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마당]

연건의 새싹들을 만나다

글: 학생기자 유태웅, 최수연(의학과 3학년)


박주은, 신재은 학생(의학과 1학년)


그날은 유난히 화창한 날이었다고 기억한다. 교육관 4층에 올라가 문을 열고 들어서서 마주한 탁 트인 공간에는 흰색 천이 덮인 ‘무언가’가 놓인 책상들이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었다. 엄숙한 분위기에 마스크로 가려진 입술이 말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윙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환풍기의 소리를 뒤로 하고 묵념 후 ‘무언가’를 덮은 흰색 천을 걷어내자, 나는 그제서야 ‘카데바’ 라고 불리는 그 ‘무언가’가 바로 나의 ‘첫 번째 환자’라는 것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통하는 찌릿한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이것은 3년 전, 내가 겪은 해부학 실습 첫 날의 인상이다.

의학과 3학년이 되고, 병원 실습을 돌며 환자들을 마주하는 오늘에 이르러서야 나의 첫 번째 환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의예과를 수료하고, 정말 아무것도 모른 채로 쭈뼛거리며 해부학 실습에 임한 그 날은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오늘은 이런 감사하고도 강렬한 경험을 마주하며 처음 의학을 접하게 된 의학과 1학년 학생들의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1. 안녕하세요, 관악을 떠나 연건 캠퍼스에 오게 된 것을 환영합니다. 자기 소개와 함께 의학과 1학년이 된 소감을 말해주세요.

박주은: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본과 1학년이 된 박주은이라고 합니다. 제가 예과 때부터 선배들한테 본과의 악명에 대해서 많이 들었는데, 벌써 3주째 지나고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본과 생활이 힘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면 실습에서 사람들을 만나서 재미있기도 하고, 해부 실습을 하면서 내가 정말 의대생이 되었구나, 느끼는 순간도 많은 것 같아요. 매일매일 뿌듯함이 있는 본과 같습니다.

신재은: 안녕하세요, 저는 본과1에 진급하게 된 신재은입니다! 제가 벌써 입학한지 2년이 지났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사는 환경과 패턴이 모든 게 본과에 들어오면서 바뀌었는데, 4주 동안 그렇게 나쁘게 지내진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도 이렇게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2. 의예과와는 너무 달라진 학교 생활에 많이 어색하고 당황스러울 거 같아요. 개강한 지 한 달이 채 안 된 지금, 나의 마음을 한 마디로 표현해 본다면?

박주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한 질문인데, 지금 막 떠오른 게 있습니다. 방금 해부실습에서 만난 저희 조 친구가 오늘 실습이 끝나고 사랑니를 뽑으러 간다고 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본과의 마음이 “첫 사랑니”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설렘과 새로운 시작이라는 뜻도 있지만, 그 사이에 아픔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풋풋하고 대학생활의 새로운 느낌을 준다고 생각해서 첫 사랑니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신재은: 저는 요약하자면, ‘버틴다’인 거 같아요. 주은 친구 말대로 설레는 부분들도 많고, 사실 의대에 들어와서 제대로 된 공부를 하는 것이 지금이 처음이라, 진정한 의학도가 된 기분도 들지만, 육체적인 피로함은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열심히 버티는 것이 본과 생활의 진리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3. 코로나19로 정상적인 학교 생활이 어려웠던 시기에 의학과 1학년에 입학하게 되어 힘든 점이 참 많을 텐데, 현재 학교 생활에서 가장 힘들거나 아쉬운 점은 무엇일까요?

박주은: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으로 녹화 강의를 듣게 되는데, 스스로 공부 조절이 잘 안 돼서 녹화 강의가 밀리면 학업 부담이 커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떤 과목은 실습을 비대면으로 하기 때문에 정확히 내용을 파악하려면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어려운 점이 있어요. 그래도 해부학처럼 일부 실습은 대면으로 해서 그런 마음을 조금 달래주는 거 같아요.

신재은: 저희 20학번은 대학교 입학하면서 코로나가 같이 터져서 사실 예과 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점이 많이 아쉬웠고, 그래서 동기들끼리 가장 서먹한 학년이 저희 학년일 거라고 생각해요. 학생들끼리 서로 정보 공유도 하고 질문도 하면서 얻어가는 게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이 미흡한 거 같아서 아쉬운 것 같습니다.


4. 지금까지 공부한 과목 중 가장 재미있는 과목과 가장 어려운 과목은 무엇인가요?

박주은: 일단 가장 어려운 과목은 정말 많은 동기들이 공감할 거 같은데, 저는 생리학이 가장 어려운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생리적인 현상들을 수식이나 그래프로 설명을 하는데, 익숙하지 않다 보니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아요. 실습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심전도를 보거나 활동 전압을 보는 것도 생각보다 까다로워서,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어렵게 느껴지는 과목인 거 같습니다. 가장 재미있는 과목은 그나마 해부학 아닐까요…? 처음에는 쏟아지는 근육, 혈관의 명칭들에 정신을 못 차렸었는데, 해부실습 조 친구들이랑 친해지니 같이 구조물을 보고 서로 설명도 해주게 되었어요. 책이나 강의록에서만 봤던 이론적인 부분들을 실제로 접하니까 굉장히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재은: 저도 어려운 과목은 주은이와 똑같은 거 같아요. 저도 사실 생리학을 이해함에 있어서 제 스스로, 혼자 습득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 거 같아 그 부분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과목은 사람마다 다를 거 같은데, 저는 생화학이 제일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거 같아요. 해부학도 좋지만 생화학 수업을 들을 때 제가 궁금해했던 인체의 원리들을 배울 수 있어 제일 흥미롭게 느껴지는 과목인 거 같습니다.


5. 의과대학 학생들은 해부학 실습을 위해 기증되는 시신, 카데바를 통해 생애 첫 번째 환자를 만난다고 합니다. 우리 의학과 1학년 학생들에게 첫 번째 환자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요?

박주은: 제일 첫 시간에 위령제를 할 때 교수님께서 ‘이분이 너희 생애 첫 번째 환자’ 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에는 남았지만, 해부 실습을 하면서 익숙해지니 저도 모르게 그 의미를 까먹게 되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무엇보다 중요한 자신의 몸을 저희의 배움을 위해서 기증하셨다는 점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아직 해부 실습이 2-3달 정도 남았는데, 그 동안 그분이 전하려고 한 의미들을 되새기며 열심히 공부하고, 나중에 첫 번째 환자에게 고마움을 전할 수 있는 의사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재은: 저도 사실 첫 날 위령제에서는 엄숙한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계속 실습을 하다 보니까 학습의 도구로 대하게 되고 무덤덤하게 된 것 같아 실제로 제가 의사가 되어도 바쁜 업무에 치이다 보면 환자 본연의 마음에 무디어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앞으로 그렇게 되지 않도록 실습하면서 되새기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6. 첫 번째 환자를 만난 여러분은, 앞으로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가요?

박주은: 저는 간단하게는 ‘살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정한 의사, 카리스마 넘치는 의사 등 여러 성향의 의사가 있겠지만, 저는 본업에 가장 충실하게 살리는 일을 제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환자분들도 의사에게 간절한 마음으로 찾아올 텐데, 그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재은: 의사도 사람이니까 사람 대 사람으로 교감할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아 나은 뒤에 일상으로 돌아갔다가 가끔 아팠던 순간을 떠올렸을 때 ‘그때 그분 덕분에 나았지, 그때 감사했지.’라며 환자분이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의사가 되면 좋겠어요. 그리고 정확한 진단을 내려서 환자를 잘 치료하여 환자를 여러 번 만나지 않아도 되는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7. 마지막으로 1년 후의 나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박주은: 주은아, 1학년이 된 입장에서 지금 본과 2학년, 3학년이 너무 대단해 보이고, 나는 절대 이걸 못 벗어날 것 같아 보이고, 당장 앞둔 1차 시험이 너무 막막하고 하지만 그걸 겪어내고 본과 2학년이 되어있을 너는 정말 대단하니까 앞으로도 용기를 잃지 말고 하루하루 긍정적이고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파이팅~!

신재은: 1년 후의 재은아, 본과 2학년 가 있는 거 맞지? 2학년 선배들 너무 대단해 보이고, 순환기, 소화기 같이 어려워 보이는 과목들을 하고 있을 텐데 너도 고생을 많이 하고 있겠구나. 파이팅하고, 열심히 할게!


의학과 1학년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고귀한 학문인 의학에 첫 걸음을 내디뎠다는 설렘과 고귀함의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학업의 부담감이 뒤섞여 많이 혼란스러운 시간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비슷한 듯하다. 비록 지금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과연 내가 다 해낼 수 있는 것인지 의학과 3학년이 된 지금도 도저히 확신이 서지 않지만, 지금도 각지에서 생명을 구하고 있을 선배 의사 선생님들을 생각해보며 우리도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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