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사]

소아과학과교실 양세원 교수

"그 동안 학교와 병원 발전을 위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약리학교실 김용식 교수, 소아과학교실 양세원 교수, 안과학교실 유영석 교수, 검사의학교실 한규섭 교수, 외과학교실 김선회 교수, 신경외과학교실 김동규 교수, 미생물학교실 최명식 교수가 2월 정년퇴임을 하였습니다. 또한 안과학교실 위원량 교수가 명예퇴임을 하였습니다. 의과대학 정년 및 퇴임식은 2월 21일 서울의대 행정관 3층 대강당에서 열렸습니다. 각 교수님들의 퇴임소감을 비롯하여 퇴임 후 계획 등을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습니다. 개인사정으로 김용식 교수, 유영석 교수, 최명식 교수의 인터뷰는 싣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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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학과교실 양세원 교수

지난 32년 동안 소아내분비 분야에서 교육, 연구,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병원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국내에서 처음 창립되었고 현재도 국내 최고의 위치에 있는 어린이병원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하여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런 대학과 병원을 떠나는 것에 대하여 약간의 아쉬움도 있지만 그간 제가 받았던 혜택을 생각하면 미련 없이 퇴임을 하고 동문으로서 대학과 병원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기여하겠습니다.

소아청소년과, 특히 소아내분비학의 특성상 태어날 때부터 치료할 수 없으나, 조절이 가능한 선천성질병 또는 만성질병을 가진 아이를 성인이 될 때까지 돌보아서 한 가정을 이루고 이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가 가장 보람 있고 기억에 남습니다. 이 환자들 중 몇 명은 결혼주례를 본 적도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병원에서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은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라는 사실을 인지하시고 이들을 잘 양성시킬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실적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체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구성원들이 자신이 그 조직의 중요한 구성원임을 인지하고 조직의 발전에 더욱 기여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퇴임 후에는 재임기간 중 너무 바쁘게 보내서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 것들을 하고 싶습니다. 과거 41년간의 의사생활은 접고 계획한 것을 하나씩 실행할 예정입니다.

 1978년 서울의대 졸업
 1987년 서울의대 교수
 2003년 대한소아내분비학회 회장
 2015년 대한소아과학회 이사장

검사의학교실 한규섭 교수


검사의학교실 한규섭 교수

제가 초임 교수시절 계획했던 큰 목표 몇 가지는 달성된 것 같습니다. 제가 속한 조직, 사회, 국가의 발전에 미력이나마 기여하면서 건강하게 정년을 맞게 되었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느낍니다. 그 동안 도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병원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함춘후원회 회장을 맡아 일하던 시절 우리 병원에서 청소일을 하시던 아주머니가 불우환자들을 위해 써달라고 5년간 아껴 모은 1,000만원을 기증하신 일을 잊을 수 없습니다. 기증식 당일에 봤던 그분의 표정은 행복 그 자체였고, 남루한 옷차림 주위에 후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오랜 기간 보건복지부 혈액관리위원장을 맡아 국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해오던 수혈감염 및 헌혈부족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혈액사업선진화에 기여한 일이 큰 보람으로 남습니다.

후학들에게는 본인이 계획한 대로 주변상황이 전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변화에 순응해가면서 큰 방향을 유지해 나간다면 후회하지 않는 삶이 될 것이라는 점을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예상치 않던 만남이나 돌발상황들이 후일 엄청난 도움이 되는 고마운 인연들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시고 긍정적으로 맞아들이시기 바랍니다.

퇴임 후에도 검사전문기관에서 진단검사의학 분야에서 계속 종사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지난 날보다는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고자 합니다.

 1978년 서울의대 졸업
 1988년 서울의대 교수
 2002년 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
 2016년 대한진단검사의학회 회장

외과학교실 김선회 교수


외과학교실 김선회 교수

‘아직 한참 일할 수 있는 나이인데 퇴임이라니?’ 이구동성으로 해주는 많은 분들의 말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사회에 있는 다양한 직종 가운데 변화, 발전이 빠르고 끊임없는 혁신과 창의력이 발휘되어야 하는 분야는 빠른 세대교체가 요구됩니다. 의학은 바로 그런 분야이기에 저는 이제 기꺼이 물러나면서 제 오랜 경험과 통찰의 힘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찾아 떠납니다.

어려웠던 환자와 연관된 기억이 가장 특별하고 많습니다. 왜 어렵고 힘든 외과를 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을 젊어서부터 많이 받아왔지만, 힘든 만큼 성취감은 크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얘기합니다. 그 동안 저의 부족으로 결과가 안 좋았던 환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고, 또 한편으로는 감사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들 모두 제 스승이었습니다. 

서울의대와 병원에 함께 하고 있는 여러분들은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첫째 훌륭한 스승과, 둘째, 서로 의지하고 때론 선의의 경쟁을 하는 동료가 있고, 셋째, 최고의 기회를 제공하는 배움의 장소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교육과 수련을 받기 위한 세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이 곳, 이 시기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여러분의 꿈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오랜 기간 제 자신보다는 사회에 기여하고자 노력하며 살았다면 이젠 저를 위해, 가족을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고, 지금까지는 ‘해야 할 일’을 하며 살았다면, 이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우리 사회와 국민건강을 위해 가능하면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면서 자존감을 잃지 않고 활기찬 삶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1978년 서울의대 졸업
 1986년 서울의대 교수
 2009년 한국간담췌외과학회 회장
 2016년 대한외과학회 회장

신경외과학교실 김동규교수


신경외과학교실 김동규교수

지난 40여년 간 서울대병원에서의 교수생활은 더할 수 없는 보람과 축복이었습니다. 좌충우돌 전공의 시절, 발전을 위해 몸부림쳤던 교수생활, 그 후 다소 안정적이던 노교수의 여유 등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칩니다. 돌이켜보면, 나름대로 병원에 기여한 바도 있었겠지만 누렸던 혜택이 훨씬 많았습니다. 병원 내 모든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신경외과 환자들은 하나같이 치료가 쉽지 않은 환자들입니다. 그래서인지 병실에서, 외래에서 어려운 처지의 이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희망을 주려 노력했지만, 생각대로 쉽게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다른 세상으로 보낸 환자도, 치료 후 남은 장애 때문에 함께 울었던 환자도 적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생명연장은 물론,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했기에, 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비침습적 의료기기인 감마나이프를 도입하여 치료만족도를 높여드릴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커다란 보람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의료환경 변화 또한 따라잡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후배님들께서 교육, 연구, 진료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기에 물러나는 입장이지만 마음이 홀가분합니다. 다만 소홀하기 쉬운 ‘의술은 인술’이라는 지고의 가치를 조금 더 중요하게 여겨주셨으면 합니다.

지난날의 삶은 스스로를 위해, 또 병원발전을 위해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고 힘겹게 지내왔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남을 배려하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남은 인생을 지내려는 것이 남아있는 소박한 소망입니다. 아무쪼록 서울대병원 모든 식구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 1978년 서울의대 졸업
 1990년 서울의대 교수
 2010년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
 현재 아시아감마나이프학회 이사장

안과학교실 위원량 교수


안과학교실 위원량 교수

오랜 기간 모교와 병원에서 배우고 일하는 동안, 분에 넘치게 많은 것들을 누리면서 행복하게 지내올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주위의 모든 분들과 가족들에게 깊이 감사 드립니다. 

돌이켜보면, 백내장수술을 받고 합병증으로 안내염이 발생해서 수술받은 눈이 실명하게 된 연세 많으신 환자분께서 항의하는 자식들을 “교수님은 수술을 잘해주셨는데, 내가 관리를 잘 못해서 그런 거야!"라고 나무라시고 제게 선물까지 주시면서 끝까지 신뢰를 보여주신 일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또한 지난 2009년 이지케어텍 대표에 취임한 이후 10여년간 의료IT 핵심기술 개발과 표준화를 선도하고 무대를 넓혀 해외 시장에 우리나라의 효율적인 의료프로세스를 담은 병원정보시스템을 수출하는 등 국가정보화에 기여한 일이 보람된 기억으로 남습니다.

후배와 제자들에게는 빠른 시일 내에 본인보다 더 나은 의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후학 양성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 드립니다. 특히 기초 없이 이룬 성취는 단계를 오르는 것이 아니라, 성취 후 다시 바닥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인만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서울대병원 구성원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매사에 한 걸음 한 걸음 진중하게 교육과 진료, 연구에 매진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퇴임 후에는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이지케어텍(주)을 더욱 발전시켜서,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진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일조하고자 합니다.

 1980년 서울의대 졸업
 1991년 서울의대 교수
 2005년 한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 회장
 현재 이지케어텍(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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