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사]

이정렬 교수(흉부외과학교실)

1990년 전임의로 시작한 흉부외과 교수직이 어언 30년입니다. 짧지 않은 기간인데 병원발전에 기여한 바가 미미했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1980년대 중반 서울대병원이 어린이병원을 개원하면서 제 전공인 선천성 심기형의 외과적 치료는 새로운 장을 맞게 되었습니다. 스승이신 서경필, 노준량, 김용진 교수님의 불굴의 도전정신과 헌신이 없었다면 아마 오늘도 없었을 것입니다. 특히 2006년 교육연구부장이란 병원행정을 시작으로 기조실장직을 경험하면서 대학본부와 의대와 병원의 동료, 선후배와 외부인사들에게 입은 은혜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축복이었습니다. 이제 떠나면서 후학들의 영원한 번성을 기원하며, 우리 선천성 심장질환팀의 손때가 묻은 수많은 생존환자들의 삶의 질과 수명연장 역시 후학들의 몫이니만큼 정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정년 말미에 찾아온 국군대전병원장직을 봉사의 마지막 기회로 삼고 싶습니다.

김병일 교수(소아과학교실)

 

1993년부터 어린이병원에서 10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18년 6개월, 총 30여년 동안 교수로 근무하는 동안 소아과학(신생아학) 발전에 기여하고 위상을 높였다는 생각에 후회없이 기쁘게 퇴임합니다. 1998년 어린이병원장이셨던 최용 명예교수님의 리더십으로 어린이병원 개보수 및 확충안이 실현되어 2006년 신생아중환자실(NICU)이 새롭게 확충 개소하는 데 5년 동안 기여했던 일, 새로 개원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2004년부터 12년 6개월간 소아청소년과장으로 재임하며 소아청소년과와 신생아집중치료실을 크게 확충하고 고위험산모신생아치료 통합센터를 설립하는 데 기여한 일 등이 기쁜 추억으로 남습니다. 의료는 온고지신 정신으로 보수적으로 계승 발전하도록 노력하되, 학문은 청출어람 정신으로 후학이 선학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계승발전을 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꼭 남기고 싶습니다. 퇴임 후에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외래진료 봉사를 하며 정년 후 인생을 걸어가려고 합니다.

이국현 교수(마취통증의학교실)

 

병원에서 30년 동안의 일이 그리 아득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건강이 유지되면, 정년은 일상의 연속으로 이해해도 될 것 같다는 소견입니다. 심장수술 후 심폐기능부전증이 발생한 소아환자에게 국내 처음으로 체외순환막형산소화법(ECMO,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을 시행하였고, 1993년부터 수년간 주말 응급 간이식 마취를 담당하였습니다. 특히 외과의, 수술부 간호사 등 여러 선생님들과 팀을 이루어 수술환자의 소생을 도왔던 일은 오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후학들은 대학의 연구 인프라를 활용하는 동시에, 대학병원은 곧 임상의학의 현장임을 이해하고 팀웍을 유지하면서 최선을 다 하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퇴임 후에도 마취 통증의학의 다양한 마취약제, 자율신경조절, 급만성 통증치료 등에 관한 이해를 넓히면서, 소프트웨어 활용을 통한 임상마취 발전에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은식 교수(비뇨의학교실)

 

엊그제 대학에 입학한 것 같은데 벌써 정년이라니 스스로도 믿기지 않습니다. 아쉬움도 듭니다만, 시원하고 후련함도 많이 느낍니다. 지난 40여년 동안 제 놀이터인 혜화동을 떠나게 되어 무엇보다도 서운합니다. 익숙함과의 이별, 사라질 자유, 잊힐 영광... 1987년 전임의 시절 동료들과 오랫동안 준비해서 그해 가을 방광절제후 인공방광 수술을 처음 시도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1994년 해외연수 후 비뇨기과 실험실을 만들고 ‘주술야실(낮에는 수술실 밤에는 실험실)’의 생활을 했던 것과 2004년 이후부터는 어려운 비뇨기과 수술법을 쉽게 비뇨기과 수련을 받은 전문의면 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데 노력한 것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성경말씀처럼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자기 도리를 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퇴임 후에는 소소한 일상을 보낼 예정입니다. 그리고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계획입니다.

정재민 교수(핵의학교실)

 

이제 이곳으로 출근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니 참 묘한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또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서 살아야 하니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새로운 희망도 가지게 됩니다. 이제 너무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야 되겠습니다. 우선 같이 어울릴 친구를 많이 좀 찾아봐야 되겠는데 하필 코로나 때문에 시절이 별로 좋지 않군요. 사이클로트론 장비를 처음 도입하여 설치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 장비가 자주 고장 나서 그 원인을 찾아서 고치고, 또 새로운 방사성의약품 합성법을 개발하여 밤을 새워 가며 실험하고, 일본까지 가서 거기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배워오고 하였습니다. 후학들은 학교와 병원이 세계적인 의학과 의술의 발전에 앞장서서 나아가는 데 더욱 힘써 주셨으면 합니다.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방사성의약품 관련 특허를 출원하였는데, 퇴임 후에는 기업체로 가서 제품화를 계속 추진하여 성공시킬 예정입니다.

김석현 교수(산부인과학교실)

1977년 3월 의과대학 학생 시절부터 45년간 교육에 참여하고, 산부인과 생식내분비학 여러 분야에서 연구하면서 많은 환자분들을 진료할 수 있어 영광이었고 보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아들과 딸 남매가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산부인과 전공의•전임의 과정을 마친 점이 자랑스럽고 행복했습니다. 서울의대 학생부학장으로서 학생교육, 장학금 및 발전기금 모금, 총동창회 활동, 기숙사 운영 등에 참여할 수 있었던 일, 서울대병원 교육연구부 전공의 담당교수로서 많은 시간을 젊은 의사선생님들과 보낼 수 있었던 일이 보람되고 즐거웠던 좋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제자와 후학 여러분들은 서울대병원의 설립목적인 교육, 연구, 진료 및 봉사 등 각 분야에서 더욱 정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학 및 병원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 간직해 애교심, 충성심 등이 더 굳건해 지시기를 바랍니다.

김우선 교수(영상의학교실)

모교와 훌륭한 병원에서, 우수한 선후배들과 같이 공부하고, 진료하고, 교류하면서 정년을 맞이하여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없습니다만, 그동안 가르침을 주셨던 스승님과 선배 교수님 그리고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여러 과의 선후배 선생님들의 모습이 떠오르며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됩니다. 또한 그동안 저의 여러 건강 문제를 잘 돌보아 주신 여러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저를 도와주시고 동고동락해 왔던 모든 직원분들께도 작별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직 진로가 정해지지 않은 의과대학 학생들에게는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의학발전과 인류애를 생각하면서 큰 그림을 그려 가시기를 기원합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서울대학교병원 그리고 영상의학과의 최고를 향한 지속적인 노력을 앞으로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퇴임 후 계획은 천천히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하규섭 교수(정신과학교실)

정년을 4년 반 남겨놓고 대학과 병원을 좀 일찍 떠나게 되었습니다. 지난 27년간 동고동락한 환자분들, 학생•전공의, 전임의, 선배 동료 교수님과 직원들께 감사드리는 마음이 제일 큽니다. 분당서울대병원 개원을 준비하면서 전자의무기록개발 팀장으로서 ‘BEST Care’를 완성하려고 동료들과 애썼던 기억, 분당서울대병원 초기 기획조정실장으로서, 초창기 한국자살예방협회장으로서, 초대 국립정신건강센터장으로서 동분서주했던 기억 그리고 잘 안 낫는 환자분들과 같이 애닯아 했던 기억이 남습니다. 우리는 너무 모든 것을 다 가르치고 배우려는 것 같습니다. 환자를 자세히 진료하면서 꼭 필요한 것을 충분히 습득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교육방법일 수 있다는 점을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아내와 함께 캐나다에 있는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정신과에서 offer를 받았습니다. 퇴임 후에도 양극성장애 및 우울증에 관한 진료, 교육, 연구를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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