보호자들이 직접 체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비록 우리가 직접 몽골어를 하지는 못하여 통역사 선생님을 사이에 두고 인터뷰가 진행되었지만, 환자 보호자들의 눈빛에서 그들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환자 보호자들의 이야기는 모두 다 달랐고, 특별했다. 아이에게 선천성심장질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심정을 말할 때, 보호자들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그 눈에는 아이를 꼭 키워내겠다는 강인한 의지가 있었다. 몽골에서 현재 선천성심장질환 수술의 일부 케이스는 할 수 있지만, 몽골 내에서 수술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 경우 환자들은 인도, 중국으로 원정 수술을 떠나야 하는데, 이 경우 매우 많은 비용이 들고, 수술을 받고 온다고 해도 그 결과가 항상 좋게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그 수술의 기회를 얻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거나, 모금활동을 진행하며 비용을 마련하고 있는 환자 보호자들도 있었다.

어떤 환자보호자는 몽골에 있는 선천성심장질환 환자보호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몽골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 어떤 도움보다도 내 나라에서 나의 아이의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이 가장 소중한 희망과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답변을 들으며, 이번 <몽골 심장수술 의료기반 조성 및 교육사업>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국제보건 사업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Sustainability(지속성)라고 배웠다. 전문집단이 국제보건 사업을 실시한 직후 성공적인 결과가 있더라도, 그 전문집단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 다시 결과가 무너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학생으로서 이번 <몽골 심장수술 의료기반 조성 및 교육사업>은 따라서 단순 봉사가 아닌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서 팀단위로 몽골에 와서 의사, 간호사, 심폐기사 각 의료진이 자신의 역할에 맞는 몽골 의료진에게 의학적 지식 및 환자 관리기술을 교육하고 있었고, 팀 단위로 접근하는 것의 중요성도 함께 전파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서 몽골 제3병원에서 스스로 수술을 할 수 있는 의료기반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국제보건에서 활약하기를 꿈꾸는 학생으로서, 이 사업의 일환으로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무척 감사한다. 일주일 간의 몽골 교육사업참여는 국제보건에 한 발짝 다가가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비록 아직 의료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의 학생이라서 임상적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환자보호자 인터뷰라는 질적 연구를 통해 참가하게 되면서 환자의 진단명과 차트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환자 가족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과정은 몽골 환자보호자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와, 선천성심장질환을 치료해줌에 있어서 수술뿐만 아니라, 수술 이후에 어떻게 가족이 함께 나아가고, 미래를 계획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주는 것도 의사의 치료 범위에 해당한다는 것을 강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을 보면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하셨던 의료진 선생님들과, 일주일 간의 몽골 사업이 원활히 운영하는 것을 조율해주시고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더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신경 써 주시고 연구 진행도 함께해 주셨던 연구원 선생님들, 한국에서 화상회의로 연구 진행상황을 함께해 주셨던 한승헌 박사님께도 모두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