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빈 교수(의학교육실)
- 한희원, 정한별 학생기자
의학연구 2 진행 경과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의학연구 2』 과정이 10월 16일부터 12월 21일까지 10주 동안 진행되었다. 총 147명의 학생들이 62개의 주제에 배정되었으며, 우리 의과대학과 서울대학교병원 외에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홍천 시스템면역의학연구소 등에서 의학연구 과정을 수행하였다. 배정받은 연구주제와 실험실의 특성에 따라 구체적인 연구 수행방식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오전 9시에 연구실에 나와 오후 5시까지 연구를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학생들은 매주 참여한 연구활동과 연구의 진행 사항을 주간보고서로 작성하여 온라인으로 제출하였고, 10주 간의 과정을 마친 후에는 논문 양식의 연구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주간보고서 및 논문 양식의 연구보고서와 함께, 지도교수의 평가 등을 종합하여 의학연구 과정에 대한 최종 평가가 이루어진다.
의학연구 2 참여교수 인터뷰
『의학연구 2』 과정은 2017년 처음 시행되어 올해로 2년차에 접어들었다. 새로운 교육과정이고 기존 과정과 차별성이 큰 만큼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고 개선해야 할 점도 있으나, 학생들이 의학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는 참여한 교수들과 학생들이 대체로 공감하였다. 지도교수로 참여하신 몇 분의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생화학교실 묵인희 교수 (“알츠하이머병 뇌병리와 혈액 바이오마커와의 연관관계 연구”, “알츠하이머병에 관련된 분자생물학적 작용 연구 및 고찰 진행”의 2개 연구주제를 개설하여 2명의 학생 지도)
우리 연구실에서 개설한 주제는 하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영상 자료들과 혈액에서 찾은 여러 단백질 바이오마커와의 연관관계를 연구하는 것이었고 다른 한 주제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생체시계리듬이 망가지는 병인기전을 연구하는 것이었습니다. 한 주제가 직접적으로 환자 데이터와 생화학적 연관성을 보는 것이었다면 다른 주제는 아주 기초적인 생체 내 변화를 세포수준에서 보는 연구였습니다. 각 학생마다 본인이 선호하는 주제가 있었고 여기에 따라 논문을 읽고 연구를 하는 과정이 방향은 많이 달랐지만 아주 흥미롭게 열심히 하루하루 연구를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본과의 수업들이 매일 강의실에서 주어지는 수업을 수동적으로 듣고 외우는 방식으로 지냈다면 여기서는 자유롭게 본인이 찾아서 능동적으로 논문을 읽고 연구하는 것이라 아직까지는 너무나 즐겁고 편안하다고 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의대생들에게 창의적 사고를 펼칠 수 있는 시간과 제도가 정말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10주의 시간을 내기 위해 교과과정 편성 시부터 여러 교실에서 많은 고민을 하면서 내 준 시간이었는데 나름 학생들이 이렇게 좋아하고 얼굴부터가 환해지는 것을 보면서 의학연구2가 나름 장점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내년 교과과정 운영 시 바라는 점으로는, 2학년 학생들이 의학연구2의 주제를 정하고 연구실을 정하는 것을 조금 미리부터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사전에 정하고 조금이라도 준비가 된 상태로 의학연구 과정을 시작하는 것과, 과정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연구주제 선정부터 하는 것은 10주의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는 측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틈틈이 관련 논문도 읽어보고 미리 실험실에 와서 분위기도 파악하고 교수님들과 대화를 해본다면, 의학연구2가 시작되자 마자 기본적인 준비가 된 상태에서 연구에 쉬이 몰입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수 입장에서는 학생이 미리 주제를 정할 수 있도록 상담하고 도와주는 것이 더욱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하는 일이지만, 학생의 입장에서 본다면 10주를 얼마나 충실하게 사용할 수 있느냐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일 수 있겠습니다. 물론 학생들의 경우에도 개인에 따라 미리 주제를 고민해 보는 작업이 추가적인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겠으나, 10주라는 긴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임을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내과학교실 김진욱 교수 (“당뇨환자에서 SGLT2 inhibitor가 간효소 수치 변화에 미치는 영향 연구”, “Ursodeoxycholic acid가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 및 Huh7 세포에 미치는 영향 연구” 등의 4개 연구주제를 개설하여 4명의 학생 지도)
작년에 이어 올 해 두 번째로 의학연구2 학생 지도에 참여하였습니다. 주 2회 이상 학생과 연구 진행과정을 상의하며 지도하는 일이 만만치 않지만 올 해에도 성공적으로 연구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헌신한 학생들에게 먼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10주의 시간 동안 하나의 연구 과정을 기획부터 마무리까지 진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전 준비(연구 주제 선정 및 IRB 심의 의뢰), 교수-학생 간 적절한 interaction과 동기 부여, 그리고 team work approach를 적절히 활용하면 우리 학생들의 역량을 십 분 활용하여 여느 연구팀 못지않은 훌륭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학생들은 연구의 결과물이 구체화되면서 의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키울 수 있으며 교수님들은 학생과의 깊이 있는 교류를 통하여 의학교육의 또 다른 차원을 경험하실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하여, 아직까지 참여하지 못하신 교수님들께 강력추천 드립니다. 앞으로도 의학연구2 과정이 서울의대의 고유한 교육문화로 더욱 발전해가고, 우리 학생들의 미래를 열어가는 데에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의공학교실 이정찬 교수 (“약 복용 시각을 알려주는 디바이스 개발”, “적정기술 기반의 의료기기 탐색 및 설계 적용”의 2개 연구주제를 개설하여 2명의 학생 지도)
적정기술 기술 기반의 의료기기 탐색 및 적용이라는 주제로 의학연구2를 진행하였습니다. 적정기술은 기술 발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개발국가 국민들이나 우리 사회 내에서도 최신기술에서 소외된 계층을 위해 보편적이고 검증된 기술에 경제적인 기술을 적용하여 그 혜택을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누리게 할 수 있게 하자는 개념입니다. 의료기술분야에 있어서도 관심과 아이디어가 있으면 고가의 최신 의료기기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저렴하면서도 꼭 필요한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특정한 주제로 연구주제를 미리 한정한 것이 아니라 적정기술과 의료기기라는 큰 키워드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연구주제를 탐색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처음 2주간은 다양한 문헌 조사와 임상 현장 참관을 통해 주제탐색 기간을 가졌습니다. 학생들은 새롭고 다양한 적정기술 기반의 의료기기에 대한 주제들을 찾아내었고 지도교수와의 토의를 통해 의학연구2 기간 동안 수행할 수 있는 적절한 주제를 선정하였습니다. 이후로는 최종 개발제품의 사양을 정하고 아두이노 (Arduino) 프로그래밍, 기계부품 설계, 3D프린팅, 레이저 가공 등 시제품 제작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기술들을 습득하면서 시제품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랩미팅과 저널클럽에 참여하는 것 외에 매주 학생면담 시간을 가져 연구 진척사항을 점검하고 문제점이 없는지 논의하였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기술적인 어려움이 발생하면 일단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시간을 주고 그럼에도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은 대학원생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도록 하였습니다. 의학 전공의 학생들이지만 공학적인 개념을 매우 빠르게 습득하였고 의료 수요에 맞는 기술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의욕이 아주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주 단순한 기능의 의료기기라 하더라도 최종 제품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매우 깊은 고민과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함을 경험함으로써 향후 임상현장의 미충족 수요를 연구개발 프로세스로 연결시킬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의학연구 2 발표회
『의학연구 2』 교육과정이 마무리되는 12월 21일에는 『의학연구 발표회』 가 교내에서 개최되었다. 30명의 학생들은 융합관 박희택홀, 양윤선홀, 함춘강의실에 각각 10명씩 배정되어 구연 발표를 하였으며, 117명의 학생들은 융합관에서 포스터 전시 및 발표를 하였다. 여러 기초교실과 임상교실에서 27명의 교수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였으며, 그 외 다수의 지도교수들이 발표회에 참석하여 학생들의 발표에 귀 기울이고 활발한 토론을 이끌었다. 우수 구연 발표에는 오지환 학생(지도교수 강건욱) 등 3명이 선정되었으며, 우수 포스터 발표에는 윤홍준 학생(지도교수 김종일) 등 총 7명이 선정되었다. 선정된 연구들은 발표회에 참석하지 못한 교내 구성원들도 볼 수 있도록 12월 21일(금)부터 12월 28일(금)까지 일주일 동안 전시되었다.
우수 구연 및 포스터 명단
학생 인터뷰
10월 초부터 12월 말까지, 본과 2학년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잠시 벗어나 연구 과정을 체험했습니다. 총 10주의 시간 동안 각자가 선택한 연구실에서 현재 진행 중인 연구 동향을 살펴보고, 나아가 자신만의 주제를 발전시켜 그 결과물을 발표했습니다. 12월 21일 의과대학 융합관에서는 이를 함께 나누는 <의학 연구 발표회>가 열렸는데, 의과대학의 학생, 교수 등 많은 분들이 참석해 열띤 분위기 속에서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그 중 구연/포스터 발표 우수상을 수상한 학생들의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수상자 인터뷰>
하주민 - 인간 지방유래 줄기세포의 분화능과 주변 분비 효과의 분석 및 황산 콘드로이틴 기반 휘트로카이트 골충전재와의 효용 가능성 확인
저는 인간 지방 조직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한 뒤 이의 분화능을 확인하고, 이들이 분비하는 물질에 의한 효과인 주변 분비 효과를 분석한 뒤 줄기 세포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골충전재를 제작하였습니다. 이번 의학연구 과정은 줄기세포의 미래 임상의 잠재적인 치료 모듈 세 가지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의학연구를 통해서 실험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울 수 있었고,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 실험을 진행하면서 각기 다른 분야의 협동 과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최신의 연구와 술기들이 무엇인지 학회와 세미나를 통해 들을 수 있었고, 교수님과 주변 연구원 분들과 함께 상의하며 실험 과정을 계획해 나갔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자발적으로 연구의 방향성을 잡아나가는 과정을 통해 연구의 의미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김하은 - Abnormal RNA processing in patient (NKH) iPSCs-derived cortical neuron
기존에 알려진 Nonketotic hyperglycinemia (NKH) 관련 돌연변이가 없는 NKH 환자의 혈액세포로부터 iPSC를 제작해 cortical neuron으로 분화시켜 글라이신이 증가하는 기전을 확인하는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돌연변이 없이 GLRB라는 단백질의 발현이 감소한 것을 보고 post-transcriptional한 조절을 원인으로 추측했습니다. 따라서 post-transcriptional regulation에 관여하는 microRNA-18b의 발현 정도를 qRT-PCR로 측정하였고 결론적으로 NKH 환자의 세포에서 microRNA-18b가 증가함에 따라 GLRB는 감소하고 글라이신은 축적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본과2학년 동안 블락 강의를 들으면서 반복적이고 바쁜 생활을 소화하느라 지치던 참에 연구기간 동안 색다른 공부와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 주제를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좋았고, 무엇보다 사수 선생님들, 박사님 그리고 교수님의 지도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뜻 깊은 기회였습니다. 10주를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 주신 선생님들과 성정준 교수님께 감사 드립니다. (연구 과정에 참여한 준용, 지인, 홍현, 재일! 함께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오재익 - 약 복용 시각을 알려주는 디바이스 개발
저는 약 복용 시각을 알려주는 디바이스를 개발했습니다. 약을 복용하려면 반드시 약을 바닥에서 들어올려야 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바닥에 조도 센서를 두면 약 복용을 인식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냈고, Arduino를 이용해 시제품까지 만들어 봤습니다. 노인 환자분들도 사용하기 쉽도록 디바이스가 자동으로 작동하게 했고, 이를 위해 Arduino를 프로그래밍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연구를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연구실의 분위기였습니다. 지도교수님과 연구실 선생님들께서 항상 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고 문제가 생기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셨습니다. 덕분에 연구라는 것이 어렵고 답답하기만 한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지환 - 뇌종양 치료제로서의 SPARC 표적 알부민-항암제 복합체 성능 평가 ― 악성 교모세포종 세포주와 동물모델에서 SPARC 단백질 매개에 의한 사람혈청알부민-cisplatin 약물 효과 관찰 및 평가
저는 강건욱 교수님 밑에서 의학연구 2, 10주 동안 알부민을 세포 내로 들여보내는 SPARC 단백질을 이용해서 악성 교모세포종 치료제를 만드는 것과 관련된 연구를 하였고, 이를 인정 받아 우수 구연상을 받았습니다. 발표를 준비하면서 나온 데이터와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 걱정을 했었는데 제 연구 결과에 비해 과분한 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의학연구 10주 과정 동안 3가지 정도를 얻었습니다. 첫 번째로는 wet lab의 속사정(?)입니다. 실험 하나 하는데 최소 이틀이 걸리는 것,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세포가 오염되지 않고 잘 자라도록 애지중지해야 한다는 것, 실험실의 다른 사람의 실험을 망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것, 더불어 실험 도구, 실험에 쓰이는 모든 것의 가격 등등 강의를 통해서 알 수 없었던 wet lab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계획한 대로 되는 실험은 없다’는 점입니다. 3주 동안 3번의 실험이 다 실패로 돌아가는 순간, 관련 서류가 밀려 1주일 실험이 지연되는 순간, 동물 실험실에 칸이 없어 마우스를 들여보낼 수 없던 순간, 계획한 대로 착착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지막은 ‘결과에 솔직해 지자’는 것입니다. 10번 실험을 해서 한 번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그 결과가 타당하다고 말할 수 없듯, 내가 얻은 결과를 다른 사람 입맛에 맞게 만들지 말자는 생각이 제가 얻은 결과를 보고 들었습니다. 워낙 결과가 좋지 않아서 ‘그래 안 좋으면 뭐 어때?’ 하는 생각으로 혼자 추가 실험도 계획해 보고, 또 무엇이 문제였을지 고민해 본 것이 어쩌면 우수 구연상을 받은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의학연구를 통해 긍정적인 것만을 얻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무거운 공기가 가득한 실험실의 모습, 되지도 않는 실험을 붙잡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답답해 하시는 사수님의 모습을 생각하면 ‘미래에 내가 실험실에 이런 모습으로 있지는 않을 텐데.. 굳이 이런 것을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이런 일을 또 언제 해보겠어’ 라고 마음 먹은 이후부터는 실험을 하면서 나름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미래에 할 일이 이것과 관련된 것이든 그렇지 않든, 의학연구를 통해서 앞으로 연구를 할 때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 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