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동정]

서울대학교 선택교과 교과목의 비대면 강좌 진행 및 <영화로 보는 성과 의학> 강좌 소개

류현진 교수(의학교육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공통교육과정에서는 다루어지기 어려우나 학생 스스로가 본인이 관심 있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강좌를 선택하여 학습할 수 있는 선택교과 1~4 과정이 1학년과 2학년을 대상으로 운영 중에 있다. 이 교과목은 학생들에게 의학과 관련하여 폭넓은 시각을 제공하고, 흥미와 학습동기를 유발하고자 2016년 새로이 개설된 교육과정이다. 본 교과목은 의학과 관련된 여러 흥미로운 주제의 강좌들이 개설되면, 그 중 각 학생이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하여, 4주 또는 8주의 기간 동안 적극적인 수업 참여와 협력 학습이 소규모로 이루어지게 된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유행이 발생하여, 1학기 수업이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이러한 선택교과 수업에도 차질이 발생하였다. 특히 학생들의 적극적인 수업참여가 요구되는 선택교과의 특성상 비대면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한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교과목 개설 교수들의 여러 노력으로 2020년 1학기에도 각각 12개의 주제 하에 선택교과 1과 3이 비대면 수업으로 4주 동안 운영되었다.

그 중, 선택교과 3의 <영화로 보는 성과 의학> 주제로 14명의 학생과 수업을 진행한 비뇨의학교실의 손환철 지도교수와 정신의학교실 이유진 참여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영화로 보는 성과 의학’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손환철 교수(좌)와 이유진 교수(우)>

1. <영화로 보는 성과 의학> 강좌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손환철 교수님(이후 손): <영화로 보는 성과 의학>은 우리가 의료현장에서 마주칠 수 있는 여러 성에 연관된 의학적 문제에 대한 대처를 위해 영화관람과 발표, 토론을 통하여 간접체험하고 이에 대한 고민을 미리 해보는 강좌입니다.

이유진 교수님(이후 이): 저희는 이 강좌에서 부부, 젊은이, 노인, 장애인 등 다양한 사람들의 성과 사랑을 영화를 통해 고찰해 보고자 합니다. 

 

2. 본 강좌에서는 여러 성과 관련된 주제를 영화를 통해 살펴본다는 점과, 비뇨의학교실과 정신의학교실 두 교수님께서 함께 참여하여 지도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 강좌를 개설하셨을까요?

이: 건강한 사랑과 성생활을 위해서는 생물학적 요소와 정신적 부분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수업을 개설하게 된 것은 비뇨의학 교실 손환철 교수님께서 이런 관점에서 정신과학 교실에서 함께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해 주셨고, 저도 교수님의 취지에 동의하여 함께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손: 이유진교수님과 저는 2013년 의과대학의 교육과정 개편을 위한 준비과정으로서 UCLA를 방문하였을 때 같은 팀으로 출장을 갔었던 인연이 있습니다. 그때 보고하였던 해외 의학교육의 여러 부분 중에 하나가 현재의 선택교과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좀더 쉽게 같이 본 선택교과 강좌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2013년 교육과정 개편 위한 준비 위해 UCLA병원 방문 모습 >
 

3. 의과대학 다른 교과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강의와 다르게 ‘선택교과’ 교과목 아래에서 개설되어 있는데, 이에 본 주제의 강좌가 갖고 있는 특성이 있을까요?

손: 현재 운영 중인 <영화로 보는 성과 의학>은 다른 선택교과와 마찬가지로, 평소 일반적인 의대강의와는 다른 형식을 통하여 지식을 쌓고, 고민해보는 시간일 것입니다. 일반적인 의대 강의가 엄청난 분량의 지식을 한 번에 이야기하면서 시험부담까지 있다면, <영화로 보는 성과 의학>은 좀 마음을 가라앉히고 편안한 상태에서 우리가 나중에 마주칠 수 있는 환자의 성문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각해야 할 윤리적 고민을 미리 해볼 수 있는 시간이라 생각됩니다. 일반 수업에 비하여 한 번에 이야기하는 지식의 총량은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생각과 고민의 양은 일반 수업보다 훨씬 크게 다가올 것입니다. 

이: 본 수업은 2018년에도 손환철 교수님과 함께 진행했는데, 저는 오후 시간 전체를 할애할 수 있어서, 학생들과 점심시간부터 함께 식사를 하면서 영화감상도 함께 하니, 토론도 더 심도 있게 할 수 있어 학생들과 더 많이 공감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코로나 사태로 각자 영화를 감상하고, 감상문을 시간에 맞춰 제출하고 학생당 5분 정도씩 감상평을 발표하고 토의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이전만큼 자유로운 토론은 다소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학생 한 명, 한 명의 의견을 모두 들었을 때, 같은 영화를 보고도 굉장히 다양한 관점의 감상평이 나오는 부분이 이 수업의 특징이고 장점인 것 같습니다. 제가 교수로서 토론을 진행하지만, 학생들의 다양하고 날카로운 관점에 제가 오히려 더 많은 생각도 하고 느끼는 바가 많은 수업, 학생들의 생각을 많이 들을 수 있는 수업이라 재미있습니다. 

 

4. 수업을 진행하면서 의미 있었던 토론내용이나 기억나는 에피소드 등이 있을까요?

손: 영화를 보면서 진행하는 수업이다 보니 학생들이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지적하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영화를 보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번에는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로봇과의 사랑을 그린 '조' 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성적인 만족만을 추구하기 위한 로봇의 시판이 옳은지에 대한 이야기와 영화에서 나왔던 첫사랑의 느낌을 다시 살려주는 약물이 실제 나온다면 이를 시판 허가해야 할지 등에 대한 토론 내용도 있었습니다.

이: 저는 ‘호프 스프링즈’ 라는 중년의 성을 다룬 영화와 ‘건축학 개론’이라는 첫사랑을 다룬 영화를 보고 토론하는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제가 선택해 영화를 추천했는데, 학생들의 토론을 보면 제가 너무 아날로그적 영화를 추천한 건 아닐까, 건축학 개론이라는 영화가 학생들의 첫사랑을 리마인드하면서 사랑에 관한 토론을 하기에는 너무 진부한 영화가 아닌가 싶어서, 이번 수업 마지막에는 학생들이 사랑 영화로 추천할 만한 영화를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건축학 개론’에 관한 토론에서는 과거에 비해 성인지 감수성이 올라가, 윤리적 문제에 대한 지적과 토론도 했던 것이 기억나고, 학생들의 대부분이 어린 시절에 영화를 보았을 때 공감이 안되던 부분들이 최근 수업준비를 위해 영화를 다시 보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늘어나고 변화했다는 의견도 기억에 남습니다. 같은 책/영화를 우리가 성장하고 경험이 쌓이게 되면서 다시 보게 되었을 때 느끼는 바가 다르게 되지요.   


<2020년도 ‘영화로 보는 성과 의학’ 강좌에서 다룬 영화들>
 

5. 올해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이전엔 대면으로 이루어지던 수업이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선택교과를 Zoom을 이용한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부분에 있어 많은 우려가 있었는데 실재 선택교과를 진행하였을 때 어떠셨을까요?

손: 코로나 유행으로 인하여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수업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지식을 주로 전수하는 일반적인 수업은 큰 문제가 없지만, 토론과 대화를 통하여 수업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아무래도 분위기를 살리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또 학생들이 가진 하드웨어나 인터넷망의 품질, 수업을 듣는 장소의 문제 등이 진행되는 발표를 방해하는 일이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비대면으로 토론 수업을 한다면 '학생과 교수 모두 조용한 독립된 공간에서 듣고 토론한다' 등의 새로운 규칙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 저도 대면 수업을 진행했다면 더 많은 토론이 이루어 질 수 있었을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아쉽습니다. 하지만, 염려했던 것보다 학생들이 영화를 충실히 보고 감상평을 준비해 와서 만족스러운 수업이었습니다.  

 

6. 향후 코로나 유행으로 온라인 교육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선택교과를 비대면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손: 일반적인 수업은 비대면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로 보는 성과 의학> 은 발표와 토론이 좀 더 중요한 수업으로 대면하여 진행할 수 있다면 앞으로 대면수업으로 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아직 비대면으로 어떻게 토론을 활성화 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교수도 학생도 익숙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대면으로도 생각보다는 많은 생각의 공유가 가능하였기 때문에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당분간 선택의 여지없이 비대면수업을 할 수 밖에 없지 않나 하여 우울한 마음이 듭니다.

이: 저는 향후 코로나 사태가 해결이 된다면 대면 수업이 좋을 것 같고, 장기화 되었을 때 실시간화상수업도 괜찮은 대안일 것 같습니다.

 

7. 선택교과 교과목 관련하여 보다 개선되면 좋을 부분이나 말씀 주실 부분 있을까요?

손: 많은 교수님들이 선택교과 과정을 개설하여 좀더 소수의 인원과 차분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의학교육실이 활성화에 힘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좋은 기회를 주신 손환철 교수님과 의학교육실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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