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안과의사이고, 세부전공으로 망막을 보고 있습니다. 2015년에 막 교수로 발령을 받았을 때 우연히 관심을 가지게 된 주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저는 이미지 분류에 아주 큰 장점을 가지고 있는 이 알고리즘이 당연하게도 망막안저사진(retinal fundus photo)도 잘 분류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딥러닝(Deep Learning)이었습니다. 아주 재미있어 보이는 주제였기에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영상을 다운로드 받고 모으는 과정부터 필요한 소견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일까지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습니다. 영상을 모으는데 수개월 이상을 사용하였으며, 건강검진센터의 판독문을 정리하는데 또 수개월이 소요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얻어진 자료로 학습을 시켜보니 성능이 엉망이더군요. 이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일단 연구의 목표를 정하였습니다. 당뇨망막병증 등 일부 진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건강한 일반인구를 대상으로 검진을 시행할 때도 사용할 수 있는 높은 성능을 가진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고, 이 과정에서 마치 안과의사가 판단하는 것과 같은 자세한 판독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먼저, 바쁘고 비싼 고급인력인 안과의사들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판독 Tool을 만들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JKMS (Park et al. 2018) 및 MICCAI (Son et al. 2018) 등에서 따로 발표를 하였습니다. 이 툴을 이용하여 무려 57명의 안과 전문의 선생님들이 단지 저와 친하다는 이유로, 혹은 선후배라는 이유로 기꺼이 저를 도와주셨습니다. 수개월 동안 판독한 끝에 총 10만장이 넘는 망막안저사진에 대해서 각각 서로 다른 3명의 안과 전문의가 판독을 시행하여 총 30만 개가 넘는 자세한 판독정보를 모았습니다. 이를 이용하여 지금은 어느덧 유명기업이 되어버린 뷰노(VUNO)와 같이 “망막안저영상에서 관찰되는 12개의 이상 소견들(abnormal findings)”을 분류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였습니다. 논문에는 내부 자료원에 더하여 세 개의 외부 자료원을 이용하여 검증하였습니다. 전체적으로 AUC 0.9 후반의 좋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제가 가진 자료원에서 “이상 소견”에 대한 정보만을 이용하여 보고한 내용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영상의 질, 정상/비정상 여부, 이상소견들과 그 위치, 진단명, 그리고 임상적 유의성까지를 모두 포함하는 “마치 안과의사처럼 판단하고 설명해주는” 알고리즘을 만들고 있습니다. 본 연구는 보라매병원 안과 신주영 교수, 뷰노의 정규환 이사와 손재민 연구원과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Environmental Research 2020
논문링크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013935119308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