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동정]

코로나19 유행 속에서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 실습 모습

류현진 교수 (의학교육실) 

해부학실습은 의과대학 본과 1학년의 학사과정 중, 가장 중요한 실습 중 하나이다. 정상 인체에 대해서 직접 실습을 통해 지식을 체화하고, 의학의 발전과 교육을 위해 본인 몸을 기증한 기증자의 숭고한 뜻을 기릴 수 있는 의과대학 재학생과 졸업생들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국내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하여 올해에는 해부학 실습을 시작하는 데는 학사 일정의 일시 중단, 온라인 강의로 전면 전환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주임교수인 신동훈 교수님을 비롯한 여러 해부학교실 교수님, 조교, 학교 행정실 및 학생 모두의 도움으로, 5월 4일부터 의학과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시 해부학 실습이 재개 되었다. 올해 해부학 실습은, 3분반으로 나누어 실습 진행 및 여러 보호장구들을 마련하는 등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어왔다. 특히 해부학 실습 진행에 있어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해 주신 해부학교실 의무장인 최형진 교수 및 조동현 교수와 아래와 같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사진 1> 해부학교실의 최형진 교수, 조동현 교수

1. 국내 코로나19바이러스 유행으로 인하여 3월초 학사일정이 일시 정지되었고, 이후 1학기 강의가 온라인강의로 전면 변경되었는데, 이때 실습강의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어떠셨나요?
조동현: 해부학 실습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 컸습니다. 4월 초부터 조교들과 해부를 하면서도 코로나19에 의해 어떻게 실습이 바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최형진: 저도 실습진행을 할 수 있을지, 한다면 언제 할 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2.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방역으로 바뀌면서 해부학실습이 5월4일부터 재개 되었습니다. 해부학실습을 준비 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준비하셨나요?
조동현:  인원수 제한에도 불구하고 직접 해부(dissection)를 하는 경험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안을 검토하였습니다. 팔다리 실습의 경우, 3분반(한 번에 전체 학생의 1/3만 실습에 참여)으로 진행하였지만, 실습 시간을 쪼개 운영하면서 실습 참여 기회는 1/2로만 줄어들게 구성하였습니다. 실습은 제한적으로 진행되었지만, 피부부터 시작해서 깊은 층의 구조물을 확인하는 경험의 질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최형진: 사실 해부학교실에서 분반 실습은 6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교육적 가치를 높이는 목적에서 2분반으로 나누어 수업을 진행하였다면, 올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으로 인하여, 교육가치를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감염위험성을 낮추는 방역적인 관점에서 고민하다 보니, 한 번 실습에, 50명이하의 학생이 들어갈 수 있도록 3분반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실습 준비할 때, 실습 시 실습지침서에 있는 주요 구조물을 90% 이상 실습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계획하였습니다.

3. 힘든 상황 속에서 해부학실습을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조동현:  개인 보호 장구(personal protection equipment)를 실습 시작에 맞춰서 충분하게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실제로 일회용 수술 가운(gown)을 대량 공급하는 유명 업체의 경우 이미 물량이 바닥이 난 상태여서 여러 경로로 알아 보았지만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다행히도 조교들이 빠르게 다른 업체를 검색하였고, 또 학생 행정실에서 잘 지원해 주셔서 안전한 실습이 가능하였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분반 실습을 진행하면서 실습실에 들어 오고 나가는 학생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게 실습 시간 사이 간격을 두고, 출입 동선을 분리하는 방안을 마련하였는데, 실제로 이렇게 잘 운영될지에 대해서는 확신은 없었습니다. 건물 출입 시 문진 및 체온 측정에 도움을 주신 학생 행정실 및 여러 분들과, 조교들, 그리고 실제 실습 시간과 동선을 정확하게 지켜 준 학생들의 도움이 컸다는 것을 강조해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학생들은 실습이 제한적으로 진행되면서 불만도 있었겠지만, 마치 해부를 여러 번 해본 사람들처럼 실습에 성실하게 임해 주었고, 저희가 머리 속으로 구상했던 실습 계획이 실제화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팔다리 실습 기간 (2주) 동안 몇 명의 유증상 학생이 있었습니다. 이 학생들은 서울대학교병원 및 자택 인근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검사를 한다고 들었을 때부터 음성 결과를 확인하기까지의 시간 동안 굉장히 조마조마했습니다. 검사 관련 전반적인 진행을 지원해 주신 학교와 학생 행정실 직원들께 감사 드립니다. 

최형진: 실습 진행여부, 시기를 결정하고, 준비하는 데에 대한 많은 논의들이 있었습니다. 이에 타 의과대학의 상황과 음대, 미대에서의 실습개시 여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실습 시작 직전까지도 지속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 상황을 모니터링 하면서, 저희 교실, 의학교육실, 학생 행정실 간의 긴밀한 의사소통과 민첩한 의사결정 덕분에 무사히 실습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타 의과대학에 비해 저희 대학의 경우, 실습 학생수가 가장 많아 고난이도 경우였지만, 조동현 교수님께서 기획, 실무, 현장 총괄을 담당하여 진행해 주셔서 해부학실습 개시가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조교들(윤영현, 전수경, 권혁이, 이지우)의 많은 이해와 도움으로, 점심시간과 퇴근 후 저녁시간까지 실습시간으로 좀더 확보하여 3분반으로 진행하되, 실습 참여 기회가 너무 줄지 않도록 조율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조교들에게 큰 감사를 드립니다. 다만 현재는 조교들에게는 야간 근무 수당이 책정되어 있지 않아 이러한 부분들은 개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진 2> 해부학실습 준비 및 진행에 많은 도움을 준 해부학교실 조교들
(왼쪽부터 윤영현, 전수경, 권혁이 조교) 

 

4. 추가로 학교에서 도움을 주면 좋을 부분이 있을까요?
조동현: 코로나19바이러스 때문에 표면화된 부분도 있지만, 3D 해부학도감(atlas) 등 해부학 교육자료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많습니다. 올해 의학도서관에서 지원해 주셔서 1학년 학생 110명에게 지급된 'Complete Anatomy'라는 3D 아틀라스의 경우에도 예상하였던 것 이상으로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자료에 대한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형진: 이후 재유행 가능성을 고려하여 교육실 및 학교 차원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단계별 실습 및 방역 지침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대원칙은 있으나, 좀더 현장에 맞는 구체적인 실습생 수나 실습 시간에 따른 단계별 방역 지침이 필요해 보입니다. 예를 들면 무조건 2m거리를 둬야 한다고 하면 해부학 실습은 불가능 합니다. 이렇게 가까이 모여 진행하는 실습에는 KF94 및 보호장구를 사용하고서는 허용해 주는 등의 상황별 지침이 마련된다면 교실차원에서 행정적으로 기댈 수 있어 안심이 될 것 같습니다. 미리 방역계획을 교실 차원에서 세운 뒤, 학교에서 검토 및 보완하여 승인해 주는 형식도 좋을 것 같습니다.

5. 올해 코로나 유행으로 온라인강의 및 실습방법의 변경이 있었습니다. 혹시 이러한 변화 중, 정상인체 수업과 관련하여 이후로도 지속하거나 보다 개선하면 좋을 부분이 있을지 선생님의 의견 부탁 드립니다.
조동현: 온라인 강의의 유용성은 앞으로도 강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는 데 대한 지원이 계속 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 등을 전담할 수 있는 인력도 보강되면 더 좋은 온라인 강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대면 강의를 시작할 수 있게 되면, 온라인 강의를 통해 기본 개념을 익힌 후에, 강의실에서는 임상 증례를 활용한 교육과 문답식 교육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최형진: 온오프 하이브리드 강의 및 flipped learning을 도입하고자 하는 의지는 계속 있어왔고, 몇몇 교수님들은 해오고 있었습니다. 이번 계기로 보다 많은 강의의 온라인화가 급속도로 확대, 진행이 된 것 같습니다. 다만 올해에는 갑작스럽게 실습 방법이 변화되면서, 기존 있었던 디지털 해부 아틀라스를 이용한 엑스트라 실습은 오히려 퇴보된 것 같습니다. 감염병 시대에 온오프 강의의 하이브리드 방식, 분반 실습, 디지털미디어 사용 등을 적절하게 교육에 사용 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미리 준비하여 교육효과를 보다 높이는 것이 해결해야 할 숙제인 것 같습니다.


<사진 3> 개인보호장비를 사용하고 실습에 임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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