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동정]

해외 심화선택 결과 보고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은 의학과 4학년에 심화선택 과정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심화선택 과정은 5주의 기간 동안 학생들이 원하는 연구활동이나 졸업을 앞두고 다양한 진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개설된 과정으로 기초의학연구, 임상의학연구, 국내외 의료관련기관 인턴쉽 등 다양한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금번 교육 동정에서는 2019년 1월 21일부터 2월 22일까지 총 5주간 진행된 심화선택 과정의 보고서 중 해외 심화선택에 참여한 송나현 학생의 보고서를 소개한다. 

송나현 학생 (의학과 4학년)

미국 중서부 위스콘신 주 동부에는 밀워키라는 도시가 있다. 밀워키의 Froedtert Hospital & Medical College of Wisconsin의 김주현 교수님 지도 하에 본교 서정교 학생과 함께 clinical observership에 임하였다. 이식외과에서 실습한 4주 동안 공여자 (donor)에서의 적출 (harvest) 수술은 간 2회, 신장 1회 참관하였고, 수혜자 (recipient)에 이식하는 수술은 5회 이상 참관하였다.

Froedtert Hospital의 간이식 팀은 여러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식외과의 (transplant surgeon) 7명과 간 전문의 (transplant hepatologist) 4명, 이식 과정을 조율하는 transplant clinical coordinators와 post-transplant coordinators, living donor advocates, 그리고 이식 전후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를 관리하는 transplant advanced practice providers (APP), 그 외에도 심리학자, 사회복지사, 영양관리사, 약사 등이 있다. 이 중 APP 시스템이 좀 독특했는데, APP는 nurse와 PA를 아울러 부르는 말로 간이식 팀에서는 레지던트가 아니라 APP가 주치의 역할을 수행한다. 간이식 팀은 할 일이 많아서 이런 독특한 구조를 띠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이식을 관리하는 기관의 이름은 UNOS (United Network for Organ Sharing)로 보통 “이식” 하면 생각나는 여러 상식적인 일들을 수행한다. 이식대기열 및 이식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고, 이식 관련 정책 수립에 동참하며, 이식환자와 가족들을 도울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고, 대중뿐만 아니라 의료전문가 교육에도 참여한다. UNOS의 관리 하에 2016년 미국 내에서 총 33,610건의 장기이식이 시행되었고, 이 중 27,630건은 뇌사자 이식, 5,980건은 생체이식이었다. 신장이식이 19,060건 (56.7%)으로 가장 많았고, 간이식이 7,841건 (23.3%)로 그 뒤를 이었다.

2017년 미국에서 간이식이 이루어진 원인으로는 C형 간염 바이러스 (HCV)가 30%로 제일 많았고, 알코올성 간질환이 18%로 그 뒤를 이었다. 최근 개발된 HCV 치료제 덕분에 수 년 사이에 바이러스성 간염으로 인한 간이식 대기 환자들이 크게 감소하였고, 최근에는 알코올성 간염으로 입원하는 환자가 훨씬 증가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병원에서 본 환자들도 대부분 알코올성 간경화로 인한 입원이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간이식의 적응증 중 알코올성 간염이 중요해졌다. 알코올성 간염에서는 이식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환자의 금주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6개월 동안 환자를 관찰하여 환자가 금주를 완벽하게 해내면 간이식 대상자로 고려하고, 해내지 못 하면 간이식 후보에서 배제한다. 그런데 이 6개월이라는 기준이 사실 명확한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임의로 설정된 것으로, 최근 NEJM에 실린 프랑스 논문에 의하면 6개월 동안 금주를 완전히 하지 못한 환자들 중에서도 다양한 외적 요인을 고려했을 때 개선의 여지가 있는 환자들에서는 이식 결과가 괜찮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6개월 금주 기준을 지키지 못한 환자들에서도 이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 정교한 평가 모델이 각지에서 개발되고 있다. Froedtert Hospital에서도 다양한 환자의 상황을 고려하여 이식대상자를 정하는 컨퍼런스가 매주 화요일 진행되고 있다.

간이식에서 MELD score가 이식을 할지 말지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 신장이식에서는 이식이 결정된 후 이식될 신장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KDPI (Kidney donor profile index)라는 점수를 활용한다. KDPI는 뇌사자 신장이식 이후에 graft failure가 발생할 가능성을 수치화한 것으로 낮을수록 좋다. 공여자의 나이나 인종, 고혈압이나 당뇨병 여부, 사망원인 등 donor factor들로 구성되어 있다. 좋은 신장일수록 상태가 좋은 (어리고, 당뇨병이 없는) 환자들에게 이식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KDPI에 따른 graft half life 차이가 통계에 나타나는 것만큼 크지는 않다고 한다.

Froedtert hospital에는 TICU (Transplant ICU)가 따로 존재하여 이식환자들을 관리한다. 매일 아침에 병동 회진이 있는데, 환자 별로 담당의가 배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교수-환자 일대일 관계가 아니라 이식팀 내에서 surgeon 혹은 hepatologist가 당번제로 TICU 전체를 관리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환자가 약 25-35명이라 회진은 아침 브리핑 1시간을 포함하여 총 2-3시간 소요된다. 오전 시간은 거의 회진으로 보내는 셈이다. 매일 오전 회진에 참여하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환자들의 상태를 보았고, 어제는 멀쩡하던 사람이 오늘은 사경을 헤매는 모습이나 그 반대의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극한의 상황에서 얼마나 높은 수준의 의료가 필요한지를 깊이 실감했다. 이식외과라고 해서 마냥 외과적인 의료만 수행하는 것은 아니고 사실 대부분의 시간은 내과적인 케어로 보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기능 저하와 관련된 다양한 합병증을 관리하게 되는데, 특히 대부분의 환자들이 신장 상태가 좋지 않아 투석기를 달고 있는 모습이 종종 관찰되었다.

이렇게 내과적인 케어를 하면서 버티다가 공여자가 나타나면 이식할 장기를 가져오게(procurement) 되는데, 미국의 50개 주를 총 11개 그룹으로 분류하고 각 구역 내에서 장기를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위스콘신은 7번 구역 (Illinois, Minnesota, North Dakota, South Dakota, Wisconsin)에 속해 있는데, 밀워키의 경우 장기를 가져오기에는 10번 구역이 더 가까운데도 7번 구역 안에서만 무조건 장기를 받아야 하는 불합리성이 있다. 따라서 요즘은 도시 간 거리를 기준으로 새로운 구역을 설정하려는 노력이 있지만, 지역마다 인구밀도가 상이하기 때문에 이 기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어떠한 방향이건, 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더 효율적으로 장기를 찾아 주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식 장기 운반은 NORA (Nationwide Organ Recovery Transport Alliance)라는 기관이 관리한다. 공여자 장기를 적출하기 위해 이동할 때에는 NORA에서 차량과 운전자, 비행기와 파일럿을 파견해 주는 형태이다. 가까운 곳을 갈 때에도 비행기를 타게 되는데, 차량으로 이동 가능한 거리임에도 비행기를 사용하는 것은 이동시간이 교통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장기의 cold ischemic time이 짧아지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뇌사자에서의 장기 적출 수술은 다른 병원에서 파견된 transplant team과 함께 진행한다. 심장/폐 팀이 횡격막 위쪽, 간 팀이 횡격막 아래쪽을 맡아 동시에 진행하며, 신장과 췌장은 장기 위치 상 맨 마지막에 뗀다. 수술 시작 전 공여자의 친구와 가족들이 쓴 편지를 읽으면서 묵념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일반적인 수술에서는 보지 못하는 광경이라 신선하였다. 수술 중에는 장기 보존액 (preservation solution)을 넣어 혈류 대신 흐르게 한 후에 장기를 적출한다. 이는 첫째로 장기 내부의 피떡 (blood clot)을 씻어내기 위함이고, 둘째로 장기의 온도를 낮게 유지하기 위함이다. 그 외에도 영양분과 전해질을 함유하고 있어 어느 정도의 항상성을 유지가능하다. 여기서 더 physiologic하게 하기 위해 요즘은 machine pump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떼어낸 장기 안에서 “혈류 흐름”을 만드는 기계장치로, 특히 공여된 장기의 기능이 marginal한 상태였을 때 delayed graft function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machine pump의 효과 및 비용 효율성은 점차 개선될 것으로 생각된다.

장기를 떼어 오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과정 같아 보이지만 정말 많은 professional consideration 이 들어가야 한다. 장기의 cold ischemic time을 최대한 단축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것은 기본, 공여자에서 혈관 variation 이 있는 경우 어딜 보존하고 어디까지 자를지도 생각해야 한다. 혈관을 많이 가져오면 추후 recipient에서 문합을 할 때 편하기는 하겠지만 뇌사공여자에서는 간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들도 다 떼어가기 때문에 혈관을 각 장기에 “잘 나눠주어야” 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일례로, 췌장으로 가는 혈관이 간으로 가는 혈관에서 나오는 variation 이 있는 환자에서, 당장 췌장을 allocate 받을 환자가 있을지 알아보느라 한 시간 동안 수술대에 가만히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췌장을 받을 환자가 있다면 혈관을 일부 양보해야 하지만 환자가 없다면 SMA level까지 올라가서 넉넉하게 잘라내도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힘들게 harvest해서 수혜자 앞으로 간을 가져왔는데, 환자가 도저히 상태가 안좋거나, 이식할 간에 뭔가 문제가 생겼거나, 심지어는 간이 너무 커서 사이즈가 맞지 않는 등등 굉장히 다양한 이유로 수술이 중단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았다.

본과 3학년 임상실습 때에는 이식외과에서 실습을 할 기회가 없었기에 Froedtert hospital에서의 하루하루가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식 수술 자체도 인상적이었지만, 전반적으로 환자 한 명에 투입되는 인력과 자본이 굉장히 많다고 느껴졌다. 미국 사회가 손에 손을 잡고 이식환자들을 돕기 위해 움직인다는 인상을 받았고 이를 위한 사회적 기반과 합의가 잘 마련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식을 진행하는 의사들도 항상 사회의 시선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윤리적, 의학적으로 최선의 선택을 내리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 기억에 남았다. 우리나라에서의 이식수술도 기술적으로는 미국에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회제도가 조금 더 정비되고 이식에 대한 사회적 인식 수준이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좌측> 2019년 1월, 미국 중부에 역대급 한파가 몰아치면서 밀워키는 정말 추웠다. 언덕만큼 쌓인 눈은 녹을 줄 몰랐고, 남극보다 기온이 더 낮았던 날도 며칠 존재했다. 숙소에서 병원은 걸어서 20분 정도 걸렸는데, 발가락이 얼어붙을 것 같은 통증에 도저히 걸어서 통원할 수 없었다. 다행히 여름에는 봄 같이 따뜻하고 상쾌한 날씨가 계속된다고 한다.
<우측> Froedtert Hospital의 수술장 복도 
<좌측> 직원증을 갖다대면 자동으로 수술복이 한 벌 튀어나오는 Froedtert Hospital 수술장의 신문물
<우측> 뇌사공여자에서 장기를 추출하기 위해 미네소타까지 이동할 때 탔던 경비행기. Medical College of Wisconsin 학생 한 명과 동행하였다. 오며가며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병원에서 식사와 간식, 음료를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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