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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수필 기고




정한별 학생(본1)


대학로 사람들


 한가한 주말이면 후줄근한 옷차림으로 기숙사 방을 나선다. 방송통신대 근처에서 출발해 혜화역 1번 출구쯤에서 길을 건너고 다시 반대방향으로 돌아오면 커다랗게 네모난 경로가 만들어진다. 내가 가장 즐겨 걷는 산책로다.
경비 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고 문을 나서면, 조용하던 귓가에 갑작스럽게 와글거리는 소리가 밀려든다.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이곳에까지 연극을 보려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날짜에 목소리가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오늘은 학생이 조금 더 많은 토요일. 오늘은 연인들과 가족이 조금 더 많은 일요일. 주말에 대학로를 오는 이들의 옷차림에 좀처럼 섞여 들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며 큰 찻길로 발을 옮긴다.

소리가 더욱 커진다. 대학로의 주말은 언제나 집회로 붐빈다. 호루라기 소리, 고함 소리, 경적 소리 그리고 북 소리까지. 즐거움과 설렘으로 왁자지껄하던 주변은 이내 분노로 가득하다. 그렇지만 그 안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한다. 집회 덕에 횡단보도를 건널 시간이 넉넉히 주어지는 점을 충분히 살려 그들을 물끄러미 관찰해본다. 험상궂은 얼굴로 울분을 이기지 못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마치 소풍을 나온 것처럼 환하게 웃으며 즐기는 이들도 있다. 감정이란 것이 참으로 입체적인 것이라 생각하면서 길을 건넌다.

외출한지 채 몇 분도 되지 않아 마주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뒤로한 채 맞은 편에 도착하면 빵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주인 아주머니가 빼꼼 고개를 내밀어 바깥을 구경하더니 이내 사라진다. 얼마 전 마감시간 즈음에 찾아갔을 때 그녀가 덤으로 준 빵에서 나는 우리 사이의 연대를 확인했다. 조만간 우연히 맞아떨어진 듯 다시 한 번 마감시간에 찾아 가야겠다 다짐하며 조금 더 걸어간다. 빵냄새가 갑작스럽게 꽃 향기로 바뀌고, 나는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꽃가게 아저씨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자 아저씨 역시 알 듯 말 듯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인다. 항상 무언가에 열중해 있는 그에게 나는 분갈이를 맡긴 적이 있다. 작은 화분에는 영양제가 필요하지 않으니 돈을 아끼라던 그의 말이 꽃 향기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회색 벽돌 모양의 화분에서 부지런히 자라고 있는 허브 향을 맡을 때면 아저씨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냄새 속에는 계절도 있다. 꽃 향기를 뒤로 하면 이내 내가 지독히도 싫어하는 은행 냄새가 끼쳐 온다. 가을의 수많은 모습 중에 아마도 유일하게 예쁘지 않을. 눈쌀을 찌푸리며 바닥에 어지럽게 으깨진 은행을 피하다 보면 걸음이 괴상하게 쪼개져 영 맘에 들지 않는다. 다행히 그 냄새는 오래 가지 않고, 나는 이내 평정심을 되찾는다. 그리고는 머지 않아 가을을 확증하는 풍경이 이어진다. 체리가 수북이 쌓여 있던 정문 앞의 과일 좌판은 어느새 무화과로, 감으로, 그리고 귤로 바뀌어 있다. 체리를 무척 좋아하는 나는 이곳에서 꽤나 많은 돈을 썼다. 아저씨는 애매하게 남은 과일을 털어 내는 데에 비범한 능력을 가졌다. 분명 더 싼 값이지만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사버린 탓에, 마치 전투에 임하듯 그것들을 먹어 없애야만 하는 일이 생기곤 한다.

사이렌 소리가 귀를 찌른다. 이만큼 걸어올 정도의 시간이면 어기는 법이 없이 들려온다. 머리를 파고 들 듯 긴박하게 커졌다가 다시 황급히 사라져버리는 소리. 그럴 때마다 나는 이 곳의 풍경이 참 이상하다고 느낀다. 행복한 사람들과 화가 난 사람들, 그리고 절망하는 사람들. 채 몇십 걸음도 되지 않는 공간 속에 도저히 섞일 수 없을 것만 같은 체험들이 공존하고 있다. 온갖 원색으로 선명한 주위와 쉽사리 섞이지 않는 나의 편한 차림새에 새삼스럽게 이질감을 느낀다. 나는 무언가 낯선 기분이 들어 학교 안쪽으로 길을 튼다.

거기엔 쥐 냄새가 있다. 정문 안으로 들어가 일전에 새로운 기생충을 발견했다는 자그마한 풀밭을 지나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강렬하게 나는 그 냄새. 그건 마치 계단에 붙어 있는 온기 같다. 정확히 그 자리에만 붙어 있어 아주 조금만 벗어나도 더 이상 맡을 수 없는. 신기하게도 바로 직전까지 온 공기를 채우던 커피 향기가 온데간데 없다. 사실 나는 그 냄새의 진원을 직접 확인한 적이 지금껏 없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좋다. 결코 유쾌한 냄새가 아니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안정감을 느낀다. 혼을 빼놓는 불과 수십 미터 바깥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는 어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 하나 없지만, 빗장보다도 더 빗장 같은 그런 것.

고개를 들면 익숙한 얼굴들이 떠다닌다. 거기에 내 작은 세상이 있다. 동기들이, 그리고 선배들이 미소 지으며 가볍게 인사를 건네 온다. 조금 지쳐 보이고 또 약간은 무채색으로 웃고 있는 그들이 퍽 반갑다. 바깥의 빛깔처럼 선명하지는 않지만 딱 좋을 만큼 빛나는 얼굴, 그리고 내 차림새가 어색하지 않은 공간. 나 역시 싱긋 웃어 보이며 그들 속으로 파고든다.

어느덧 행진이 시작되었는지 바깥이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거기에는 온갖 정서가 섞여 있다. 고조된 감정으로 북받친 대열의 함성과 싸이렌 소리, 그리고 건너편 마로니에 공원의 공연 소리가 함께 실려 온다. 여기에 즐겁게 떠드는 동기들의 이야기 소리마저 합쳐지면 결국 도저히 분간할 수 없는 악구가 되고 만다. 나는 실없이 웃으면서 코를 킁킁거린다. 그리고는 빵 냄새, 은행 냄새, 꽃 향기, 그리고 쥐 오줌 냄새 같은 것들을 떠올려 거기에 덧입혀본다. 일관성 하나 없이 불과 십 몇 분 남짓 동안 나를 파고 들었던 감각들을 되새기며 오늘 하루가 그리 나쁘지 않다고 결론 짓는다. 나는 나와 떨어져 있는 듯 또 섞여 있는 대학로 사람들에 그렇게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는 것이다. 소리와 냄새, 공간과 사람, 그리고 계절이 섞여 있는 이 곳에서.






동아리 '모카' 소개




문희은 학생(본2)



1. 동아리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올해 모카는 다섯살이 되었습니다. 지난 2013년, 아카펠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노래해보고자 하는 뜻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의대 동아리는 90년이 된 동아리도 있을 정도로 꽤나 오래 전부터 있었던 동아리들이 많은데요, 그래서 그런지 다섯살이라는 사실이 가끔은 저희도 꽤나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열명 남짓 되는 인원으로 시작했는데 해가 거듭할수록 부원수가 늘어가더니 현재 약 4배로 커졌습니다. 저희 동아리의 지도교수님은 미생물학교실의 박정규 교수님이시고, 동아리 초창기 때부터 쭉 지도해주시고 계십니다.



2. 동아리의 목적과 주요 활동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의 목소리만으로 이루어지는 아카펠라를 통해서 함께 만드는 화음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동시에 좋은 인연을 만들고 이어나가는 것이 목적입니다.

주요 활동은 1학기 중 매월 2회 가량 진행하는 정기모임과 5월에 진행하는 OB 홈커밍, 그리고 9월 말 - 10월 초에 열리는 정기공연이 있습니다. 정기모임에서는 다 같이 노래를 부르고, 아카펠라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OB 홈커밍은 졸업하신 선배님들과 재학생들이 함께 노래하며 소통하는 시간으로, 외부 장소를 대여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동아리 활동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정기공연과 관련된 활동이지만, 이와 관련된 내용은 4번에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3. 회원 수는 몇 명인가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재학생은 47명이고 졸업생은 19명입니다.



4. 대표적인 행사를 소개해 주세요!


공연동아리인 만큼 매년 있는 정기공연을 올리는 것이 가장 큰 행사입니다. 날짜는 해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초가을에 하고 있습니다. 5월부터 곡 연습과 공연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기 시작해서 매달 정기적으로 피드백 시간을 마련하여 각 팀에 대해 서로 조언과 격려를 해주고 부서별 회의를 통해 공연의 세부 계획을 짭니다.

여름 방학 때는 자연 속에 위치한 별장에서 2박3일을 묵으며 연습하고 먹고 놀고 쉬는 꿈 같은 단체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공연 준비 모드에 돌입하여 약 두달 정도를 연습에 매진하게 됩니다. 연습에 매진하는 만큼 같이 놀고 먹는 것에도 매진하게 되는데요, 가끔은 이 동아리가 먹는 동아리인지 노래 부르는 동아리인지 고민될 만큼 공연 막바지가 되면 같이 먹으러 갈 사람을 구하는 글이 카톡방에서 끊임없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동아리의 가장 대표적인 행사는 거의 매주 생기는 야식먹기 모임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농담입니다).




5. 어떤 친구들이 동아리에 들어오면 좋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노래를 듣고, 부르는 것을 좋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더해 좋은 음감을 갖추고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또한 노래 실력이 아주 뛰어나서 곡의 솔로를 맡고 싶은 친구들도 언제든 환영입니다. 하지만 실력이 아주 뛰어나지 않거나 아카펠라 경험이 없는 친구들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동아리원들은 모카에 들어오기 전에는 아카펠라를 경험한 적이 없지만, 아카펠라 듣는 것을 좋아하고, 불러보고 싶은 마음으로 동아리에 들어왔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학생들이 모카만의 체계적인 연습 시스템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피드백 시간, 성악을 전공하신 선생님과 프로 아카펠라 그룹 소속 멘토로부터의 레슨을 통해 꾸준히 연습한 결과 공연을 거듭할수록 실력이 쑥쑥 늘고 있습니다. 모카는 아카펠라의 아름다운 화음을 느껴보고 싶은 여러분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6. 우리 동아리에서 가장 자랑하고 싶은 점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모카의 장점을 꼽자면 셀 수 없이 많지만 딱 2개만 꼽아보자면 동아리원들 간의 돈독한 친목 관계와 높은 공연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모카는 학번 별로 공연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학번이 섞여서 하나의 공연 곡에 속해서 연습하고 준비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선후배간의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결코 적지 않은 나이 차이인 예과 1학년과 본과 4학년이 한 팀에서 같이 연습하면서 친구처럼 가까워지기도 하고 몇몇 팀들은 서로 마음이 잘 맞아서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외부 공연을 다니거나 놀러 다니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자유로운 뒤풀이도 이러한 친목도모에 한 몫 하고 있습니다. 모카는 행사나 공연이 끝나고 나서 술자리뿐만 아니라 낙산공원 놀러 가기, 볼링 치기, 방탈출 카페, 낚시 카페, 노래방, 보드 게임방, 카페 등등 다양한 종류의 뒤풀이를 종종 진행하고 있는데 따라서 술을 좋아하는 학생들도,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도 즐겁게 뒤풀이에 참여할 수 있어서 서로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두 번째로 모카는 바쁜 의과대학 생활 속에서도 모든 학생들이 즐겁게 연습하여 매년 높은 수준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입소문이 퍼진 덕분인지 매번 공연마다 넓은 대강당 관객석을 가득 채우고도 자리가 모자라서 계단에 앉아서 보거나 서서 봐야 할 정도로 많은 관객 분들이 찾아오시곤 합니다.



7.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공연 문의는 010-7128-9437 혹은 my29anada@gmail.com(본2 문희은)으로 해주세요!
남은 2학기에도 소소한 공연들이 많습니다. 무대에서 뵐게요!