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소개]

함춘인사이드에서는 의과대학에서 활발히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여러 실험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를 통하여 의과대학의 연구 역량과 그 다양함에 대하여 소개 해 드리고 공동연구의 장을 열어 드리려고 합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의학과/의과학과 소속의 이승재 교수님의 연구실을 소개 해 드립니다.


이승재 교수(의학과)

신경질환실험실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및 대학원 의과학과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실험실은 융합관 408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현재 2명의 연구교수, 3명의 박사후 연구원, 9명의 대학원생, 2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의 태동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저는 알츠하이머병 분야에서 박사후 연구원 트레이닝을 마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파킨슨연구소 (The Parkinson’s Institute)에 조교수로 부임하였습니다. 이와 동시에 Laboratory of Neurological Disorders라는 이름으로 실험실을 오픈하여 파킨슨병 연구에 매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파킨슨연구소에서의 5년 반 동안 저희 실험실은 파킨슨병과 관련된 병리현상, 즉 단백질 응집 현상을 연구할 수 있는 세포모델을 최초로 확립하고 단백질 응집 현상의 세포생물학적 메카니즘 연구 분야에서 선도그룹을 이루었습니다. 저희 실험실은 2006년 초 건국대학교 의생명과학과로 위치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의생명과학과는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중개연구를 모토로 하는 학과로서 당시 건국대학교에 새로 설립된 학과였습니다. 건국대학교에서 신경질환실험실이라는 이름으로 저희는 파킨슨병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였고, 특히, 질병의 진행 메카니즘 과정에서 단백질 응집체와 뇌염증반응간의 역동적인 관계에 관하여 연구를 집중하였습니다. 신경질환실험실은 2015년 3월에 다시 서울대학교 의과학과로 위치를 옮겨서 현재까지 퇴행성신경질환의 발병 및 진행 메카니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의 퇴행성신경질환은 특정한 신경세포군이 사멸하면서 관련된 뇌기능을 잃게 되는 일련의 질환군입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특정 신경세포의 사멸을 일으키는 원인 및 기전에 관한 문제가 이 분야 연구의 핵심 화두가 되어 왔습니다. 신경세포 사멸에 관하여 여러 가설이 존재하지만, 현재 가장 우월한 가설은, 신경세포 안 또는 밖에 형성되는 비정상적인 단백질 응집체에 의하여 신경세포가 기능을 잃게 되고 결국은 사멸하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한편, 뇌의 활동은 신경세포와 교세포(glia) 사이 끊임없는 상호작용에 의하여 조절되며, 이는 뇌미세환경의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입니다. 교세포는 별아교세포(astrocyte), 미세아교세포(microglia), 희소돌기아교세포(oligodendrocyte) 등 다양한 기능의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 교세포와 신경세포의 상호작용에 문제가 생기면 뇌의 정상 기능이 저해되고 신경세포 사멸이 유도될 것으로 유추됩니다. 실제로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등의 퇴행성신경질환에서는 신경세포 사멸은 물론 교세포에서도 병리적 변화가 일어납니다.



퇴행성신경질환 연구는 지난 20여년간 유전적인 요인의 동정과 이들 유전자의 기능 연구에 집중되었고, 이에 대한 많은 양의 정보를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질병 발생 기전에 대한 이해 정도는 다른 질환에 비하면 아직 초보단계입니다. 저조한 발전 원인은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퇴행성신경질환이 다원인성(multifactorial)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신경세포 중심으로 단일 단백질의 역할에 대한 연구에 집중되어 온 점이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즉. 다양한 접근 방법을 통하여, 신경세포, 교세포, 유전자/단백질 요소들을 포함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구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러므로, 신경세포-교세포 상호작용에 의해 다이나믹하게 변하는 뇌미세환경에 대한 연구가 퇴행성신경질환 분야 연구에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실 역시 초기에는 알파-시뉴클린이라는 파킨슨병 관련 단백질이 신경세포 안에서 어떻게 응집체를 형성하며 그 과정이 어떻게 조절되는지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단백질 응집체가 신경세포로부터 세포외부로 분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이후로 신경세포 외부로 관심을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즉, 신경세포로부터 분비된 단백질 응집체가 주변의 다른 신경세포 및 교세포에 작용하여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단백질 응집체를 매개로하는 이러한 신경세포/교세포 상호작용에 의하여 병리적 뇌미세환경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등의 문제에 관하여 연구해 왔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하여 본 연구실에서는 최근 중요한 발견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발견으로는, 단백질 응집체가 신경세포 간에 이동할 수 있음을 밝히고 그 과정을 조절하는 여러 핵심인자들을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단백질 응집체가 교세포를 활성화함으로써 뇌염증반응을 일으키는 기전을 규명하였습니다. 분비된 단백질 응집체가 주변 세포에 작용할 때 이를 매개하는 세포막 수용체를 발견하여 일련의 논문을 통하여 이를 증명한 바도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저희 연구실은 이제 새로운 단계로 넘어서는 과정에 있습니다. 첫째, 기존의 연구에서 단일 세포를 대상으로 분석하던 한계를 극복하여 생체 내의 뇌를 대상으로 뇌미세환경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방법론적으로는 시스템 생물학과 동물모델링 및 세포생물학을 연계하는 다중 접근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둘째, 최근 연구에서 밝혀낸 치료 타겟을 활용하여 파킨슨병의 진행을 멈추는 신약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특히, 단백질 응집체의 작용을 매개하는 수용체를 무력화하는 신약 개발과 단백질 응집체의 세포 간 이동을 차단하는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을 통하여 본 연구실은 퇴행성신경질환의 발병 및 진행을 관장하는 메카니즘에 관한 기초의학적 지식을 확장하고, 진보된 지식을 토대로 메카니즘에 근거한 신약 개발을 이루고자 합니다. 신경질환실험실에서는 저와 같은 목표를 가진 대학원생과 박사연구원들이 탈권위적인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창의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고 있는 길은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여정으로서 많은 굴곡을 지나야 하는 고단한 과정입니다. 신경질환실험실은 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과학적 문제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방법을 선택하는 일에 신중하려 노력합니다. 저를 비롯한 학생들과 연구원들은 그러한 노력을 통하여 지적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터득해 가고 있습니다. 연구라는 고단한 과정 안에서도 보람과 즐거움을 찾아가는 그런 연구실을 구성원이 모두 같이 추구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신경질환실험실의 문은 서울의대 구성원들에게 항상 열려 있습니다. 이 소개 글을 계기로 관심사를 공유하는 많은 분들과 다양한 형태의 교류를 기대해 봅니다.


sjlee66@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