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수기



Stanford 대학교 피부병리 Division 해외연수기




조소연 교수(피부과학교실)


 저는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한 학기 동안 미국 Stanford 대학교 피부병리 Division에서 연수를 하고 귀국했습니다. 저는 오래 전부터 피부병리 연수를 하고자 했기 때문에 재작년부터 제가 연수지로 맘에 두었던 Stanford의 피부병리 Director에게 이메일로 접촉하고 연수가 가능한지 문의했는데 다행히 긍정적인 답을 들었지만 정작 병원에서 연수자 선발에 탈락해서 “재수” 끝에 올해 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미리 접촉한 보람이 있어 미국 대학에선 언제든 와도 된다는 회신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작년 하반기에 연수가 결정되고 올해 3월에 바로 출국할 수 있었습니다. 단기연수인데도 미국 대학에서 J1 visa 신청서를 보내줘서 정식 연수 형태로 다녀왔으나, 6개월만 머물 집을 rent 하기는 어려워서 숙소는 Air B & B를 이용해서 인터넷으로 독립된 부엌이 딸린 studio를 예약하고 6개월간 가구나 집기류 장만 및 처분 걱정 없이 편하게 있다가 왔습니다. 그리고 집주인 아저씨가 Silicon Valley의 LG전자 연구소에 다니는 미국인이라 한국인에 호의적이어서 우리 대기업의 국제적 선전(善戰)에 감사하며 그 내외와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Stanford 대학 피부과는 미국 전체에서도 가장 큰 피부과학교실 중 하나로, 현재 45명의 교수가 있는데 Bay Area의 크고 작은 병원 9군데에 골고루 분산되어 근무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워낙 땅덩이가 큰 나라다 보니, 대학병원 외래가 지역사회로 찾아 들어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Stanford 피부병리 Division에는 Director인 한국인 2세 여성 Jinah Kim 교수 (병리과 전문의로 피부병리 fellow를 1년 하고 피부병리 전문의가 된 분입니다)와 두 명의 피부과 출신 피부병리 교수가 있는데, 1주 단위로 당번을 정해서 매일 피부과 전체에서 나오는 조직슬라이드 판독을 합니다. 매년 피부병리 전임의를 두 명씩 선발하는데 보통 피부과 출신 1명, 병리과 출신 1명을 뽑아서 서로 배우고 보완할 수 있게 한 점이 돋보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전임의 선발은 적어도 2년 전에 이뤄지기 때문에 지원자도 해당과도 미리 앞날을 계획할 수 있다는 점이 참 부러웠습니다. 캘리포니아, 특히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특성 상 판독실 분위기는 매우 casual하고 informal해서 외부인인 저도 별 이질감 없이 판독에 참여하고 한국에서의 임상 경험도 그들과 공유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하루의 일과는 매일 아침 8시부터 점심때까지 판독을 하고 오후엔 오전 중 주문한 면역화학염색 결과를 보며 추가 판독, 흑색종이나 림프종 같이 어려운 케이스들의 경우 교수 세 명이 함께 슬라이드를 보는 consensus 과정을 거치고, 그 사이사이 교수와 전임의 모두 판독 보고서(결과지)를 작성하는데, 이게 거의 논문 수준으로 자세하고 완성도가 높아서 참고문헌까지 넣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이 모든 서류가 환자를 의뢰한 1차 의료기관의 의사뿐만 아니라 원할 경우 환자 본인한테도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전임의가 일차적으로 작성한 보고서를 교수가 읽고 일일이 보완, 수정하는데, 이 paperwork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중요도가 높은 작업입니다.

미국은 워낙 피부암도 많고 의료소송도 많은 나라인데다 조직블록이 바뀐다든지 하는 진단 과정의 오류의 모든 책임이 피부병리 전문의한테 있다 보니 특히 흑색종 진단할 때는 세 명의 교수가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며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합니다. 특히 연중 늘 맑은 날씨의 캘리포니아엔 특히 피부암이 많아서 덕분에 한국에선 아직 매우 드문 흑색종과 피부림프종을 하루에도 몇 례씩 경험했습니다. Stanford 피부과에서는 미 서부에서 유일한 Cutaneous Lymphoma Clinic을 운영하고 있는데 Director가 한국계 미국인 Youn H Kim 교수로,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임상연구 업적을 내고 있는 자랑스런 동포라 평소 존경해 왔는데 이번 연수 때 마침 그 분 외래에 2주간 들어가서 세계적으로 희귀한 온갖 피부림프종을 실제로 보고 배우는 소중한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전 이번 연수를 혼자 갔기 때문에 실로 모처럼 혼자 지내면서 생각도 많이 하고 주말엔 주변의 공원들을 찾아다니며 하이킹도 하고 때로는 10시간씩 운전해서 국립공원에도 가고 참으로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여름에 Death Valley 국립공원에 가서 47도에서도 인간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한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연수 제도 덕분에 바쁜 병원 생활에서 몇 달간 벗어나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었기에 9월부터는 한결 재충전된 마음으로, 새로운 각오로 진료, 연구, 교육에 임하고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특히 미국에서 교수들과 전체 의료진이 팀을 이루어 환자를 얼마나 친절하게 진료하는지, 환자들도 심지어는 암환자들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고 얼마나 여유 있는지 인상적이었고, 제 자신을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제 연수경험이 제 환자들과 제자들에게도 유익한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합니다.





피부병리 판독실에서 행정직원 생일을 맞아 작은 파티를 하며 한 컷! 뒷줄 가운데가 Jinah Kim 교수.





스탠포드 의과대학 소화기 내과 해외 연수기




고성준 교수(내과학교실)


제가 장기연수를 와 있는 곳은 미국 서부의 스탠포드 의과대학 소화기내과입니다. 2016년 12월에 연수를 시작하였고 현재 10개월정도 생활하였습니다. 간분야를 전공하는 아내와 함께 연수지를 알아보던 중 아내의 관심 분야와 저의 관심 분야에 알맞은 교수님이 동시에 있는 곳이 스탠포드 대학 소화기내과였습니다. 현재까지 연수 생활은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일년 내내 맑은 날씨와 깨끗한 공기를 느낄 수 있고 여름에는 덥지 않고 겨울에는 그다지 춥지 않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이 위치한 팔로 알토시는 조그마한 대학 도시로서 매우 조용하고 안전하며 아이들의 교육 환경도 매우 좋은 곳입니다. 연구, 교육, 여가 활동 등 연수 생활의 대부분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곳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이곳의 매우 높은 생활 물가는 연수를 오시는 분들에게 큰 부담일 수 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은 미국 서부지역을 대표하는 대학으로 기초 연구 분야에 매우 강점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뛰어난 연구 업적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고 이들의 강의도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제가 속해있는 소화기내과의 Aida Habtezion 교수님 연구실은 염증성 장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 면역학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백혈구 장관 수송(leukocyte trafficking to the intestine)과정에 관여하는 면역학적 요인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Aida 교수님은 이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자입니다. 연구팀은 저를 포함하여 전임 강사, post-doc, 소화기내과 전임의, 대학원생, 연구보조원까지 총 12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연구실의 전임 강사나 전임의가 최소의 진료 시간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시간을 연구에 집중할 수 있어 post-doc 들과 토론을 통해 서로의 필요한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연구실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이곳에서 가장 부러웠던 점은 임상의가 기초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대학과 병원에서 적절한 지원을 해 준다는 것입니다. Aida 교수님도 소화기내과 임상의사이기는 하지만 연구 업무가 늘어나면서 병원에서 진료 부담을 최소화하여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최신의 연구 장비와 수준 높은 연구 인력은 두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1년이라는 기간은 기초 연구를 수행하려는 연구자에게는 매우 짧은 시간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수 기간 중 제가 하고 싶었던 염증성 장질환의 기초 연구에 모든 시간을 할애하여 새로운 동물 모델과 분석 방법에 대해 익힐 수 있어 매우 유익하였습니다. 또한,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연구원들을 적절히 이끌어 나가는 책임연구자의 리더쉽에 대해서도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귀국 후 제가 진행하는 연구에 새로운 변화를 줄 수 있는 동기와 지식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장기 연수 기회를 주신 여러 교수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저를 대신하여 환자 진료를 해주고 계신 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Stanford University, Aida Habtezion교수님 연구실의 연구원들과 함께 의과대학 앞에서 찍은 사진, 저(좌측 두번째)와 Aida Habtezion 교수님 (좌측 일곱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