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마당]

학생기고
이번 공감마당에서는 대한민국 보건의료학생 연합 모임인 범보건네트워크에서 주최한 첫 심포지엄인 ‘숨’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숨’ 쉴 수 있는 사회를 위하여

한희원 학생(본과 2학년) 한희원 학생(본과 2학년)

9월 1일 토요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국제관의 옥정홀은 범보건네트워크 심포지엄 “숨”에 참가하는 학생들로 붐볐다. 이번 심포지엄에 참여한 8개의 단체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해 보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어느덧 한 시가 되니 옥정홀의 모든 빈자리가 채워졌고 환경오염을 줄이자는 목표로 사람들이 각자 가져온 각양 각색의 텀블러들로 테이블 위가 다채롭게 꾸며졌다. 본 심포지엄은 크게 1부와 2 부로 나뉘었는데 1부는 문화공유 시간으로, 이 공간에서 모두가 지켰으면 하는 내용으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2018 ‘숨’ 포스터 2018 ‘숨’ 포스터

호칭 및 존대, 포괄적 언어 사용, 성 역할과 고정관념, 직능, 장애인권과 같은 이슈들에 있어 어떠한 언행과 행동이 적절한지, 적절하지 않은지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보며 우리 사회 전반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차별들에 대해 논의해보고 각자의 경험을 나누었다. 이렇게 서로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고 나니 본 토의 시간에서도 논의가 수월하게 잘 이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부는 각 단위에서 공부하거나 활동한 내용을 소개하고 조별로 토의를 해보는 시간으로 이루어졌다. 처음 발제는 <젠더와 의료>에 대한 내용으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인권국 에서는 성소수자 의료기관 이용실태에 대하여, 이화의대/의전원 페미니즘 동아리 WTH 에서는 약물적 임신중절에 대하여 발표를 준비해주었다.

첫 번째 발표를 통해서는 성소수자들이 어떻게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지. 또 치료를 받을 때에는 의료환경에서 어떠한 차별을 경험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진료거부에서부터 진료실에서의 혐오발언까지 정말 다양한 종류의 차별이 만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는데 퀴어퍼레이드에서 직접 수집한 의견이라 성소수자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아픔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 같았다. 두 번째 발표에서는 약물임신중절의 중요성에 대한 정보와, 임신중절 약물의 구체적인 사용 방법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낙태금지법 철폐가 현재 큰 화두인 만큼 여러 테이블에서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다.

그 다음 세션에서는 <건강불평등>에 대한 늘픔, 라포, 청한 의 발표를 들을 수 있었다. 사회적 약자와 지역사회 건강에 대해 고민하는 부산 의대생 라포, 참의료실현 청년한의사회의 청한, 더불어 건강한 사회를 실현하는 약대연합동아리 늘픔이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지역사회보건의 증진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이 세 팀은 현장 활동에서 보는 사회의 건강불평등에 대한 해결책으로 커뮤니티 케어를 제시하였는데, 학생들이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하나하나 실현해 나가며 얻은 해결책이어서 그런지 그들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민중과 함께하는 한•의계 진료모임 길벗, 보건의료 학생회 매듭,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학생모임이 <노동건강현장>이라는 주제로 발표해주었다. 길벗은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 요양보호사님들의 이야기’ 라는 주제로 토의를 이끌어 나갔고 매듭은 ‘현장에서의 알 권리와 작업 통제권’ 과 관련 된 여러 사례를 소개해주었다. 마지막으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학생모임에서는 과로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과로가 만연한 사회적 배경에 대해서 발표하였는데, ‘몸만 치료한다고 해결되나요? 우리가 왜 건강하지 못한 삶에서 살아가야 하는지 건강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를 공부하고 실천해요!’ 라는 그들의 외침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숨’을 통해 각기 다른 배경에서 온 70 명의 학생들은 현재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해질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열심히 자신의 의견을 나누고 공유하며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 심포지엄을 준비한 분들의 말을 빌려 이번 공감마당 기사를 마치려고 한다.

“오늘 여기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위로와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직능을 넘어서 건강권을 위해 함께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고 권력으로부터 해방된 문화를 만들어가며, 잘 몰랐던 분야를 더 배우면서 교류하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끊임없이 계속되길 바라고 그러리라 믿습니다. “

나 역시 ‘숨’ 심포지엄에 참여하여 여러 분야의 학생들과 연대하며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들의 열정을 직접 보고 느꼈기 때문에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의 존재로 인해 우리 사회는 조금 더 건강해졌고 앞으로도 조금씩 더 건강해질 것이라고.

심포지엄 참여 학생들 심포지엄 참여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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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숨쉬는 주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연건캠퍼스 연주회

정한별 학생(본과2학년) 정한별 학생(본과2학년)

서울대학교는 9월 10일(월)부터 14일(금)까지 총 5일간을 예술주간으로 지정해 연주회, 미술 전시, 패션쇼, 낭독회 등 각종 행사를 개최했다. 매년 한층 풍성한 내용으로 무장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에 음악대학 역시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음악과 서양음악, 전통음악과 창작음악, 그리고 기악과 성악 등 다양한 장르를 조합한 총 14개의 공연 가운데, 연건 캠퍼스에서도 세 번의 연주회가 열렸다.

14일(금) 오후 12시 융합관 앞 야외무대에서 열린 <SNU 실내악 연주회>는 음악대학의 전체 연주 일정을 마무리하는 행사였다. 바이올린, 플룻, 첼로, 하프 그리고 클래식 기타로 구성된 팀이 여러 유닛을 구성하여 흔히 들을 수 없는 곡들을 연주했다. 특히 하프나 클래식 기타와 같이 음악대학 내에서도 전공자가 매우 적은 악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주목을 끌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캠퍼스를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첫 곡인 드뷔시의 “syrinx”가 연주되자 시끌벅적하던 분위기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동시에 안용헌(기악16), 김주영(기악17)이 차분히 연주하는 클래식 기타 소리가 점차 또렷한 소리로 공간을 채워나갔다. 임시로 마련된 좌석 뿐만 아니라 야외 무대를 굽어볼 수 있는 융합관의 난간에 관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최상의 음향을 보장하기 어려운 야외 연주인데다 바람이 많이 불어 연주자들이 애를 먹는 모습도 보였다. 그렇지만 관객은 여전히 열띤 환호를 보내며 연주에 화답했다. 만만치 않은 조건 속에서 연주하고 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이어진 비에니아프스키의 바이올린 카프리스 2번 역시 훌륭했다. 홍지수(기악18), 남유정(기악18) 듀오의 화려한 기교가 돋보였다. 여리고 느리게 시작해 마치 변덕을 부리듯 달려나가는 카프리스 특유의 분위기를 충분히 담아냈다.

필자를 포함해 가장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끈 것은 단연 하프 독주였다. 주로 오케스트라 내에서 합주 악기로 연주되는 데다 그나마도 말러, 라벨 등의 곡이 아니면 들을 기회가 거의 없는 하프 소리를 독주로 들을 수 있는 매우 드문 기회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재인(기악16)의 손 끝에서 청아한 첫 소리가 나자 호기심으로 가득했던 관객들 사이사이에서 나지막한 탄성이 나왔다. 길다란 줄 덕분에 매우 깊게 울리는 하모닉스 소리(근음을 막음으로써 숨어있는 배음을 드러내는 현악기 특유의 주법)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다만 직후에 첼로(이영은, 기악16), 플룻(Iva Kovač, 오스트리아 빈 음대)과 함께 연주한 하이든 트리오의 경우 열악한 음향 탓에 각 악기의 선율이 제대로 들리지 않아 아쉬웠다.

첼로 연주자

모든 연주자가 참여한 마지막 순서는 해외교류음악회의 일환으로 성사된 음악적 소통의 장이었다. 오스트리아 빈 음악대학에 재학중인 Iva Kovač와 Cristian Spătaru(이상 오스트리아 빈 음대)가 각각 플룻과 지휘를 맡아 나머지 한국 학생들과 함께 아리랑을 연주했다. 매우 드문 편성인데다 음역대와 음색이 겹치는 몇몇 악기 탓에 연습이 쉽지 않았다는 소개와 함께 시작된 연주였지만, 익숙한 선율이 흘러나오자 관객의 표정이 이내 밝아졌다. 학생 뿐만 아니라 교직원, 병원의 방문객 등 다양한 관객을 아우르기에 좋은 선곡이었다.

왼쪽부터 홍지수, 남유정, Iva Kovač, 이영은, 유재인, 안용헌, 김주영. 지휘는 Cristian Spătaru. 왼쪽부터 홍지수, 남유정, Iva Kovač, 이영은, 유재인, 안용헌, 김주영. 지휘는 Cristian Spătaru.

관객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연주가 마무리된 시간은 정확히 12시 57분이었다. 오후 수업을 듣기 위해 의과대학 학생들이 부지런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연건 캠퍼스 특유의 분주한 분위기 때문일까?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되어 짧지 않았던 공연이 금세 끝났다. 그러나 아쉽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바로 그 점 때문에 융합관 앞마당에는 활력이 넘쳤다. 아쉬운 듯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들의 얼굴에 만족한 미소가 가득했다. 성큼 다가온 가을 날씨와 예술이 어우러져 숨쉬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