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윤호 명예교수님을 추모하며


이윤호 명예교수(1949-2019)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윤호 선생님! 새해를 맞이한 지 얼마 안 되어 저희를 두고 훌쩍 떠나셨습니다. 일요일 아침, 갑작스러운 비보에 허망하고 착잡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선생님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가슴이 먹먹해져 옴은, 비단 저 뿐만이 아닌, 우리 교실과 병원, 학회 등에서 인연을 맺었던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일 것입니다. 어디선가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오실 것 같은 선생님, 벌써 참 그립습니다. 

선생님은 서울대학교병원 성형외과의 선구자이자 산 증인이셨습니다. 1949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1974년 서울의대를 졸업하시고, 서울대학교병원 성형외과의 첫 번째 전공의로 선발되어, 김진환 교수님을 도와 과를 세우고 키우기까지 지대한 공헌을 기울이셨음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1984년에 서울의대 성형외과학교실 교수로 부임하신 뒤,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서울의대 성형외과학교실 주임교수 겸 서울대학교병원 성형외과 과장으로 계시면서 후학 양성에 앞장서셨고, 대한성형외과학회 이사장, 대한두개안면성형외과학회 회장, 대한화상학회 회장, 국제성형외과연맹 극동아시아 대표 등을 역임하시면서 국내 성형외과학의 우수성을 전 세계로 전파하고, 성형 한류를 일으키는데 크게 공헌하셨습니다. 2014년에 정년 퇴임하신 후에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비상임위원으로 계시면서 의료분쟁의 공정한 해결과 의료환경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애쓰셨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그리운 건 선생님의 찬란한 업적과 영광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그 누구보다 뜨거운 가슴을 지녔고, 그 누구보다 순수하셨으며, 그 누구보다 제자들을 사랑하셨습니다. 쩌렁쩌렁 울리던 선생님의 목소리, 제자들을 가르치시기 위해 일필휘지로 써 내려가던 글씨들, 출퇴근하실 때마다 들고 다니시던 소박한 도시락조차도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꽃이 필 때가 있으면 지는 때가 있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음을 알지만, 선생님은 저희에게 이별을 준비할 틈도 주지 않으신 채 붉은 노을 속으로 떠나가셨습니다. 슬픔을 삭이고 지평선을 바라보니, 노을로부터 드리워진 선생님의 그림자가 그 어느 때보다 길고, 크게만 느껴집니다. 선생님께서 떠나시니 비로소 선생님이 저희에게 얼마나 귀중한 존재였고, 얼마나 특출 난 분이셨는지 거듭 깨닫게 됩니다. 저를 비롯한 저희 후학들은 선생님의 지칠 줄 모르는 학문에 대한 열정과 순박하고 진심 어린 제자들에 대한 사랑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늘 저희들 마음 속에서 선생님의 ‘청년정신’이 거친 세상 풍파를 헤쳐나가는 등대 불이 되어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선생님의 존재, 그 자체는 우리 성형외과의 중심이며, 자랑이자 자부심입니다. 제자들을 위해 평생을 들여 행하신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도록, 멀리서 저희를 바라보심에 자랑스러우실 수 있도록, 저희 제자들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부정하고 싶은 선생님의 마지막 길이지만, 이제는 고단함을 털어내시고, 부디 평화롭게 영면하시기 바랍니다. 여전히 선생님이 그립습니다.

 

2019년 1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성형외과학교실 주임교수 백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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