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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학생, “보건사회연구” 학술지에 논문 게재

 글: 이윤주 학생(본과 3학년)
 

본과 3학년 이윤주 학생이 의료관리학교실에서 수행한 의학연구2 의 결과물로 '보건사회연구'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였다. 그에 대한 이윤주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윤주 학생(본과 3학년)     도영경 교수(의료관리학 교실) 

작년 가을, 혜성처럼 등장해 암환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대체요법이 있었는데, 바로 개구충제였다. 개구충제의 성분은 펜벤다졸인데, 흔히 알려진 알벤다졸과 비슷한 계열의 약물로,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주된 사용목적은 개의 기생충 치료다. 개구충제의 열풍은 실로 대단했는데, 전국의 약국에서 품절되어 해외직구로 구매해야 할 정도였고, 몇 배나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일도 흔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대한의사협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개구충제의 복용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지만, 그 인기는 사그라들 줄을 몰랐다. 여태 이만한 인기를 끌었던 대체요법이 있었던가. 이런 호기심을 마음 한 켠에 품고 있던 찰나에, 의학연구2가 시작된 것은 엄청난 우연이었다.

본과 2학년 가을에 시작되는 의학연구2는 10주의 기간 동안 학생들에게 귀중한 연구의 경험을 제공한다. 필자는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의료관리학 교실의 도영경 교수님 연구실에 지원해 연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들뜬 마음으로 연구실에 출근하던 첫날부터 우리는 커다란 난관에 봉착했다. 사전에 연구계획서를 공지한 여타의 연구실과는 다르게, 도영경 교수님께서는 학생 스스로 하고 싶은 연구주제를 생각해 오라고 하셨다. 의료관리학에 관심이 있긴 했어도, 제대로 아는 바는 거의 전무했고, 더욱이 연구주제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뚝딱 떠오르는 것이 아니었다. 때마침 예방의학학회를 다녀올 기회가 생겨 그곳에 기대를 걸어보았으나, 마땅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고심 끝에 교수님께 자신 없는 연구계획서를 몇 장 써갔는데, 그 중 하나가 개구충제 연구였다. 당시 이슈가 되고 있던 개구충제의 열풍이 필자에게는 꽤나 강렬한 충격이었던 모양이고, 그래서 막연하게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써갔던 것 같다. 놀랍게도 교수님은 개구충제 연구를 해보자고 하셨고, 그렇게 연구가 시작되었다. 

일단 연구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이 연구를 통해 해소하고 싶은 의문들을 정리해보았다. 개구충제의 엄청난 인기는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전문가들이 근거가 없다는데도 왜 받아들여지지 않는 걸까.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암환자들이 대체요법을 시도하는 심정을 이해하는 것이 그 시작점이 아닐까. 이런 의문점을 종합해, 대체요법을 이용하는 심리적 기제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전문가의 역할을 제안하는 것을 연구의 주된 방향으로 설정하였다.
다음으로 연구의 방법을 정하기 위해, 선행 연구를 찾아 읽기 시작했다. 비슷한 목표를 공유하는 연구 중에는 환자를 직접 인터뷰하는 연구가 많았지만, 현실적으로 인터뷰 연구를 몇 주 만에 수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대신 현재 진행 중인 논란을 적나라하게 반영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온라인 댓글을 활용해 보기로 하였다. 관련 유튜브나, 네이버, 다음 뉴스에는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고, 비록 이것이 암환자의 의견이라 보긴 어렵지만, 대중의 시각을 이해하기엔 더없이 훌륭한 연구 자료였다. 이미 온라인 댓글을 이용한 연구는 마케팅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분야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을 만큼 댓글은 대중의 의견을 포괄적으로 분석하기에 좋은 자료였다. 온라인 댓글을 수집하는 작업은 파이썬을 활용했다. 가장 댓글이 많이 달린 두 기사를 선정했는데, 댓글의 개수를 계산해보니 총 2,146개였다. 이를 일일이 복사하는 것은 물론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지만 정확하지도 않고 힘들 것 같아서, 파이썬 코드를 짜서 자동으로 댓글을 수집하여 정리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렇게 2개 기사의 2,146개의 댓글을 모아, 13개의 테마와 최종 네 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해, 대체요법 선택의 기저에 깔려 있는 절실함, 희망, 불신 등과 같은 심리를 이해해보고자 하였다. 또한, 댓글에 제시된 근거를 파악하여, 대중과 전문가가 신뢰하는 근거의 간극을 분석하였다. 대중에게는 ‘누군가 이 약을 먹고 기적처럼 완치됐다더라’ 하는 식의 경험적 근거가, 그 어떤 고차원적인 연구보다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보건사회연구 학술지에 게재되었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의학연구는 정말 즐거운 경험으로 남아있다. 연구의 시작부터 끝까지, 학생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 주신 교수님 덕분에, 스스로 탐구해 나가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부족한 점이 많아 꽤나 자주 난관에 부딪히곤 했는데, 든든한 조력자들이 도움을 주어 하나하나 극복해 나갔던 것도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그 조력자들이란, 비단 연구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신 도영경 교수님과 김설아 선생님뿐만 아니라, 회의 때마다 아낌없이 조언을 건네 주시던 의료관리학 교실의 선생님들, 한마디씩 소신 있는 의견을 말해주던 친구들과 가족들이다. 교수님께서 연구에 몰입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하셨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나도 모르게 매일매일 주변 사람들과 개구충제 이야기를 하고, 암환자의 심정에 공감하려 노력하고, 관련 티비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꽤나 이 연구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작은 호기심을 연구로 키울 수 있게 해주신 도영경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갈피를 못 잡고 있거나 큰 그림을 놓치고 있을 때 바로잡아 주시면서도, 결국엔 스스로 완성할 수 있게 이끌어 주셨다. 누구보다 가까이서 큰 힘을 주셨던 김설아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할 수 있다고 늘 용기를 북돋아 주시고, 전문적인 조언으로 연구에 깊이를 더해 주셨다. 그리고 이런 연구의 기회를 주신 의학교육실에도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 후배들에게도 의학연구가 소중한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



<보건사회연구 학술지 게재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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